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업계에 따르면 정지원 손해보험협회장은 최근 신년사에서 "실손보험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근본적인 개선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보험금 누수, 손실 확대 그리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 구조를 끊어내기 위해서는 낭비되는 보험금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다.
실손보험은 3천800만명이 가입해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는 등 국민 건강과 밀접한 상품이다. 하지만 일부의 의료쇼핑으로 인해 만성 적자 상태에 빠지면서 보험사들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지난 2019년 실손보험 위험손실액은 2조8천억원이였고, 위험손해율은 133.9%로 지난 2016년 131.3%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 위험손해율은 131.7%로 전년 대비 2.6%포인트 증가했고, 1조4천억원 가량의 위험손실액이 발생했다.
이로 인해 올해 보험료가 10% 가량 인상된다. 보험사들은 만성적자로 인해 20% 이상 인상을 주장했지만 금융당국이 인상폭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말 금융위원회는 2009년 이전에 판매된 구실손보험은 15~17%, 2009년부터 2017년까지 판매된 표준화 실손보험은 10~12%를 올리고, 2017년부터 도입된 신 실손보험은 동결해달라는 의견을 각 보험사들에게 전달했다.
보험료가 오르게 되자 가입자들의 불만도 폭증하고 있다. 대부분의 가입자들이 보험금을 거의 청구하지 않았음에도 보험료가 오르기 때문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전체 가입자의 65.7%가 보험금을 아예 청구하지 않았다.
내년 하반기 출시되는 4세대 실손보험의 연착륙 여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당국은 실손보험이 국민 의료비 부담을 경감하는 건강한 사적 사회 안전망 기능을 지속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4세대 실손보험을 출시하기로 했다. 새 상품은 자기부담금과 통원 공제금액을 올리는 대신 보험료가 다른 실손보다 저렴하다.
또한 보험료 상승의 주원인인 비급여를 특약으로 분리하고, 비급여 의료이용량과 연계한 보험료 차등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적용 단계는 5등급으로 1단계는 보험료를 할인 받고, 2등급은 동결, 3~5등급은 할증된는 구조다. 재가입주기도 15년에서 5년으로 단축된다.
정 회장은 "4세대 실손보험을 시장에 연착륙시켜 무분별한 의료 쇼핑을 막아야 한다"며 "백내장·영양주사 등 과잉진료가 빈번한 일부 비급여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의 관리대책이 조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10년이 넘도록 공회전 상태인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도 계속 추진될 전망이다.
정 회장은 "소비자들이 불편함을 호소해 온 번거로운 보험금 청구 절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실손보험금의 청구 간소화를 위한 입법 작업도 관계 기관과 협의해 나가겠다"고 언급했고, 정희수 생명보험협회장도 신년사를 통해 "실손보험금 청구 전산화 사업의 조속한 시행을 통해 의료기관, 소비자, 생보사가 상호 윈윈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의 핵심은 가입자가 자신의 영수증을 일일이 보험사에 발송하는 대신에 의료기관이 증빙서류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전산망을 통해 보험사에 전송하는 것이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지급받기 위해서는 의료기관에 직접 방문해 보험금 청구에 필요한 증빙 서류를 병원에서 발급받은 후 우편·팩스·이메일·스마트폰 앱 등으로 보험사에 제출해야 한다.
이러한 번거로움으로 인해 보험금이 소액인 경우 청구를 포기하는 사례가 빈번했다. 지난 2009년 국민권익위원회가 제도 개선을 권고한 이후 청구 과정을 개선하기 위한 시도가 있었지만 번번히 의료계의 반대로 인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고용진·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지만 자동 폐기됐다. 21대 국회 들어서도 양 의원이 다시 법안을 대표발의했고, 야당 의원인 윤창현 의원도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하면서 후반기 국회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은 대다수의 국민들이 가입한 상품인 만큼 정상화를 위해 보험업계도 노력하고 있다"며 "특히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국민들의 편의성이 대폭 개선될 수 있는 법안이기에 통과가 꼭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허재영 기자 huropa@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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