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준법경영'을 내세우며 출범한 준법감시위원회가 처음으로 외부 평가를 받는다. 이번 평가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양형에 반영될 수 있어 평가 결과가 중요한 상황이다. 다만 재판부는 준법위가 양형 조건 중 하나일 뿐이라고 선을 그었다.
서울고법 형사1부(부장판사 정준영)는 9일 오후 2시 5분 서울고등법원 303호 소법정에서 뇌물공여 등의 혐의를 받는 이 부회장에 대한 5회 공판기일을 열었다. 재판은 3시간 넘게 진행됐다.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 씨에게 경영권 승계를 도와달라고 청탁한 뒤 그 대가로 총 298억여 원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재판부와 특검은 재판 시작부터 전문심리위원 구성을 두고 기싸움을 벌였다. 재판부는 이날 공판에서 삼성 준법감시위원회를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으로 강일원 전 헌법재판관과 홍순탁 회계사, 김경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를 지정했다. 강 전 재판관은 재판부가, 홍 회계사는 검찰 측이, 김 변호사는 이 부회장 측이 각각 추천한 인물이다.
특검은 "김 변호사는 삼성그룹 불법 합병과 관련해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의 변호사로 참여해왔다"며 "피고인들과 이해관계가 있는 변호사가 준법위 실효성을 공정하게 심사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거세게 반발했다.
이에 이 부회장 측은 "피의 사실 공표"라며 반발했고, 재판부는 "전문심리위원은 법원 직권으로 지정할 수 있다"며 "다른 사건의 공소 사실에 대해 얘기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부회장 측도 홍 회계사가 참여연대 소속으로 삼성 합병 사건에 대한 고발인으로 나선 점 등을 들며 객관성에 문제를 제기했다. 하지만 특검은 "홍 회계사는 공익적 목적에 의한 것이지만, 김 변호사는 본인이 속한 법무법인의 중요한 사건에 대해 개인적 이익을 따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재판부가 잇따라 "전문심리위원은 법원 직권"이라고 강조하자 특검은 "법원 직권이 크다는 건 알지만, 전문심리위원은 양형에 큰 역할을 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재판부는 왜 이렇게 지적만 하냐"고 맞섰다.
특검의 거센 반발이 이어지자 재판부는 "재판이 과열되는 것 같다"며 휴정을 결정했고, 이복현 부장검사는 재판 도중 자리를 떠나기도 했다.
이번에 지정된 3명의 전문심리위원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과 지속가능성 여부 등을 심리하게 된다. 이는 이 부회장의 파기환송심 양형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이어지는 PPT 의견진술에서 특검은 '적극적' 뇌물 공여라는 데 초점을 맞췄다. 특검은 "대통령이 요구한 뇌물이라도 수동적이라고 예단할 수 없다"면서 "(삼성은)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뇌물공여"라고 판단했다.
다른 기업들이 대통령 요구에 대해 소극적으로 저항하거나 금액을 축소한 사례 등을 들며 "(뇌물 요구에) 소극적, 수동적으로 승낙한 경우에는 금품 제공에 대한 금액을 축소하거나 유착을 피하려 한다"며 "삼성은 부정한 청탁을 통해 장기적으로 뇌물 공여를 했다는 점에서 본질적인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이 부회장 측은 '대통령의 직권 남용'이라는 점을 들며 반박했다. 변호인단은 "대통령의 직권 남용에 따른 기업의 후원으로, 대기업으로서 거절하기 대단히 어려운 요구에 따라 지원한 사안"이라며 "이 사건에서 의사 결정 제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특검이 예를 든 사안은 구체적인 특혜를 받기 위해 공여자가 공무원에게 구체적이고 명시적 청탁을 한 사안"이라면서 "반면 이 사건은 청탁이 인정됐다 할지라도 포괄적, 추상적이고 유동적인 묵시적 청탁으로 막연한 선처에 대한 기대와 유사한 면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부회장 등에 대한 다음 공판기일은 2주 뒤인 오는 23일 오후 2시 5분에 열린다. 이어 30일 추가 공판을 열고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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