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여당의 총선 공약이었던 유통산업발전법(유통법) 개정안이 연내 국회 통과가 어려워졌다. 유통업계는 잠시간의 시간을 번 것에 대해 안도하면서도 본격적인 법안 심의가 진행되기 전 업계 의견 수렴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15개 유통법 개정안 중 소관 위원회(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위원회)의 소위 심사를 통과해 가결된 법안은 이장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1명이 발의한 1건 뿐이다.
이 법안에는 지난 11월 23일부로 만료된 전통상업보존구역 및 준대규모점포에 대한 현행 규제 존속 기간을 5년 연장하는 내용이 담겼다. 나머지 14개 법안들은 현재 소위 심사 절차에 머물러 있거나 심사에 들어가지 않았다. 소위가 지난달 26일 사실상 종료된 만큼 연내 통과가 어려울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업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고 있다. 해당 법안들이 이전보다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발의된 15개 법안 중 절반이 넘는 8개는 대형 유통업체 규제를 강화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현재 대형마트에만 적용되고 있는 의무휴업일을 복합쇼핑몰, 백화점 등 타 업태를 포함시키고 출점 제한 범위를 20배 확대하는 등이 대표적인 개정안 내용이다.
이 같은 법안이 적용되면 업태를 가리지 않고 모든 대형 유통업체는 전통시장 반경 20km 이내에 신규 출점을 할 수 없다. 또 백화점과 복합쇼핑몰 등도 대형마트와 마찬가지로 2주에 1회씩 의무 휴업을 단행해야 한다. 반면 대형 유통업체의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은 3개 법안에만 담겼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입은 한 해를 보낸 가운데 내년 규제 강화가 확정될 경우 더욱 곤란한 상황에 처했을 것"이라며 "어려운 시국에 1년이나마 시간을 벌게 돼 다행"이라고 밝혔다.
앞서 업계는 유통법 개정안이 전통시장, 소상공인 보호에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대형마트를 10년 동안 규제했지만 의도했던 전통시장의 성장이라는 결과는 낳지 못했고, 이커머스, 편의점 등 다른 형태의 오프라인 업태의 성장만이 이어졌다는 비판이다.
실제 지난 9월 한국유통학회가 발표한 '유통규제 10년의 평가 및 대중소유통 상생방안' 연구 결과에 따르면 5억 원 미만 소형 슈퍼마켓 점포 수의 비중은 지난 2014년 87.7%에서 지난해 83.7%로 4.6% 줄어들었고, 같은 기간 시장 점유율은 1.5% 내려앉았다.
서덕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지난 7월 대한상의가 개최한 웨비나 자리에서 "유통산업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과 납득할 만한 평가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업계는 내년 진행될 유통법 개정 과정에서 업계의 수렴 절차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와 같이 일방적인 주장만을 수용한 형태의 법 개정이 이뤄졌을 경우 전통시장을 포함한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특히 백화점, 복합쇼핑몰과 같이 취급 상품 및 입지의 차이로 전통시장·소상공인 업체와 주력 소비층이 겹치지 않는 업태에 대해서는 오히려 규제를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정이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도 올해 못지않게 어려운 상황을 겪게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규제 강화 일변도의 유통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업계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며 "법안 제정 과정에서 업계와의 적극적 소통을 기대하며, 여러 현실적 사안을 고려해 규제 완화에 대한 내용도 개정안에 담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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