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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에 도움 못된 삼성 준법감시위, 향후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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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 "실효성 의문" 판단에 명분 약화…삼성, 이재용 독립·지속 보장 약속 지킬 듯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한 뒤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사진=조성우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그룹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한 뒤 그 대가로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지난 2017년 2월 기소됐다. [사진=조성우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삼성 준법감시위원회가 실효성을 충족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이를 양형에 반영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재판부가 요구한 '준법 감시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위해 지난해 1월 출범 시킨 준법감시위원회가 결국 실효성을 인정받지 못하면서 향후 운영에 대한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판부는 삼성 준법위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이 있는 지를 판단해 이를 양형 조건으로 고려할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으나, 최근 이에 대한 평가를 두고 잡음이 일자 결국 이를 반영시키지 않았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이 이날 징역 2년 6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이 된 이유는 재판부가 준법감시위 활동에 대한 실효성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송영승 강상욱 부장판사)는 "삼성의 새로운 준법감시제도는 일상적인 준법감시 활동과 이 사건에서 문제가 된 준법행위에 맞춘 감시활동을 하고 있다"면서도 "하지만 발생 가능한 새로운 위험에 대한 상대적인 위험예방과 감시활동까지 하는 데 이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삼성그룹에서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조직에 대한 준법감시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며 "준법감시위와 협약을 맺은 7개 회사 외의 회사들에서 발생할 위법행위 감시체계도 확립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가 이 같은 결론을 내린 것은 준법감시위 활동을 평가하기 위해 3명의 전문심리위원을 지정해 활동 평가 보고서를 작성케 하고 이를 공개했으나, 이에 대한 잡음이 끊이지 않았던 영향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앞서 삼성 준법감시제도의 실효성 문제를 두고 이 부회장 측과 특검 측은 의견이 팽팽하게 대립해 눈길을 끌었다. 이 부회장 측은 점검 항목만 한정해 결론을 내리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보고 원인·보완책 등 종합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고 한 반면, 특검 측은 이 부회장 측이 구체적 근거 없이 자의적 결론을 내렸다고 지적하며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

또 특검은 삼성 준법감시위에 대한 전문심리위원단의 의견이 2대 1로 삼성에 부정적인 평가가 다수였다고 주장했으나, 이 부회장 측은 실효성과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취지로 주장한 바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결국 이날 이 부회장에게 실형을 선고함으로써 삼성 측이 만족할 만한 움직임을 취하지 않았다고 결론 내렸다. 다만 이 부회장이 횡령으로 인정된 금액 전부를 반환한 점, 대통령의 요구를 거절하기가 현실적으로 매우 어려운 점 등은 고려했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지난 결심공판에서 눈물을 흘리며 '준법 경영'에 대한 의지와 함께 재판부의 선처를 호소했으나, 이날 실형을 선고 받자 힘 없이 주저 앉았다. 이 부회장은 재판 말미에 발언 기회를 얻었지만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도 말했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인 법무법인 태평양의 이인재 변호사는 "이 사건의 본질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직권남용으로 기업이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당한 것"이라며 "그런 점에서 재판부의 판단은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사진=뉴시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사진=뉴시스]

이에 재계에선 삼성 준법감시위가 향후 삼성 내에서 어떻게 운영될 지를 두고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일각에선 이번 일로 준법감시위가 유지될 명분이 많이 약화됐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 같은 상황 속에 삼성 준법감시위를 이끌고 있는 김지형 전 대법관은 이날 재판 이후 별 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은 채 침묵하고 있다. 다만 오는 21일 정기 회의와 이달 26일 삼성 7개 계열사 최고경영자 간담회는 예정대로 진행키로 한 만큼, 김 위원장이 이르면 21일께 이와 관련한 의견을 밝힐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이번 일과 관련해 특별한 입장이나 논평은 내놓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도 준법위의 조직과 활동은 계속 보장할 것이란 입장이다. 재판부가 요구한 것과 별개로 이 부회장 스스로 준법위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존중하고 있는 만큼 기존대로 독립성과 지속적인 활동을 보장할 것이란 방침이다.

앞서 이 부회장도 지난 11일 준법위 위원들과 만나 이를 약속한 바 있다. 지난달 최후진술에선 "준법위 위원들을 정기적으로 보고 저와 삼성에 대한 소중한 질책도 듣겠다"고 밝힌 바 있다.

준법감시위 역시 재판부의 지적들을 의식한 듯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새로운 유형의 준법의무 위반을 사전에 대응하기 위한 체계를 더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준법감시위 관계자는 "최고경영진의 준법위반 리스크 유형화 및 이에 대한 평가지표, 점검항목 설정에 관해 외부 용역을 발주하기로 했다"며 "어떤 곳에 맡길 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은 상태로, 향후 복수의 기관을 대상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한 후 결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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