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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머뭇거릴 시간 없다"…이재용, 22번째에 담긴 현장경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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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두 개의 재판 시작…현장서 '초격차' 전략 의지 강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지난 22일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혐의 관련 첫 공판준비기일을 시작으로 또 다시 '사법 리스크'에 발목 잡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내외서 현장경영 속도를 높이고 있다.

'코로나19' 사태를 딛고 2분기에 이어 3분기에도 시장의 기대치보다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깜짝 실적'을 발표했지만,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가능성이 높아진 데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 갈등, 검찰의 움직임 등에 따른 대내외적 이슈로 사업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 재판이 본격화되면서 향후 경영 공백을 염려해 미리 반도체, 휴대폰 등 주요 사업 현안들을 챙기겠다는 의도도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23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시무식과 동시에 경기 화성 반도체연구소 방문을 시작으로 이번 베트남 출장까지 총 22회에 걸쳐 국내외 주요 사업 현장을 찾았다. 삼성이 운영하는 사업장을 점검하기 위한 방문뿐 아니라 베트남 총리 면담, 주한 일본대사 등도 만나 우리나라 기업인들의 어려움을 전달하며 '민간 외교관'의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특히 한국과 일본이 지난 8일부터 '기업인 특별입국절차'를 시행하게 된 것은 이 부회장의 공이 컸다는 것이 재계의 평가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은 한일 관계 경색 이후 자신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통해 경제 협력과 파트너십 유지를 위해 사실상 민간 외교관 역할을 자처해 왔다"며 "이 부회장은 삼성뿐 아니라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일본 재계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중국 시진핑 주석, 인도 모디 총리 등 국가원수급 인사들을 포함해 광범한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네덜란드 ASML 본사에 방문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 부회장은 2018년과 지난해에는 글로벌 네트워킹 강화를 위해 해외 현장을 주로 점검했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국내 사업장을 점검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설 연휴에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법인을 방문한 후 2월에 경기 화성 극자외선(EUV) 전용 반도체 생산 라인 점검에 나섰다. EUV 공정은 극자원선 광원을 사용해 웨이퍼에 반도체 회로를 새기는 기술로, 삼성전자의 대표적 초격차 기술로 꼽힌다.

3월에는 구미 스마트폰 공장과 아산에 디스플레이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5월에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진 후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가 중국을 방문한 첫 사례다.

6월에는 파운드리·시스템LSI·무선사업부 사장단과 간담회를 진행하고, 화성 반도체 공장과 반도체부문 자회사인 충남 세메스를 방문했다. 또 7월에는 현장 경영 속도를 더 높여 수원 사내벤처 C랩 간담회와 부산 전장용 MLCC 생산라인 점검, 온양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 점검 등에 나섰다.

8월에도 이 부회장의 현장 경영은 이어졌다. 수원사업장을 찾아 워킹맘들과 만난 이 부회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겪는 어려움과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후 "유능한 여성 인재를 키울 조직문화를 만들자"고 독려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여파로 대내외 활동이 어려웠던 9월에는 삼성전자 세트부문 사장단과 전략 회의를 가진 직후 예고 없이 삼성디지털프라자 판매 현장을 찾아 높은 관심을 받았다. 이 부회장은 이곳에서 삼성전자의 프리미엄 가전 체험 공간인 '데이코 하우스'의 빌트인 가전과 더월 등을 살폈다.

이달에는 기업인들의 입국절차를 간소화하는 특별입국절차 제도가 한국 정부와 주요국들의 합의로 속속 도입되면서 이 부회장은 해외 출장길에 자주 올랐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지금까지 다녀온 곳만 네덜란드, 스위스, 베트남 등 3곳이다. 주로 부품과 완제품 현안 해결과 점검을 위한 행보였다.

또 5일간의 베트남 출장을 마치고 이날 오전 7시 15분경 대한항공 전세기편을 이용해 귀국한 이 부회장은 다음 출장지로 일본을 고려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이 부회장은 "고객 만나러 일본에 가야 하는데 아직은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재계에선 이 부회장이 연내 일본으로 건너가 네트워크 사업부 5G 사업 확대를 위해 1위 통신사 NTT도코모, 2위 통신사 KDDI 등을 만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현장 방문에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은 삼성전자를 둘러싼 최근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쇼크가 장기화되고 있는 데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 등으로 경영시계가 불투명해진 상황에서 또 다시 '사법 리스크'에 휘말리면서 이 부회장을 옥죄고 있어서다. 이 부회장은 지난 22일 열린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재판과 오는 26일 재개되는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등 두 개의 재판으로 심적 부담감이 큰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사법 리스코가 장기화 될 것이란 전망 속에서 한 시라도 '초격차' 전략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자 하는 이 부회장의 절박함을 엿볼 수 있다"며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1년간 경영 공백을 경험했던 이 부회장 입장에선 대내외적 압박이 커진 만큼 과감한 의사 결정을 위해 현장에서 다급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는 상태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 회장이 현장을 찾을 때마다 내놓는 메시지에도 녹여져 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월 화성 반도체사업장에서 "잘못된 관행은 폐기하자"며 "과거의 실적이 미래를 보장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5월 중국 시안 반도체 공장에선 "거대한 변화에 선제 대비해야 한다"며 "시간이 없다. 때를 놓지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

삼성종합기술원을 방문했을 때는 "어렵고 힘든 때일수록 미래를 철저히 준비해야 한다"며 "한계에 부딪혔다고 생각될 때 벽을 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7월에 방문한 MLCC 생산현장에선 임직원들에게 "불확실성에 위축되지 말고 끊임없이 도전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온양사업장에선 차세대 반도체 패키징 기술을 점검한 후 "포스트 코로나 미래를 선점해야 하는 만큼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며 "도전해야 도약할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자"고 주문했다. '경영권 부정승계 의혹'에 대한 재판이 시작된 지난 22일에는 베트남 주요 사업장을 찾아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대응할 수 있는 실력을 키우자"며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아내야 한다. 조금만 힘을 더 내서 함께 미래로 나아가자"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삼성전자]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지난 5월 '대국민 사과'에서 '뉴 삼성'을 선언한 후 현장 경영에 더 속도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시 이 부회장은 "한 차원 더 높게 비약하는 새로운 삼성을 꿈꾸고 있다"며 "끊임없는 혁신과 기술력으로 가장 잘하는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신사업에 과감하게 도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에 적극 나선 만큼 미래에 대한 대비책 마련을 위해 시설 투자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동안 시설투자로 17조1천억 원을 집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10조7천억 원 대비 6조4천억 원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 대규모 투자를 통한 기술·원가경쟁력을 확보해야 하는 반도체 사업에 대한 투자는 14조7천억 원으로 가장 많았고, 디스플레이는 1조6천억 원 수준으로 집계됐다.

특히 2분기에만 집행한 시설투자는 9조8천억 원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 영업이익보다 1조6천500억 원이 많은 금액이다. 사업별로는 반도체가 8조6천억 원, 디스플레이가 8천억 원 수준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도전적인 상황 속에서도 주력 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투자를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AI·5G·전장 사업 등 미래 성장을 위한 신기술 개발 등 코로나 사태 이후 변화될 사회와 경제 환경에서 성장을 지속하기 위한 준비도 차질 없이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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