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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마음만 앞선 개정상법, 주총시즌 시험대 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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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한수연 기자] "주주총회 전에 보고서를 내야 하니 사실상 제출기한이 앞당겨진 거죠. 끝나고 정정해야 하는 내용이 생길 수 있다는 점도 큰 부담입니다."

'주주자본주의의 꽃'이라는 주주총회 시즌이 도래했지만 상장사들은 예년보다 훨씬 긴장하고 있다. 개정상법으로 올해부터는 정기 주총 전에 사업보고서와 감사보고서를 미리 공표해야 하는 데다 감사위원 분리선출 같은 까다로운 제도까지 도입되기 때문이다.

당장 상장사 회계 담당자들은 결산과 감사업무에 어려움을 호소한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들은 사업·감사보고서 사전제공의무 부담(59.1%)을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꼽았다. 또한 응답 상장사의 50.6%가 시기상 확정이 어려운 내용이 많다며 추후 공시 내용을 정정하는 공시 대란이 생길 것을 우려했다.

지난해 3월19일 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사옥 대강당 앞에서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지난해 3월19일 서울 양재동 소재 현대자동차 사옥 대강당 앞에서 주주들이 주주총회에 입장하기 위해 발열체크를 받고 있다. [사진=현대자동차]

실제 그간 사업·감사보고서는 주총이 끝난 후 3월 말까지만 제출하면 됐지만 이제는 불가능해졌다. 개정상법 시행령 규정에 따라 늦어도 주총 일주일 전까진 한국거래소와 금융감독원에 사업·감사보고서를 제출하고 주주들이 볼 수 있도록 게재도 해야 한다.

특히 지난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한 해다. 업황이 부진했던 상장사는 반영해야 할 내용이 많아지고, 해외사업을 하는 상장사는 감사를 위한 실사에 애를 먹을 수 있다. 시간과 비용이 예년보다 더 들어갈 것이 자명한데 제출기한은 오히려 단축된 것이다. 금융당국이 이를 감안해 일부 상장사에 제출지연을 용인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포함되지 못한 상장사엔 여지없이 제재가 가해질 것이다.

'거수기 이사회' 관행을 뿌리 뽑기 위해 도입된 감사위원 분리선출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누구나 아는 것처럼 이는 상장사 입장에선 손톱 밑 가시다. 감사위원 중 1인을 비(非)현직 이사로 분리해 선임하고 최대주주 의결권을 3%로 제한하면 그만큼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얽혀 경영에 혼란을 부를 수 있어서다. 오는 26일 금호석유화학과 30일 한국앤컴퍼니 주총에 시장이 주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견제와 감시란 당초 취지를 충족시킬지도 미지수다. 이를 위해선 먼저 소액주주의 높은 참여율이 담보돼야 한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정작 표를 행사해야 할 소액주주들의 참여가 미미할 경우 제도의 의미가 퇴색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한 상장사 주총에는 참석 주주가 2명에 그친 곳도 있었다. 특히 여기에 투기자본까지 들어온다면 상장사는 경영권을 위협받을 수도 있다.

더욱이 개정상법 도입 초기 논의됐던 감사위원 전원 분리선출안이 결국 1인 분리선출로 바뀌었단 점에선 감사위원회의 독립성 문제는 여전하다고 봐야 한다. 최소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에서 1인의 견제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이대로라면 개정상법은 상장사와 주주 모두에 악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주주 차원의 알 권리 충족이나 의결권 행사는 주주자본주의에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다. 이를 위한 개정상법의 취지에도 공감한다.

그러나 주총은 자본시장의 근간인 상장사가 사업을 결산하고 인준받는 중요한 행사다. 사업에 대한 미래 지향적인 의견이 오가야 할 주총을 앞두고 상장사들이 각종 규제에 몸살을 앓으며 곁가지에 치중하고 있단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시험대에 오른 올해 주총시즌이 상장사와 주주 모두의 상생을 위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

/한수연 기자(papyrus@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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