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배달의민족이 최근 배달원 유상운송책임보험을 도입하면서 노사 갈등에 불이 붙었다.
배민은 배달원의 보험료 부담을 줄이는 조처라고 설명이다. 기존에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종합보험 이외에 보다 저렴한 책임보험이라는 선택지가 늘어난 것.
다만, 노조는 배달원 보호 정책이 후퇴했다고 반박했다. 배달 시장의 치열한 경쟁 상황을 감안했을 때 후발주자들 역시 동일한 정책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전반적으로 배달원을 위한 사회안전망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기에 시장을 선도하는 업체가 중심을 잡아줘야 한다는 주장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은 전날부터 오토바이를 운행하는 배민라이더스·커넥터 가입 요건에 유상운송책임보험을 추가했다.
기존에는 유상운송종합보험에 가입해야만 배민 배달원으로 활동할 수 있었으나, 앞으로는 책임보험에만 가입해도 되는 셈이다. 책임보험은 종합보험 대비 보장 한도·범위는 축소됐지만, 보험료는 약 100만원 저렴한 게 특징이다. 종합보험이 275만~247만원인데 반해 책임보험은 185만~280만원에 불과하다.
우아한형제들에 따르면 종합보험은 대인배상Ⅰ·Ⅱ에 대물배상, 형사처벌 면책 조건이 담겼다. 반면, 책임보험은 최대 1억5천만원까지 대인 피해배상(대인배상Ⅰ)한 후 남은 초과손해를 최대 무한까지 배상해주는 대인배상Ⅱ가 제외됐다. 대물배상도 3천만원에서 2천만원으로 줄었으며, 피해자 발생 시 형사처벌도 가능해진다.
우아한형제들은 그동안 보험료 부담으로 배민라이더스·커넥터 가입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배달원이 많았던 만큼, 책임보험으로 입직 허들을 낮춘다는 방침이다.
실제 책임보험 도입 후 배민라이더스 신규 가입자가 급증했다. 홍현덕 배민라이더스 노조 사무국장은 "배민라이더스 전체 인원이 3천~4천여 명인데, 책임보험 첫날 300여 명이 등록을 신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합보험에서 책임보험으로 갈아타는 배달원도 느는 추세다. 배달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보험 모집인은 "하루 동안 보험 변경을 문의한 사람만 80여 명"이라고 말했다.
◆ "책임 보호는 후퇴한 정책"…배달원 사회안전망 약화 우려
그러나 책임보험 도입을 배달원 지원책 후퇴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배민라이더스 노조는 25일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배민은 보험 기준 완화 정책 폐지하라"고 외쳤다. 종합보험 의무 가입은 사고 발생 시 배달원과 피해자를 보호하는 좋은 정책이었는데, 배민이 쿠팡이츠 대비 더 많은 배달원을 확보하기 위해 보험 기준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천승환 손해사정사는 "경미한 사고가 나 피해자가 2주간 입원하면 입원비만 약 150만원인데, 책임보험은 치료비조차 제대로 보상해주지 않는다"며 "입원비는 물론, 입원으로 인한 휴업손해나 초과 손해액은 가해 운전자인 배달원에게 청구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사사고가 난 경우에는 형사처벌도 받게 돼 형사·민사책임을 이중으로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조가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책임보험 도입으로 배달원에 대한 사회안전망이 하향 평준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요기요·쿠팡이츠 등 배달앱 후발주자들이 배달원 유치를 위해 무보험 오토바이 배달을 방치하는 상황에서 배민마저 배달원 보험 기준을 완화하면 배달 사고 위험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노조는 우아한형제들에 책임보험 폐지 및 시간제보험 도입 등 대안 마련을 요구할 계획이다. 김영수 노조 지회장은 "100만원 가량 저렴한 책임보험의 유혹은 배달원에겐 매우 달콤하다"라면서도 "그러는 사이 배달원 안전과 보호 장치는 잊히고 있다. 많은 곳에서 배민의 무책임한 조치를 따라가지 않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책임보험은 입직 장벽을 낮추는 정책으로, 기존 종합보험도 그대로 운영된다"라며 "향후 책임보험 가입자도 일 단위로 종합보험 수준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상품 도입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지혜 기자(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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