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화두가 있으니 증인으로 부르겠지만, 기업 내부에 대한 경영간섭은 경제 상황을 고려해 지양돼야 한다."
A기업 고위 임원은 이번 국회 국정감사에 최고경영자(CEO)의 증인채택을 두고 이같이 하소연했다.
국회 국정감사를 앞두고 산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대기업집단 CEO들에 이어 임원들까지 국감 증인으로 채택되는 사례가 봇물을 이루고 있어서다.
일각에선 정치권의 경제인 증인 채택을 두고 '정치적 계산'이라는 불편한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대부분 이유와 원인이 있다는 점에서 대놓고 반발할 수도 없는 분위기다.
5일 정·재계에 따르면 이달 7일부터 제21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이날 농림축산식품부 대상 국감에 국내 주요 대기업 임원들이 '농어촌 상생협력기금' 기부실적과 관련해 증인 신분으로 참석한다. 국정감사에서 출석 요구를 받은 재벌 총수는 없지만, 부사장 등 고위 임원들의 증인 출석이 예정된 곳이 많아서다.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는 형태준 이마트 부사장, 임성복 롯데 전무, 변광윤 이베이 대표,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의장 등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국회 정무위원회 국감에서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이 도마 위에 오를 전망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12일 금융위원회 대상 국감에 장석훈 삼성증권 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했다. 박 의원은 장 사장에게 삼성의 경영권 불법 승계 의혹 등을 캐물을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외에도 서보신 현대자동차 사장과 조운호 하이트진로음료 사장, 한영석 현대중공업 사장, 서황욱 구글코리아 총괄전무, 이윤숙 네이버쇼핑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대표이사,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 등 기업인들이 국감 증인으로 대거 채택됐다.
환경노동위원회에는 백복인 KT&G 대표, 송호섭 스타벅스 대표 등이,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이길한 전 HDC신라면세점 대표, 김회헌 대표 등이, 보건복지위원회에는 벤 베르하르트(배하준) 오비 대표가 증인 출석을 요구받았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경제인을 대거 불러놓고 과거처럼 호통치고 면박 주는 모습만 연출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재계 안팎에서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일각에선 경제인의 대거 증인 채택에 불편한 기색을 나타내고 있다. 해당 그룹의 대외적 신인도 문제에서도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재계 등에서는 이제 국회가 후진적 행태에서 벗어나 구체적 내용을 토대로 상대방을 존중하면서 진실에 접근하는 국정조사를 하는 품격을 보여줘야 한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즉 선진적인 국정감사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국정조사가 자칫 반기업 정서를 확산시키고 나아가 이들 기업의 대외 신인도 하락을 초래하는 자리로 변질돼서는 결코 안 된다고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국회에서도 바쁜 기업인들을 불러다 놓고 몇 마다 듣는 게 무슨 의미가 있겠느냐는 분위기가 있기는 하다"고 했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국감 시즌만 되면 벌어지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이라며 "총수나 CEO의 출석에 대한 일말의 가능성이 있는 기업들로서는 막판까지도 분주하게 움직일 수밖에 없지 않겠나"고 말했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매년 국감에서 나타났듯이 의원들의 증인에 대한 모욕 및 부적절한 질문 관행은 개선돼야 한다"며 "반기업 정서를 부추기고 사건과 무관한 면박주기용 국정감사로 진행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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