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코로나19 극복과 경제대전환을 위한 국가 전략인 '한국판 뉴딜'이 내년부터 본격화될 예정인 가운데 투자는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 여파로 유례없이 위축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현 정부가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지만 핵심 경제정책들 간 부조화 영향으로 경제적 성과도 부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한국판 뉴딜'이 성공하려면 재정투자의 경제성 확보와 민간 투자활력 제고가 필수적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12일 '성장 없는 산업정책과 향후 개선방안' 보고서를 통해 재정투자에 대한 예비타당성 평가에서 '경제성'이 강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지난 2018년부터 2년 간 현 정부의 대표적인 산업정책(성장전략)인'혁신성장'의 성과가 매우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경제성장률이 낮았던 것은 물론, 투자 부진은 혁신성장의 가장 아픈 결과라고 지적했다.
특히 설비투자증가율(실질 기준)은 2018년 2.3% 감소, 2019년 7.5% 감소를 기록한 상태로, 투자증가율이 기저효과가 큰 변수임을 감안할 때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기록한 것은 매우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1960년 이후 2017년까지 설비투자가 2년 연속 마이너스성장을 한 경우는 IMF 외환위기(1997~1998년)와 글로벌 금융위기(2008~2009년) 당시 두 차례뿐이었다. 경제위기 없이 2년 연속 설비투자가 마이너스 성장한 경우는 지난 2년(2018~2019년)이 처음이었다.
또 세계은행(World Bank)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최근 2년 연속 투자증가율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국가는 세계 140여 개국 중 아르헨티나·콩고 공화국·수단 등 10개 국에 불과했다. 또 OECD 37개 회원국 중에서는 한국을 포함해 아이슬란드, 터키 3개국뿐이었다.
보고서는 "혁신성장과 밀접한 산업인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전기장비', '기계 및 장비' 제조업에서의 설비투자증가율이 기타 제조업 및 전체산업 수치보다 훨씬 큰 폭으로 감소한 점은 혁신성장의 성과부진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평가했다.
특히 최근 2년간 전체산업의 설비투자증가율은 2018년 2.3% 감소, 2019년 7.5% 하락한데 비해 ▲컴퓨터·전자 및 광학기기 제조업은 2018년 10.2% 감소, 2019년 20.0% 하락을 나타냈다. ▲전기장비 제조업도 2018년 6.7% 감소, 2019년 10.9% 하락으로 전체 평균을 크게 밑돌았다.
이태규 한경연 연구위원은 "최근 2년간 세계 대다수 국가들과 비교해 한국 경제의 투자부진은 심각한 상황"이라며 "특히 혁신성장을 주도할 산업에서의 투자 감소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정부의 혁신성장 정책에 대한 시장신뢰가 매우 낮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도 혁신성장의 중요한 목표로 삼고 있으나,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들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며 "기업경영 주요 지표들 역시 지난 2년간 악화됐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기업 자본생산성 지표인 ▲총자본투자효율은 2017년 18.8%에서 2019년 16.9%로 ▲설비투자효율은 2017년 61.0%에서 2019년 54.8%로 ▲기계투자효율은 2017년 269.8%에서 2019년 249.0%로 떨어졌다.
기업실적 지표의 경우 ▲매출액증가율은 2017년 9.2%에서 2019년 0.4%로 ▲매출액영업이익률은 2017년 6.1%에서 2019년 4.2%로 2년 연속 감소했으며 ▲부채비율은 2017년114.1%에서 2018년 111.1%로 소폭 감소했다가 2019년115.7%로 다시 증가하는 등 주요 지표들이 악화됐다.
보고서는 혁신성장의 경제적 성과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정부 핵심 경제정책들 간의 부조화를 꼽았다. 현 정부가 내세우는 또 다른 핵심 경제정책인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는 그 성격상 혁신성장과는 정반대의 정책방향을 가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생산성에 연동되지 않은 급격한 임금인상,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지배구조 규제와 같은 정책방향은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 창의력이 발휘되는 경제시스템 등을 핵심요소로 하는 혁신기반 성장(innovation-based growth)을 촉진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저해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핵심 경제정책들이 서로 지향하는 바가 다를 경우 정책의 효과는 물론이고 시장이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된다"며 "정책에 대한 신뢰가 부족하면 시장은 미래에 대한 투자를 꺼리게 되는데, 그 결과가 지난 2년의 급격한 투자감소"라고 말했다.
보고서는 '뉴딜'의 재정투자가 민간투자를 유도할 수 있는 효과적인 마중물이 되기 위해서는 시장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여러 경제정책들이 동일한 방향성을 가져야 정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다.
이 연구위원은 "기업규제 3법 등 최근의 기업규제는 지배구조 유지에 막대한 비용을 초래해 혁신에 대한 투자를 저해한다"며 "기업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시장의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정책방향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의원입법 규제영향평가제 도입, 규제비용감축 목표제 도입, 노동개혁 등과 같은 규제개혁을 보다 더 강하게 추진해야 '뉴딜' 정책에 민간이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시장 신뢰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윤경 연구위원은 "규제순응비용은 중소, 중견기업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므로 실효성 있는 개혁이 되기 위해 규제비용감축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바탕으로 정부의 성과를 평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보고서는 '한국판 뉴딜'은 과거 어느 성장전략보다 재정투자 규모가 크다면서 경제성 확보가 정책성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판 뉴딜' 정책의 향후 3년 간 투자액(2020~2022년, 67조7천억 원)은 과거 창조경제의 유사한 기간 투자액의 세 배에 가까운 규모라면서 재정투자의 경제적 성과 확보가 전체 뉴딜 정책의 성공 여부를 가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더불어 보고서는 '한국판 뉴딜' 정책의 최종 목표인 경제 패러다임의 전환은 경제적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이뤄질 수 없다고 지적하며 재정투자의 경제성 확보를 강조했다. 또 재정투자 효율성 확보를 위해 운용 중인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에서 '경제성 평가'는 더 강조되도록 개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연구위원은 "예비타당성조사 제도의 개편으로 평가 요소 중 '경제성'의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며 "재정투자를 근간으로 하고 있는 뉴딜 정책의 경제적 성과 확보를 위해서는 경제성이 보다 강조되는 방식으로 예비타당성조사 제도가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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