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윤지혜 기자] 모바일 강자인 카카오가 콘텐츠 공룡으로 거듭난다.
국내 최다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카카오페이지와 콘텐츠 제작·기획 역량을 갖춘 카카오M을 합병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출범, 한국형 디즈니로 글로벌 시장을 공략한다는 방침이다.
내수기업으로 여겨졌던 카카오가 본격적인 해외 진출 발판을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5일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은 각 이사회에서 합병을 결의했다. 양 사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최종 승인을 받은 후 3월 1일 합병을 완료할 계획이다. 합병 비율은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이 1대 1.31로, 각 1대 0.6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기존 김성수 카카오M 대표와 이진수 카카오페이지 대표가 각각의 사업을 이끌 예정이다.
양 사 합병 시 연 매출은 약 1조원으로, 연결되는 자회사·관계사만 50여개에 달한다. 카카오 자회사 간 이같은 대규모 합병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는 약 8천500개의 웹툰·웹소설 지식재산권(IP)을 드라마·영화화할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게 됐다. 카카오M은 배우 매니지먼트 7개사와 음악 레이블 4개사를 비롯해 다수의 드라마·영화·공연 제작사를 산하에 뒀다. 최근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카카오tv를 선보여 모바일 특화 콘텐츠 시장을 개척 중이다.
예컨대 웹툰 원작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이태원 클라쓰'의 경우, 과거엔 카카오페이지가 IP 사업만 했으나 앞으로는 영화·드라마도 직접 제작해 카카오tv 등에서 유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카카오M 계열 매니지먼트 소속 배우가 출연하거나, 음악레이블 소속 가수가 OST를 만드는 등 계열사 시너지도 높을 전망이다.
즉, 카카오형 K콘텐츠의 서막이 오른 셈이다.
카카오는 "엔터테인먼트 산업 내 네트워크는 물론, 스토리 IP 확보를 위한 CP(콘텐츠제작사)부터 가수·배우 등 아티스트, 음악·영화·공연·드라마 기획·제작사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와 장르를 아우르는 가치사슬을 확보했다"라며 "과감한 투자와 전략적 제휴로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춘 선도 기업으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총알 수혈 나서나…국내외 IPO 관심
업계에선 합병법인이 국내외 IPO(기업공개)를 통해 자금 수혈에 나설 것으로 전망한다. IP 확보부터 콘텐츠 제작까지 그야말로 '쩐의전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네이버는 글로벌 웹소설 플랫폼 왓패드(Wattpad) 지분 100%를 6억 달러(한화 약 6천533억원)에 인수키로 했다. 이는 네이버 역사상 최대 인수·합병(M&A)이다. 네이버는 왓패드 IP를 활용해 글로벌 영상 사업을 전개할 예정이다. 또 네이버는 앞서 콘텐츠 제작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CJ ENM 및 스튜디오드래곤과 총 3천억원의 규모의 지분을 맞교환했다.
업계 관계자는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 시장이 확대되면서 콘텐츠 업계에도 '드라마 잘 만들면 먹고산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원래 콘텐츠 산업 속성은 돈 먹는 하마"라며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데 반해, 카카오페이지와 카카오M의 이익 규모가 크지 않아 상장을 통해 자금 수혈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투자증권에 따르면 양 사 합병 시 영업이익은 700억원 규모다.
실제 카카오페이지는 지난 2019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상장 주관사로 선정하고 관련 절차를 준비해왔다. 증권가에선 4조원대인 카카오페이지 기업가치가 이번 합병으로 7조원대까지 급증할 것으로 내다본다. 여기에 카카오의 일본 웹툰 플랫폼 '픽코마' 인기에 힘입어 합병법인의 일본 상장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김현용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합병법인 매출 구성은 웹툰·웹소설 55%, 음원유통 25%, K팝 매니지먼트 10%, 드라마 제작 등 기타 10%로, 음원유통을 제외한 나머지 산업은 고성장 및 시장점유율의 공격적 확대가 예상돼 추후 상장 시 높은 멀티플(이익 대비 시가총액 배수)을 기대할 수 있다"라며 "합병법인 시총으로 7조원까지 기대된다"라고 분석했다.
◆카카오, 오랜 숙원 풀까…해외 콘텐츠 시장 발판 마련
이번 합병으로 카카오는 오랜 숙원이었던 해외 시장 진출 발판을 얻게 됐다.
네이버의 모바일 메신저 라인과 달리, 카카오는 카카오톡이 해외 시장에서 외면 받으면서 내수기업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가 지난해 한국인터넷기업협회 20주년 기념 인터뷰에서 "20년 이후 인터넷 기업들이 어떻게 성장할 수 있을지 고민한다"라며 "카카오의 화두는 글로벌화"라고 말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픽코마의 성공은 카카오의 새로운 기회로 다가왔다. 카카오재팬이 2016년 선보인 픽코마는 일본 만화 플랫폼 대비 후발주자임에도 불구하고 매년 매출이 2배 이상 증가하며 지난해 일본 앱 시장에서 비 게임부문 1위를 차지했다. 기존 1위였던 '라인망가'를 제친 것이다. '나혼자만 레벨업' 등 한국형 웹툰이 만화 종주국 일본 이용자들이 호응한 것이다.
여 대표는 앞선 인터뷰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모바일 콘텐츠 소비가 크게 성장했다"라며 "(이런 소비행태가) 웹툰·웹소설 IP를 기반으로 한 영화·드라마로 확장되고 K콘텐츠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콘텐츠 시장이) 훨씬 더 확대될 수 있는 기반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런 점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카카오의 글로벌 사업 첨병이 될 전망이다.
카카오는 "합병법인은 양사가 축적한 IP 비즈니스 노하우와 역량을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쳐 콘텐츠 IP의 확장과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것"이라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강력한 슈퍼 IP의 기획·제작에 역량을 집중하는 동시에, 차별화된 콘텐츠 경쟁력 확보를 위해 다양한 시너지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윤지혜 기자 ji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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