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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엄살 아니다" 재계 호소 귀 닫은 정부, '기업규제 3법' 강행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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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뜻대로 상법 고치면 '누더기법' 될 것…투기자본 위협, 엄살로 치부해선 안돼"

전경련 기업규제3법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 간담회 [사진=전경련]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재계가 상법 개정안·공정거래법 개정안·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 등 이른바 '기업규제 3법'의 국회 통과 추진에 반대 의견을 끊임없이 내놓고 있지만 '울림없는 메아리'에 그치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재계의 하소연도 정부와 여당이 여전히 기존 입장을 견지하고 있어서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전경련 콘퍼런스센터에서 진행된 '한국상사법합회 역대 회장 초청 공정경제 3법 긴급 좌담회'에 참석해 "기업규제 3법이 발의된 직후부터 전경련을 위시한 거의 모든 경제단체가 반대성명을 냈다"며 "국회도 찾아가 의원들을 설득했지만 기업의 절박한 호소가 무시됐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경제단체들은 올해 여러 차례 정부·여당 측에 기업들이 우려하는 부분에 대해 전달했다. 특히 지난달 중순에는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등이 여당 측과 만나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달라고 강하게 요구했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경총은 지난 6일 법무부에 집단소송법 제정안 및 상법 개정안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 목소리가 담긴 의견서도 전달했다.

이 과정에서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발언도 주목 받았다. 박 회장은 "이번 법개정을 둘러싸고 여야는 물론 정부, 기업 등 어느 한 쪽이 강변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닌 것 같다"고 운을 띄운 후 '공정경제 3법' 연내 처리에 대해 신중하게 검토해 줄 것을 요청했다.

또 박 회장은 규제가 과연 필요한지, 사안별로 봐서 해결책이 반드시 법 개정 뿐인지, 법 개정을 한다면 현실적 부작용을 어떻게 최소화할 것인지를 여당이 면밀히 고려해달라고 건의했다.

더불어 박 회장은 해결 방법과 대안을 고려해주길 요청하며 여당을 향해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다. 박 회장은 "기업들 일부 문제가 있다 하더라도 병든 닭 몇 마리를 골라내기 위해서 투망을 던지면 그 안에 모인 닭들이 다 어려워지지 않겠나"며 "해결책이 이거 하나인가 생각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전경련 기업규제3법의 쟁점과 문제점 긴급 간담회 [사진=전경련]

하지만 재계의 이 같은 호소에도 정부·여당의 움직임은 지금까지 기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들은 '기업규제 3법'을 연내 강행 처리한다는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다. 다만 재계가 가장 문제 삼고 있는 감사위원 분리선출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을 총 3%로 제한하는 '3%룰'에 대해선 여당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고 있는 상태다.

이에 다급해진 재계는 상사법(商事法) 전문가들까지 끌어들여 '기업규제 3법'의 부당함을 알리고자 나섰다. 이들도 정부가 투기자본의 경영권 침해 등 규제 법안의 부작용을 기업의 엄살로 치부하는 것을 두고 한 목소리로 우려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최완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일각에서 감사위원 1명을 분리선임하는 게 무슨 그리 큰 문제냐고 주장하지만, 이는 기업 실제를 모르는 이야기"라며 "감사위원은 감사 역할도 하지만 이사로서 기업의 중대한 의사결정과 사업전략을 세우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래서 외부 투기세력을 대변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면, 기술유출은 물론 기업경영에 중대한 결정을 늦추거나 왜곡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 교수는 정부 개정안처럼 대주주 의결권이 3%로 제한된 상황에서 감사위원 분리선출이 강제될 경우 이사회 구성에 있어 최대주주의 권한이 상대적으로 약해지기 때문에 결국 주주권 및 재산권 침해 문제를 발생시킨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이사회는 기업의 전략적 의사결정과 업무집행이 이루어지는 가장 중요한 집합체인 만큼, 감사위원 선임시에도 주주들의 의견이 동등하게 반영돼 주주권이 침해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다중대표소송 도입에 대해선 법인격 독립의 원칙이 훼손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김선정 동국대 법학과 석좌교수는 "자회사 문제는 자회사 주주에게 맡겨야지 모회사 주주가 나서는 것은 말이 안된다"며 "근대 사법의 대원칙인 '법인격 독립의 원칙'을 무너트리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공정거래법 개정안에 대해선 갑작스러운 정책변화와 과잉규제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최준선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정부는 1999년 지주회사 제도를 도입한 이래 줄곧 지주회사 규제를 완화해 왔다"며 "이제 와서 의무 지분율을 높이는 등의 움직임은 그간의 정책과 반대로 가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그는 "일감몰아주기 역시 상법에 충분한 규제 장치를 뒀는데, 여기에 공정거래법 규제를 또 만들고 증여세까지 부과하는 것은 과잉규제"라고 덧붙였다.

금융그룹감독법도 옥상옥(屋上屋) 규제라는 주장이 나왔다. 김선정 교수는 "현재 금융회사들을 대상으로 업권별 감독이 시행 중"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공정거래법이 적용되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룹 내 금융계열사들을 추가로 규제하는 것은 지나친 중복·과잉 규제"라고 지적했다.

좌담을 마무리하는 시간에도 토론자들의 입에서 쓴 소리가 이어졌다. 최준선 교수는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한국에서 회사법은 자본주의 핵심 가치를 담아내는 기업 기본법"이라며 "최근 아무런 정당성이나 논리도 없는 포퓰리즘 규정이 대거 도입될 예정이어서 회사법이 매우 혼탁해져가고 있다"고 유감을 표명했다.

최완진 교수 역시 "상법은 모든 상행위와 기업 활동의 기본 원칙을 세우는 법"이라며 "그런데 정권 따라 상법을 자기 뜻대로 고친다면 결국 누더기법이 되지 않겠냐"고 주장하며 안타까워했다.

김선정 교수는 "기업들이 외부 투기자본의 위협을 걱정하면 이를 엄살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며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우리 상법에 경영권 방어수단이 취약한데, 이 상황에서 투기자본이 들어오면 경영권을 공격하며 단기 시세차익에만 몰두할게 뻔하다"고 말했다.

권태신 부회장은 "정부와 여당은 이런 경제계의 호소를 기업들의 엄살로 치부하고 오히려 올해 정기국회 내 원안 통과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며 "세 분의 전문가 모두 기업규제 3법이 우리 상법의 기본 골격을 뒤흔들 뿐만 아니라 주주 권한 강화라는 명분도 충족시키기 어렵다고 한 만큼 이 같은 의견들을 국회에서 귀담아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한다"고 밝혔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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