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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과학 육성 앞장 선 이재용…인공 시냅스·메타 광학 물질 성과 이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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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 지원 받은 연구진, 국제 학술지에 연이어 실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기초 과학' 육성 움직임이 점차 결실을 맺고 있다. 특히 이번에는 뇌공학, 메타 광학 물질 분야 등 삼성전자의 '미래기술육성사업'으로 선정된 연구들이 잇따라 세계적 권위의 국제 학술지에 실리면서 주목 받고 있다.

26일 삼성전자 뉴스룸에 따르면 남기태 서울대학교 재료공학부 교수는 이윤식 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권장연 연세대학교 글로벌융합공학부 교수와 진행한 공동 연구를 통해 세계 최초 펩타이드로 인공 시냅스 구현에 성공했다. 이들은 지난 2014년부터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의 지원을 받았다.

뇌의 정보 처리 방식에 가까운 인공 시냅스를 만들어낸 남기태 교수의 이번 연구 성과는 지난 19일(영국 현지시간) 세계적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다.

남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인간의 몸 속에서 신경세포 '뉴런'과 뉴런 사이의 접합부 역할을 하는 신경섬유 '시냅스'는 뇌로 들어오는 정보를 저장하고 처리하는 연산 기능을 담당한다. 또 여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병렬 연산이 가능해 매우 적은 에너지로도 복합한 연산을 빠르게 수행할 수 있다.

최근에는 시냅스의 효율성을 모방해 인공지능 반도체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돼 왔다. 그러나 전기로 작동하는 전자 소자로 '이온'의 움직임이 중요한 시냅스의 연산 메커니즘을 모사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시냅스와 같은 효과를 내기 위해선 전자 소자 내부에서도 이온의 이동이 원활하고 움직임 제어도 가능해야 하지만, 기존 전자 소자에 사용되는 물질들은 이온의 움직임을 통제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이에 남 교수 연구팀은 인체를 구성하는 생체 물질인 '펩타이드'에서 해결책을 찾았다. 펩타이드는 생명체에서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로, 20가지의 아미노산이 어떤 조합으로 이뤄지는지에 따라 전기·화학적 기능이 달라진다.

연구진은 아미노산을 특정 방식으로 조합해 이온-전자 신호전달 메커니즘을 모사할 수 있는 펩타이드를 개발했고, 이를 가지고 인공 시냅스 소자를 세계 최초로 구현했다. 해당 소자는 전기를 사용해 정보를 저장하고 연산하는 기능을 수행할 뿐 아니라 전기 없이 수소이온만으로도 기능 수행이 가능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남기태 교수는 "이번 연구는 펩타이드의 재료적 우수성을 활용해 생명체의 효율성을 정밀 모사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며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반도체 연구의 기반이 될 기술을 마련한 것"이라고 밝혔다.

남기태 서울대 교수 연구팀.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남기태 서울대 교수 연구팀.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노준석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교수는 메타광학물질의 성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성과는 지난달 미국 화학회에서 발간하는 학술지 'ACS 나노'에 실렸다.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은 지난해부터 이 연구를 지원해왔다.

메타광학물질은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에서는 나타나지 않는 광학 현상을 구현할 수 있는 물질로, 영화에 등장하는 투명망토가 대표적인 사례다. 가시광선의 파장과 비슷한 크기의 나노 구조체를 이용해 제작하며 보통은 구조가 일정한 패턴으로 배열돼 있다. 구조체의 간격 배열에 따라 광학 성능이 극대화된다는 사실은 알려져 있으나 그 원리는 미궁 속에 빠져 있었다.

노 교수팀은 나노 구조체가 특정한 간격에 있을 때 그 안에 빛이 갇히게 돼 광학 성능이 급격히 증가함을 발견했다. 나노 구조체의 크기와 간격을 조정해서 빛의 반사와 투과 정도를 임의로 제어할 수 있음을 이론으로 정립한 것이다.

이들은 비정질 실리콘 내부에 수소를 주입해 빈 공간을 확보하면 가시광선이 더 많이 통과할 수 있고, 그로 인해 광학 성능이 높아질 것이라는 아이디어에 주목했다. 메타광학물질에 관한 새로운 이론에 신규 재료를 도입함으로써 메타광학물질의 성능을 기존 대비 3배 이상 향상시켰다.

노 교수는 "이번 연구에서 제시한 이론은 나노 구조체를 이용한 메타물질 설계의 근본적인 메커니즘을 규명한 것"이라며 "이 기술을 활용해 차세대 초박막 컬러 필터, 위변조 방지 장치 등에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포스텍 기계공학과·화학공학과 노준석 교수 [사진=삼성전자 뉴스룸]

이처럼 이들의 연구 성과는 삼성전자가 과학 기술 육성을 위해 과감히 투자한 것이 주효했다. 이는 "미래 산업 발전하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튼튼해야 한다"는 이재용 부회장의 기초과학 육성 의지가 반영된 결과다.

삼성전자는 삼성미래기술육성사업을 통해 지난 2013년부터 지금까지 634개 과제에 8천125억원을 집행했으며, 국제학술지에 총 1천294건의 논문이 게재되는 성과를 거뒀다. 또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 속에서도 2022년까지 미래기술육성사업에 총 1조5천억 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국내 대학들의 미래 기술과 인재 양성을 지원하기 위해 산학협력에 1천억 원 이상의 금액도 투자한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국내 기초과학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 내년부터 호암과학상을 물리·수학 부문과 화학·생명과학 부문으로 확대 개편해 과학기술 분야에 대한 지원도 늘릴 계획이다. 호암과학상을 확대한 것도 이 부회장의 제안에 따라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올해 초 반도체를 담당하는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사장단 회의에서 "급변하는 환경 속에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핵심은 장기적이고 근원적 기술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지난 50년간 지속적 혁신을 가능하게 한 원동력은 어려운 시기에도 중단하지 않았던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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