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속적 시장 정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유흥 시장 침체라는 '겹악재'를 만난 위스키 업계의 생존을 위한 다양한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업계 2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2016년 장 투불 대표가 부임한 이래 브랜드 군살 빼기, MZ세대와 가정 시장을 적극 공략하는 등 가장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모습이다. 그간 '밖에서 마시는 술'이었던 위스키를 집에서도 편하게 마실 수 있는 술로 변화시키겠다는 구상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위스키 시장은 지속적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2016년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금지 법(김영란법) 시행, 2018년 주52시간제 도입, 올해 주류 리베이트 금지 고시와 코로나19 사태 등 여러 악재가 연달아 일어난 탓이다.
실제 조니워커, 윈저 등 위스키를 판매하고 있는 디아지오코리아는 지난 회계연도(2019년 7월~2020년 6월)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48.3% 줄었다. 골든블루도 지난 상반기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6.4% 줄어든 54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다만 업계 2위 페르노리카코리아는 비교적 견조한 실적을 거뒀다. 페르노리카코리아의 지난 회계연도 매출은 13.2% 줄어들며 경쟁사에 비해 작은 축소폭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161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이는 장 투불 대표의 공격적 사업 구조조정 및 신규 시장 개척 노력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1월 로컬 위스키였던 '임페리얼'의 영업·판매권을 드링크인터내셔널에 매각하며 발렌타인, 앱솔루트 등 글로벌 고급 브랜드 위주의 시장 공략 정책을 펼친 바 있다.
이는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이 전체 시장에 비해 눈에 띄는 성장세를 보이는 데 착안한 것이다. 실제 지난 1~8월 위스키 수입량은 1만441톤으로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했지만,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은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중장년층을 위한 술이라는 위스키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데도 적극 나서고 있다. 주력 브랜드인 '로얄살루트'를 통해서다.
지난해 로얄살루트는 차별화된 브랜드와 이를 즐기는 젊은 세대의 모습을 유튜브 등 신규 채널을 통해 공개했다. 당초 중장년층 고객을 주요 타겟으로 삼아 '고상함'과 '우아함'을 강조하던 위스키 제품 마케팅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외관 변화도 이어졌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해 7월 현대 미술가 '크리스트자나 윌리엄스'와 협업해 로얄살루트의 패키징을 리뉴얼했다. 이어 같은 해 11월에는 '로얄살루트 컨템포러리 아트 전시회'를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진행하는 등 새로운 이미지 알리기에 적극 나섰다.
이 같은 전략은 로얄살루트의 새로운 가능성을 점치게 했다. 당시 페르노리카코리아의 로얄살루트 매출 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9.4%였다. 이는 같은 기간 21년산 급 프리미엄 블렌디드 스카치 위스키 시장 성장세 대비 1.2%p 높은 수치다.
젊은 세대에 대한 적극적 접근은 올해에도 이어지고 있다.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지난 7월 젊은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고 있는 '말리부 오리지널'을 소주병과 비슷한 350mL 용량 제품으로 출시하고 전국 중·대형 포장마차를 통해 판매했다. 이 제품은 리큐르 주류를 선호하는 MZ세대 소비자들에게 높은 호응을 얻었다.
또 이달 들어서는 인서울 인사동 코트에서 '발렌타인 싱글모트 그 비밀을 만나다' 팝업 스토어를 진행해 위스키에 대한 인식 제고에 나서고 있다. 이와 함께 커피 리큐르 브랜드 '깔루아'를 통해 커피 칵테일 메뉴를 선보이는 프로모션도 서울 시내 유명 카페 9곳에서 진행하며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을 전개하는 등 젊은 세대를 공략하기 위한 지속적 마케팅을 이어가고 있다.
가정용 시장에 대한 공략 시도도 지속적으로 전개하고 있다. '발렌타인 싱글 몰트 글렌버기 12년산', '발렌타인 파이니스트 200mL 소용량' 등의 제품을 통해서다. 이들 제품은 합리적 가격을 책정해 위스키가 비싸고 입문하기 어렵다는 선입견을 깨고 가정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제품으로의 리포지셔닝을 이끌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페르노리카코리아는 장 투불 대표 취임 이래 유흥 시장의 침체라는 대형 악재 속에서도 나름의 전략적 대응을 이어가 견조한 실적을 거두고 있다"며 "위스키에 대한 인식을 가정용으로 바꾸려는 지금의 시도가 성공한다면 위기를 기회 삼아 재도약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만 하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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