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냉동 가정간편식(HMR) 시장을 둘러싼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경쟁이 뜨겁게 전개되고 있다. 양강 구도를 갖춘 만두 시장을 넘어 '신흥 시장'으로 떠오르는 핫도그 부문에서도 라이벌전이 재현되는 모습이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핫도그 시장의 규모는 948억 원에 달했다. 이는 2016년 453억 원, 2017년 618억 원, 2018년 724억 원을 넘어 4년 만에 2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특히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냉동 HMR의 인기가 높아지며 1천억 원 규모를 충분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냉동 핫도그 시장을 선도해 온 것은 풀무원이다. 풀무원은 2011년 당시 '올바른 핫도그'를 출시하며 '아이들에게 권하기 힘든 패스트푸드'였던 냉동 핫도그의 입지를 끌어올렸다.
올바른 핫도그는 L-글루타민산나트륨, 합성보존료, 합성착향료 등을 넣지 않고 국내산 닭고기와 돼지고기, 채소를 더해 담백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져 인기를 끌었다. 그 결과 출시 당시 100억 원 규모였던 관련 시장 규모는 3년 후인 2014년 300억 원을 돌파했고 풀무원은 시장의 '승자'가 됐다.
다만 2016년 CJ제일제당이 '고메 핫도그'를 내놓으며 풀무원의 독주 체제에 균열이 생겼다. 고메 핫도그는 당시 보기 드물었던 쫄깃한 크리스피 형태의 제품을 선보이며 시장의 뿌리를 뒤흔들었다.
고메 핫도그는 출시 첫 해부터 시장의 20%에 해당하는 7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에 풀무원은 2017년 '모짜렐라 핫도그'를 내놓으며 맞불을 놨다. 풀무원 모짜렐라 핫도그는 올바른 핫도그가 어린이 고객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간식 트렌드를 선호하는 2030 젊은층을 겨냥해 기획돼 높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CJ제일제당의 시장 잠식을 막지는 못했다. CJ제일제당은 '전문점 수준의 냉동 핫도그'를 목표로 높은 품질의 제품을 연이어 내놓으며 시장 점유율을 지속적으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출시 3년만이었던 지난해 고메 핫도그는 450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시장 선두에 올라섰다.
이에 풀무원은 체다·모짜렐라·소시지 3단으로 구성된 '체다모짜핫도그'와 100% 국내산 돼지고기로 만든 점보 소시지가 들어간 '탱글뽀득핫도그' 등 신제품을 추가로 선보이며 시장 점유율 회복에 전력하고 있다. 또 이 같은 두 업체의 경쟁이 냉동 핫도그 시장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이다.
업계는 CJ제일제당과 풀무원의 '핫도그 전쟁'이 당분간 CJ제일제당이 선두를 지키고 풀무원이 추격하는 구도로 흘러갈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다만 해외 시장을 염두에 둘 시 풀무원의 브랜드 경쟁력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풀무원은 한·일 무역분쟁이 발발한 지난해 7월부터 일본 시장에서 냉동 핫도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풀무원이 일본에서 판매하고 있는 제품은 모짜렐라 핫도그다. 당시 일본 시장에 한국식 핫도그 전문점이 하나둘 생겨나며 치즈핫도그 등이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점에 착안한 결정이었다.
이는 대성공으로 이어졌다. 풀무원 모짜렐라 핫도그는 일본 진출 8개월만에 400만 개 판매를 넘어섰다. 조리 후에도 바삭한 식감과 치즈가 늘어나는 재미가 더해지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코리아타운이 있는 신오오쿠보까지 가지 않고 집에서 합리적 가격에 전문점 수준 핫도그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호응을 얻어냈다.
풀무원은 현재 한국에서 생산 중인 모짜렐라 핫도그 중 3분의 1을 일본에 수출하고 있다. 1달 판매량은 250만 개에 달한다. 풀무원은 향후 모짜렐라 핫도그를 기반으로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냉동 HMR 제품을 일본 시장에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풀무원은 냉동 핫도그 시장을 개척했음에도 후발 주자인 CJ제일제당에게 추월당하는 등 어려움을 겪었지만 일본 시장에서의 성공으로 이를 훌륭히 메꿔내고 있다"며 "높은 브랜드 인지도와 신뢰를 가지고 있는 만큼 국내 시장에서도 '재반격'이 이뤄질 지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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