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카드업계의 혁신 경쟁이 심상찮다. 실물 카드를 대체할 모바일 카드를 내놓더니, 이젠 카드가 없어도 이용할 수 있는 간편결제 서비스까지 만들었다. 업권 간 경계를 허무는 '빅블러'의 주체가 핀테크에서 카드사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1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KB국민카드는 기존 앱카드에 간편결제 등의 기능을 추가한 금융 플랫폼 'KB페이'를 출시했다.
간편결제 기능이 탑재됐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다. KB국민카드는 기존 자사가 발행한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만 등록해 사용할 수 있었던 앱카드의 결제 수단을 은행 계좌와 상품권 등으로 넓혔다. 등록 가능한 결제 수단은 ▲KB국민은행 계좌 ▲KB국민 선불카드 ▲KB국민 기업공용카드 ▲KB국민카드 포인트 ▲해피머니 상품권이다. 향후 다른 시중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등 다양한 금융사 계좌와 상품권, 포인트로까지 결제 수단이 확대될 예정이다.
결제 방식도 다양해졌다. KB페이에선 ▲마그네틱보안전송(MST) ▲무선마그네틱통신(WMC) ▲근거리무선통신(NFC) 기반 결제가 가능하다. 큐알코드 또는 바코드 스캔이 주를 이뤘던 핀테크 플랫폼의 간편결제보다 선택지가 많아진 셈이다. 물론 KB페이는 큐알코드와 바코드 모두 지원한다. 이밖에 KB국민은행의 리브 앱에 등록된 은행 계좌를 통해 원하는 계좌로의 간편송금도 가능하다.
카드사 앱은 해당 회사의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보유한 이들이 이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KB국민카드는 자사 고객이 아닌 이들까지도 고객으로 끌어안겠다는 계획이다. KB페이는 본인 명의의 스마트폰을 보유한 만 14세 이상의 개인고객이라면 누구나 가입이 가능하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기존 앱카드가 KB국민카드 고객을 위한 지급 결제 서비스에 중점을 뒀다면 이번에 선 보인 'KB페이'는 한층 업그레이드된 지급 결제 서비스와 업권 간 경계를 초월한 금융서비스를 통해 고객들에게 다양한 금융서비스 경험을 제공하고 최적화된 디지털 금융 생활이 가능하게 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라고 설명했다.
신한카드의 모바일 앱 '신한페이판'도 만만찮다. 자산관리 서비스는 기본에 ▲계좌에 돈이 없어도 즉시 송금이 가능한 '마이송금' ▲월세 카드납 서비스 '마이 월세' ▲해외주식 소액투자 서비스인 '마이 투자' 등이 제공된다.
페이판에선 다양한 결제 방식이 특히 눈에 띈다. 신한카드는 지난해 삼성전자와 손잡고 업계 최초로 모바일기기 오프라인 간편결제 서비스인 '터치결제'를 출시했다. 최근엔 삼성전자의 인공지능 플랫폼인 '빅스비'를 활용한 '보이스 터치결제 서비스'를 내놨다. 아이폰을 사용하는 고객들을 위한 '아이폰 터치결제 서비스'도 만들었다. 안면인식 결제 방식인 '페이스 페이'도 상용화에 성공했다.
비씨카드의 페이북에선 다양한 금융 상품을 만나볼 수 있다. 비씨카드는 올 상반기 페이북에서 금을 매매할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신한금융투자에서 판매 중인 '금99.99K' 종목을 간편하게 주문할 수 있으며, 적금처럼 매월 일정 수량의 금을 자동으로 구매해주는 정기투자 서비스도 만날 수 있다. 비씨카드는 또 해빗백토리, 마이뱅크 등의 핀테크 기업과 손잡고 페이북을 통해 고객 맞춤형 보험 비교, 가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최근엔 '페이북 머니'를 내놨다.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일종의 포인트인데 온·오프라인 페이북 사용처에서 결제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모바일 쿠폰 구매, 신용카드 이용대금 결제, 계좌 송금도 가능하다.
삼성카드는 지난 1월 카드업계 최초로 자사 앱과 카카오페이를 연동했다. 삼성카드앱의 간편결제 탭에서 카카오페이 아이콘을 선택하면 별도의 인증절차 없이 카카오페이에 삼성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또 카카오페이나 카카오톡에서도 삼성 앱카드 인증만으로 간편하게 삼성카드를 등록할 수 있다.
삼성페이도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삼성카드는 2016년 9월, 삼성페이와 제휴를 통해 자사 앱에 삼성페이의 MST 기술을 연동한데 이어 지난 8월엔 삼성페이카드를 출시했다. 카드 회원들은 삼성페이에서 직접 ▲거래내역 조회 ▲결제예정금액 조회 ▲전월 및 당월 실적 달성 여부 조회 ▲해외결제 ON/OFF 신청 등의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
지난 해 핀테크가 금융업계의 새로운 블루칩으로 각광 받으면서, 전통 금융권인 카드사들은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중 전자지급서비스 이용 현황'에 따르면 올 상반기 하루 평균 간편결제 이용액은 2천139억원으로 전기 대비 12.1% 증가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핀테크 플랫폼의 입지가 더 강해진 것이다.
이러한 위기는 카드사들의 혁신 동력이 됐다. 핀테크의 등장으로 금융의 경계가 사라진 만큼, 고객 확보를 위한 무한 경쟁에 돌입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든 것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지급결제, 은행업 등 전통적인 금융업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에서, 카드사만 가만히 있을 수는 없다"라며 "고객이 저 멀리 앞에 나가있는 만큼, 그에 맞는 경험을 줘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다른 관계자는 "고객들이 핀테크 플랫폼을 찾는 데엔 자산관리 등을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만큼, 카드사들도 비슷한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며 "다만 카드사는 전통적인 금융사로서 보안이나 리스크 관리 측면에서 핀테크 업계보다 더 우위에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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