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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에 분 'ESG 경영' 바람…지배구조 개혁 '속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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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내 ESG 위원회 앞 다퉈 신설·확대…경영 투명성 확보 대책 미비 지적도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기업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에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 바람이 불고 있다. 각 기업들은 이사회에 ESG 경영의 밑그림을 그리는 소위원회를 앞 다퉈 조직하거나 기존 조직을 확대 개편하고, 대표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하는 '거버넌스(지배구조) 개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이사회 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확대 개편하고 ESG 정책과 활동을 심의·의결하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 18일 주주총회 소집 공시에서 기존 '투명경영위원회'를 '지속가능경영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정관 변경 안건을 상정했다. 현대차와 기아도 조만간 이사회를 거쳐 이와 같은 취지로 정관을 변경하는 주총 안건을 확정하고 공시할 계획이다.

현대차 등 3사는 각각 지난 2015년 이후 내부거래 투명성 확보, 주주권익 보호, 대규모 투자 검토 등 주주가치 제고와 주주 소통강화를 위해 이사회 내에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투명경영위원회'를 신설했다.

'지속가능경영위원회'는 기존 '투명경영위원회' 역할에 더해 ESG 분야로 안건 논의 범위를 넓혀 회사의 ESG 정책 및 계획, 주요 활동 등을 심의, 의결하는 권한을 추가로 갖게 된다.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는 '지속가능경영위원회'가 향후 ESG 경영의 실질적 콘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위원회는 ESG 심의·의결 기능의 연장선상에서 회사의 안전보건 계획 등에 대한 검토 권한도 갖는다.

 [사진=현대차그룹]
[사진=현대차그룹]

포스코도 최근 사내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 산하에 ESG위원회를 신설한다고 발표했다. 앞으로 이곳을 통해 탄소중립을 비롯한 환경문제와 안전사고 이슈 등을 직접 관리하고 관련 정책을 수립한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기존 경영지원실 산하에 운영해 온 지속가능경영사무국을 최고경영자(CEO) 직속의 지속가능경영 추진센터로 격상시켰다. 또 전사 지속가능경영의 컨트롤 타워로서의 역할도 강화했다. 경영 전반의 의사결정 과정에 지속가능경영을 더 높은 순위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SK이노베이션은 최근 사회적가치(SV) 담당조직을 ESG전략실로 확대 개편했다. SK에너지는 친환경 프로젝트 담당을 새로 만들었고, SK종합화학은 플라스틱 순환경제 완성을 위한 신규 사업을 총괄하는 '그린비즈 추진 그룹'을 신설했다. 윤활유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역시 '그린성장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었다.

롯데케미칼과 롯데정밀화학, 롯데알미늄, 롯데비피화학 등 롯데그룹 화학사들은 올해를 ESG 경영의 원년으로 삼았다. 또 내부에 친환경 협의체를 만들었을 뿐 아니라 5조2천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도 내놨다. 이들은 오는 2030년까지 친환경 사업 매출 6조원 달성 및 탄소중립 성장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역시 올해 초 ESG 경영 관련 조직을 출범시켰다. 또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사장을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로 선임했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8월 거버넌스위원회에 ESG 경영 관련 이행 사항을 검토·총괄하는 기능을 추가했다. 이름까지 ESG위원회로 바꿨다. 위원장 등 구성원은 모두 사외이사다.

국내 대표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도 ESG 경영 강화에 나섰다. 카카오는 지난달 12일 이사회 산하에 ESG 위원회를 신설했다. ESG위원회는 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전략의 방향성을 점검하고 이에 대한 성과와 문제점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신설 ESG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카카오는 지속가능경영 활동의 기초가 되는 기업지배구조헌장도 공개했다.

네이버는 지난해 10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신설한 데 이어 최근 최고재무책임자(CFO) 산하에 ESG 전담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전담조직은 전사 유관부서에서 추진하는 개별 ESG 추진과제를 관리하고 외부 이해관계자 요구사항에 기반한 가이던스를 제시하며 과제 추진 현황을 기반으로 연 4회 ESG 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한다.

금융권 역시 ESG위원회 신설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KB증권은 지난해 말 ESG 전략 및 정책에 대한 의사결정기구인 ESG위원회를 이사회 산하에 설치했다. 지난해 3월엔 KB금융지주도 이사회 전원(9명)이 참여하는 ESG위원회를 신설했다. DGB금융지주도 지난해 12월 28일 그룹의 지속성장을 이끌기 위한 목적으로 ESG위원회를 이사회 소위원회로 설치했다.

이처럼 각 기업의 이사회가 ESG경영 강화에 나선 것은 ESG 중 G(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서다. 특히 최근 세대교체가 이뤄진 주요 그룹을 중심으로 젊은 총수들이 ESG에 공들이고 있는 것도 어느 정도 영향을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재계 관계자는 "외국계 투자자들이 지배구조를 '기업 지속가능성'의 원천이자 척도로 평가하는 경향이 크다"며 "국내 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새로운 거버넌스 지표를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젊은 총수들 사이에서 지배구조의 '투명성'이 기업가치 창출과 주가 상승의 원동력이라고 인식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다만 일각에선 국내 기업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과 달리 지배구조에 대한 대책이 소홀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ESG 경영을 내세운 해외 기업이 지배구조에 대한 대책에 집중하고 있는 것에 비해 국내 기업들은 환경(E)과 사회적 책임(S)에만 몰두할 뿐 경영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대책은 제대로 내놓고 있지 않다는 지적이다.

재계 관계자는 "국내 기업은 총수를 중심으로 경영이 이뤄지고 있어 글로벌 기업에 비해 지배구조에 관심을 가진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편"이라며 "환경, 사회 등 돈을 들이면 쉽게 변화할 수 있는 분야에 좀 더 집중했던 게 사실"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코로나19 여파로 친환경 이슈가 부각돼 기업 경영의 핵심이 된 것도 지배구조에 대한 관심을 상대적으로 부족하게 만들게 된 원인"이라며 "앞으로 각 기업들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의 분리, 거수기 노릇을 하는 이사회 개혁 등 경영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좀 더 적극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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