[아이뉴스24 오경선 기자] 지난해 시작된 '동학개미운동'과 함께 주식시장은 물론 공모주 청약 시장도 상당히 뜨거워졌습니다. 올해도 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주를 받기 위해 63조원이라는 막대한 자금(증거금)이 몰렸죠.
겨우 이틀간 63조원이라니, 정말 엄청난 인기죠? 이런 여세를 몰아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습니다. '따상'은 상장 첫날 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를 형성한 후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으로, 생각만큼 흔한 경우는 아닙니다.
◆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 배터리 분리막 세계 1등 기업
그런데 오는 5월에 SK이노베이션의 자회사인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가 증시에 상장한다고 합니다. SKIET는 SK이노베이션의 소재사업부분이 물적 분할돼 2019년 4월 설립된 회사인데, 주 사업은 전기차 리튬이온 배터리의 핵심 구성요소 중 하나인 ‘분리막’ 생산입니다.
요즘 대세라는 전기차, 그것도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을 생산하는 회사라니 관심이 안 갈 수가 없습니다. 심지어 분리막 분야에서 세계 1등 기업이라고 하니, '따상'의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런데 분리막이 뭐죠? 전기차 배터리는 아는데, 분리막은 뭔지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공부해봤습니다.
전기차에 들어가는 배터리는 크게 4가지 요소로 구성돼 있습니다. 배터리의 성능을 결정하는 양극과 음극, 리튬이온이 원활하게 이동하도록 돕는 전해액, 그리고 분리막입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서로 차단하면서 눈에 보이지 않은 미세한 구멍을 통해 리튬이온만 이동할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담당합니다. 양극과 음극에 있는 물질이 서로 닿을 경우, 발화나 폭발 위험성이 있는데요, 분리막이 양 극을 분리해 이를 방지해줍니다.
전기차 화재 사고는 뉴스에서 종종 접하셨죠? 분리막 기술은 전기차 배터리의 발화, 폭발 등을 막아주는 매우 중요한 기술입니다. 이런 분리막은 공정 방식에 따라 습식 분리막과 건식 분리막으로 나눠지는데, SKIET는 특히 습식 분리막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등 선도 배터리 업체를 주요 고객으로 하는 티어1(Tier1) 습식 시장에서, 시장점유율 1위(26.5%)를 차지하고 있죠.
◆ 구주매출이 더 많은 공모방식, 누구를 위해?
더욱 투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데요. 하지만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SKIET의 공모 방식엔 조금 의문점이 생깁니다.
SKIET는 기존 주식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하는 구주매출과 새로운 주식을 발행하는 신주모집 방식으로, 총 2천139만주를 공모할 예정입니다. 이 중 구주매출은 기존 주식 수의 20%에 해당하는 1283만4천주, 신주모집은 855만6천주입니다.
눈 여겨 볼 점은 공모를 위해 새로 주식을 발행하는 신주모집보다 기존 주주의 지분을 파는 구주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입니다. 통상적으로 기업이 공모를 진행할 때 신주 비중이 높은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신주모집은 공모 금액이 회사로 들어가 투자 자금 등으로 활용되는 반면, 구주매출은 기존 주주가 돈을 버는 구조이기 때문이죠.
앞선 공모 기업들의 경우를 보면 빅히트, 카카오게임즈 등은 구주매출없이 100% 신주모집을 통해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전체 공모 주식수 대비 구주 매출이 약 33%, SK바이오팜은 약 32% 가량이었죠. 반면 이번 SKIET의 경우 구주 매출 비율이 약 60%에 달합니다.
이번 공모가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을 위한 공모는 아닐까 라는 의문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SKIET의 최대주주는 SK이노베이션으로 지분율은 90%입니다. 나머지 10%는 사모투자펀드 프리미어슈페리어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 신규 생산기지 설립엔 부족한 공모자금 규모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이야기가 나온 김에, SKIET가 가진 몇가지 투자 위험성에 대해서도 알아보겠습니다.
최근 SKIET에 대한 가장 큰 걱정은 모회사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 간의 분쟁이었습니다. LG에너지솔루션 측에서 SK이노베이션의 리튬이온 배터리 등 부품을 10년간 미국 내로 수입할 수 없도록 미국 ITC에 요청하는 등 사업 불확실성이 있는 상황이었죠.
그러나 지난 11일 양사가 2년 동안 이어왔던 분쟁에 합의하고 관련 쟁송을 모두 취하하기로 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이 LG에너지솔루션에 합의금 2조원을 지급하는 조건입니다. 이에 따라 SKIET도 이 분쟁으로 인한 위험에서는 벗어나게 됐습니다.
문제는 SKIET가 공모로 신규 조달하는 자금의 규모가 신규 생산기지를 설립하기 위한 자금을 모두 조달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데 있습니다.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분쟁이 신규 자금규모와 무슨 상관이냐 물으실 수 있겠네요. SKIET가 공모할 수 있는 규모는 어느정도 정해져 있는 반면 구주매출 비율은 조정 가능한 부분입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번 구주매출로 희망 공모가 하단(7만8천원) 기준 약 1조10억5천만원을 조달할 전망입니다. 희망 공모가가 밴드 상단(10만5천원)으로 결정되면 구주매출 규모는 1조3475억7천만원까지 늘어납니다. SK이노베이션이 확보한 1조원은 과연 어디에 사용될까요?
SKIET가 공모를 통해 조달할 수 있는 금액은 희망 공모가 하단 기준 6611억7천만원 가량입니다. 상단 기준(8983억8천만원)으로도 1조원에 미치지 못합니다.
SKIET는 현재 폴란드 실롱스크에 제1~4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공모 자금을 모두 여기에 쏟아 붓고도 올해 약 1조8천억원의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예정입니다. 부족한 돈은 회사 자체 보유자금이나 외부 차입 등을 통해 충당하게 되겠죠.
폴란드 공장 증설은 SKIET에게는 아주 중요한 사업입니다. SKIET는 현재 국내 충청북도 증평과 청주 공장에서 연간 5억2천만㎡의 분리막 생산능력(2020년 기준)을 갖추고 있습니다.
해외 중국 창저우에도 생산기지를 갖고 있는데, 중국 창저우 공장은 2020년 11월 제1공장이 첫 가동한 후 최근 제2공장이 분리막 상업생산을 시작했습니다. 제3공장은 2022년 1분기 중 양산을 시작할 예정입니다.
여기에 폴란드 공장까지 생산을 시작하면 두 공장의 합산 연간 생산능력은 6억8천만㎡입니다.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큰 생산능력을 확보하게 되는 거죠.
◆ 28~29일 일반 공모 실시, 중복청약 마지막 기회?
SKIET는 이달 28~29일 일반투자자를 대상으로 공모 청약을 실시합니다. 공모 가격은 오는 22~23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쳐 26일 확정될 예정입니다. SKIET의 공모 희망가액 범위(7만8000~10만5000원)에서 결정됩니다.
일반투자자에게 배정된 물량은 총 공모 물량의 25~30%에 해당하는 534만7천500~641만7천주 가량입니다. 우리사주조합 물량(427만8천주)이 미달될 경우 일반 물량이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물론 기관 물량으로 넘어갈 수도 있습니다.
기관투자자 물량은 전체 공모 물량의 55~75%인 1176만4천500~1604만2천500주입니다.
SKIET 공모는 모든 청약자에게 동등한 배정 기회를 주는 균등 방식이 적용됩니다. 최소 청약 증거금만 내면 최소 1주 이상 받을 수 있는 방법이죠. 다만 증권사에 배정된 물량 대비 청약 신청자가 많은 경우엔 1주도 받지 못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SKIET 청약은 다수 증권사를 통한 중복청약이 가능할 전망입니다. 원칙적으로는 공모주 중복 청약이 제한되지만, 아직 이를 위한 시스템이 구축되지 않은 상황이라 그렇습니다.
대표주관사인 미래에셋증권의 배정 물량이 248만2천768주~297만9천322주로 가장 많습니다.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의 물량은 171만8천840주~206만2천607주입니다.
나머지 물량은 인수회사인 SK증권(76만3천928주~91만6천715주), 삼성증권(19만982주~22만9천178주), NH투자증권(19만982주~22만9천178주)이 배정 받았습니다.
/오경선 기자(seon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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