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16조 원대 거래 규모로 이커머스 업계 1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베이코리아가 인수합병(M&A) 시장 매물로 나오면서 누가 인수할 지를 두고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롯데, 신세계 등 주요 유통 기업과 사모펀드 등이 유력한 인수자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과거 여러 기업의 인수를 검토한 바 있는 롯데의 이번 선택에 이목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이베이는 지난 19일(현지시간) 공식 성명을 내고 "한국 사업을 위한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모색, 검토, 평가하는 과정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베이코리아는 지난 2018년 말부터 매각설에 휩싸인 바 있으나, 미국 본사의 공식 입장이 나온 것은 이번이 최초다.
이베이코리아는 현재 국내 오픈마켓시장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지난 2019년 매출은 1조954억 원이었고, 영업이익은 615억 원을 기록하고 있어 '알짜 매물'로 꼽힌다. 쿠팡, 11번가 등 경쟁사가 빠른 속도로 시장을 잠식하는 가운데에서도 이 같은 안정성은 유지되고 있다.
◆과거 11번가·티몬 인수 검토…"'롯데온'만으로 힘들어"
이에 업계의 시선은 롯데에게 집중되고 있다. 과거 롯데가 11번가, 티몬 등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 인수를 검토한 적이 있던 데다 기존 인력 중심으로 론칭된 '롯데온'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이 낮아 이베이코리아 인수로 재기를 노릴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다.
롯데는 지난해 4월 통합 이커머스 플랫폼 '롯데온'을 출범시켰으나, 유통 사업 내 성장 동력의 구심점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롯데는 총 3조 원을 투자해 '롯데온'을 론칭했으나 느린 배송, 고객센터 불통, 낮은 가격 경쟁력, 불안정한 시스템 등 총체적인 문제를 드러내며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는 상태다.
또 경쟁사인 신세계가 'SSG닷컴'을 출범시킨 데 비해 다소 늦게 경쟁력 키우기에 나선 데다 기존 업체들이 단단한 '유리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 구도를 깨는 것에도 한계를 보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앞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최근 사장단 회의에서 '롯데온'의 성과를 의식한 듯 "업계에서 가장 먼저 사업을 시작했음에도 부진한 사업군이 있는 이유는 전략이 아닌 '실행'의 문제였다"며 "이로 인해 롯데의 잠재력이 시장에서 인정 받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에 업계는 이같은 상황을 고려해 볼 때 국내 대기업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 뛰어든다면 롯데가 선두권에 진입할 가능성이 높다고 관측했다. 이커머스 시장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음은 물론, 전국에 퍼져있는 오프라인 인프라를 활용해 신선식품과 배송 경쟁이 주를 이루고 있는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다는 예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는 이커머스 시장에 뛰어드는 게 다소 늦어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일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기존 오프라인 인프라와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는 만큼, 국내 대기업이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롯데도 관심을 가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롯데온, '5조' 투자 여력 있을지 의문"
다만 이 같은 예측에 대한 반대 의견도 나오고 있다. 롯데온이 론칭 초기 우여곡절을 겪고 지금도 시장 내 영향력이 높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해 여름 재고면세품 판매를 계기로 주류 이커머스 플랫폼 중 하나로 올라서 점진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롯데온의 지난해 12월 매출액은 출범 초기 대비 131% 늘어났다. 같은 기간 롯데온에 입점한 셀러 수도 2배 늘었고, 이들 중 매출 실적이 있는 셀러 수 역시 108% 성장하며 전체 매출을 키우는 데 힘을 보탰다. 또 멤버십 개편을 통한 고객 '록인' 전략도 효과를 나타내고 있으며 유료 멤버십 회원인 '롯데오너스' 수도 63.7% 증가했다.
이에 롯데는 지난해 '안정화'에 집중했던 롯데온을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이다. 롯데온 관계자는 "올해는 그로서리(신선식품) 상품 경쟁력을 기반으로 트래픽 및 충성 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롯데가 롯데온 육성을 집중적으로 추진하는 가운데, 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이베이코리아의 몸값을 투자할 이유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할 경우 오픈마켓에 편중된 사업 구조를 재편하기 위한 추가적 투자도 필요해 더 큰 부담이 예상되는 것도 인수에 선뜻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이유로 꼽았다.
업계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안정적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수수료 기반 오픈마켓인 만큼, 5조 원이라는 가격을 지불하고 인수할 국내 대기업이 있을지 의문"이라며 "롯데도 수 차례 롯데온을 중심으로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만큼 오픈마켓 경쟁력 강화만을 위해 이 정도의 비용을 지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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