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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운명 쥔 삼성준법위 평가 두고 '잡음'…고민 깊어지는 재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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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심리위원 사이서 평가항목 두고 의견 불일치…여론전 주장에 삼성 '발끈'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정소희 기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양형 판단에 영향을 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평가를 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특히 평가를 맡은 3인의 전문심리위원들의 보고서를 두고 삼성이 유리한 여론 형성을 시도했다는 일각의 주장이 나온 한편, 전문심리위원들 사이에서도 평가와 관련된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나타나 양형 반영을 앞둔 재판부가 이를 어떻게 할 지를 두고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1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은 지난 18일 홈페이지 새소식란을 통해 '전문심리위원이 이달 14일자로 최종 제출한 전문 심리위원 보고서'를 공개했다.

보고서를 살펴보면 재판부가 직권 선정한 강일원 변호사, 특검과 이 부회장 변호인 측이 각각 추천한 홍순탁 회계사와 김경수 변호사 등 3명의 위원은 공동으로 조사·점검 작업을 진행했으나 의견 일치를 보지 못했다. 이에 각자 평가 보고서를 낸 후 이를 묶어 전체 82쪽의 보고서를 재판부에 제출했다.

보고서에서 홍 회계사는 대부분의 점검 항목에서 '부정' 평가를 내렸고, 김 변호사는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사실상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게 된 강 변호사는 전반적으로 준법위의 실효성을 인정하며 '합격점'을 줬다.

다만 각 심리위원은 당초 5개 부문으로 나눠 총 18개 공통 점검 항목을 만들었으나, 각자 보고서에는 이와 무관하게 개별 점검 항목을 나열한 뒤 평가 결과를 진술해 논란이 되고 있다. 한 달이라는 짧은 평가 기간 탓에 3명의 위원들이 평가 기준을 제대로 합의하지 못한 것이다.

이 부회장 측이 추천한 김 변호사는 18개 평가항목이 위원 3인이 모두 동의한 객관적 잣대가 아니라는 취지의 의견을 내 눈길을 끌었다. 또 김 변호사가 3인이 합의한 18개 항목에 더해 총수 준법의지 등 평가항목을 제시하며 긍정 평가를 내리자 홍 변호사는 평가 사후에 점검 항목을 바꾼 것은 절차적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여기에 김 변호사는 평가항목 선택은 전적으로 위원들에게 재량이 주어진 부분이라고 주장하며 다른 2인의 위원과 달리 18개 항목 중 5개에 대해 평가하지 않았다.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사진=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사진=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이처럼 위원들 사이에서도 제대로 된 의견 합의를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일각에선 삼성이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와 관련해 유리한 여론 형성을 위해 사실과 다른 내용을 언론에 알렸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특히 이번 재판에서 '캐스팅 보터' 역할을 하고 있는 강 변호사의 평가를 두고 일부 언론 매체는 강 위원이 18개의 평가 항목 가운데 ▲9개 미흡 ▲7개 다소 미흡 ▲1개 의견 없음 ▲1개 긍정 등의 평가를 내렸다는 자체 분석 결과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같은 날 삼성 측이 담당 기자들에게 심리위원 평가와 관련해 유리한 '참고자료'를 배포했다고도 강조했다.

이에 참여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은 반발했다. 삼성이 준법위 평가 결과를 왜곡하고 여론조작 행위에 나섰다고 판단해서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삼성의 언론 조작 행위에 대해 강력하게 규탄한다"며 "이 부회장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위 평가 결과를 양형에 반영하려는 시도를 즉각 중단하고, 이 부회장 측의 반성없는 태도를 반영해 일벌백계 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를 두고 삼성은 일부 매체가 사실과 전혀 다른 보도를 했을 뿐 아니라 상식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며 반박했다. 또 여론은 결코 조작 대상이 될 수 없고, 삼성이 준법위 협약사로서 준법 경영과 관련해 설명하는 것은 당연하다고도 주장했다.

삼성은 이날 뉴스룸을 통해 "(관련 보도는) 지난 18일 법원 결정에 따라 일반인들에게도 공개된 전문심리위원 최종 보고서의 내용을 잘못 분석한 것으로, 전체 취지와도 맞지 않다"며 "최종 보고서에서는 강 위원의 긍정 평가가 부정 평가보다 훨씬 많았고, 실제로 보고서가 공개된 이후 내용을 분석, 보도한 언론들도 이런 평가를 내렸다"고 말했다.

이어 "전문심리위원 보고서와 관련된 잇단 보도는 몇몇 매체가 지난 16일 보고서를 단독으로 입수했다며 각각 분석, 보도한 게 발단이었다"며 "이후 다른 여러 매체가 이들 기사의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당사를 포함한 여러 경로를 통해 취재를 했고, 이에 대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를 성실하게 설명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삼성은 "당시 최종 보고서는 일반 공개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묻기 위해 당사에도 전달된 상태였다"며 "기업이 여론을 조작할 수 있다는 발상 자체에 우려를 표한다"고 했다.

더불어 삼성은 준법감시위원회와 협약을 맺은 7개 관계사 가운데 하나로, 준법경영 의지를 왜곡하고 신인도를 훼손하는 보도에 대해 사실관계를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은 당연한 책무라고도 강조했다.

삼성 측은 "준법감시위원회는 당사의 준법 의무를 독립적으로 감시, 통제하고 있다"며 "이에 따라 회사와 임직원, 주주 등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일방적 보도를 한 데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힌다"고 말했다.

한편 이 부회장은 이날 뇌물공여 등 혐의와 관련된 '국정농단' 파기환송심 재판에 출석하기 위해 2주만에 서울고등법원에 출두한다.

오는 30일 결심 공판과 내년 초로 예정된 선고까지 거치면 사건은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날 공판에선 전문심리위원단의 최종 평가 결과에 대한 특검 측 의견과 이 부회장 측 입장이 공개될 예정이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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