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심화되면서 자동차에 이어 스마트폰·가전 영역까지 생산 차질 우려가 일고 있다. 스마트폰과 가전용 반도체는 자동차용에 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상황이지만, 현 상황이 장기화될 경우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에서 촉발된 반도체 부족 현상이 가전, 스마트폰 등 산업계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가장 심각한 곳은 자동차 분야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인해 급감했던 자동차 수요가 예상보다 빨리 회복한 데다 전동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보다 2~3배 많은 반도체를 탑재한다.
여기에 르네사스 화재, TSMC 화재, 미국 텍사스 한파에 따른 삼성전자·NXP 공장 가동 중단 등 악재가 겹치면서 공급이 불안정한 상황이다. 업계에선 전 세계적으로 자동차 생산 차질이 100만 대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폭스바겐, 제네럴모터스, 포드, 도요타, 스바루, 닛산 등 주요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 차질을 겪고 있다. 비교적 반도체 재고를 많이 확보해놓은 국내 완성차업체들도 타격을 받고 있다. 기아차 미국 조지아 공장은 가동을 일시 중단했고, 현대차의 경우 울산1공장에 이어 아산공장 휴업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대란은 점차 전자업계로 번지고 있다. 애플의 최대 협력사인 폭스콘은 최근 실적 발표회에서 "반도체 부족으로 주문의 10%를 이행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샤오미는 반도체 칩 공급 부족에 따른 제조 비용 상승으로 제품 가격이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앞서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 사장은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공급과 수요의 불균형이 매우 심각하다"며 "2분기 반도체 부족 현상에 따른 영향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우려했다.
가전업계에도 점차 여파가 미치는 모습이다. 미국 최대 가전업체인 월풀의 중국법인은 최근 반도체 칩 부족으로 물량에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심한 달에는 25% 정도의 물량 차질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가전업체의 경우 그나마 상황이 낫다. 삼성전자, LG전자는 큰 문제 없이 생산이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가전업계도 수급이 타이트한 것은 맞지만 당장 차질이 생길 정도는 아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며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보통 가전에는 범용 반도체가 쓰이기 때문에 자동차와 같은 특수 반도체에 비해 품귀 현상이 덜하다"면서도 "그러나 반도체 부족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봤다.
하지만 업계에선 반도체 부족 현상이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일각에선 올해 3~4분기부터 해소될 것으로 보고 있지만, 2022년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제기된다.
톰 콜필드 글로벌파운드리스 최고경영자(CEO)는 최근 미국 CNBC와의 인터뷰에서 "현재 회사의 제조 물량은 주문이 꽉 찬 상황"이라며 "반도체 공급난은 내년 혹은 그 이후까지 지속될 수 있다"고 봤다.
리용 폭스콘 회장도 "글로벌 반도체 부족 현상은 2022년 말까지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서민지 기자(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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