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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손경식 경총 회장 "정책·입법 매우 우려…투자·고용 환경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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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 회장, 30대 기업 CHO 간담회 참석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호소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CH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오른쪽 두 번째)이 25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CHO) 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경영계의 우려 사항을 반영해 기업들이 투자와 고용을 늘릴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25일 서울 광화문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CHO) 간담회에 참석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이 같이 요청했다.

이날 간담회는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주요 고용노동 정책을 설명하고 30대 기업의 애로 사항 등을 청취하기 위해 진행됐다. 현장에는 이 장관을 포함해 손 회장 및 30대 기업 인사·노무 책임자들이 참석했다.

이 자리에서 손 회장은 "우리나라 경제가 타국에 비해 선방하고 있다고는 하나, 생산·투자·수출 등 주요 실물경제 지표들은 여전히 마이너스"라며 "고용도 민간 부분은 계속 감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코로나19 위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기업들의 출혈 경영과 구조 조정도 보다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산업 현장의 노사 협력과 노동제도의 선진화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노사관계는 세계 최하위 수준을 기록할 정도로 대립적인 데다 이로 인한 고임금·저생산성 구조로 인해 기업들이 어려움에 처하고 있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손 회장은 "여기에 더해 최근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과 경직된 근로시간 단축 등의 부담은 기업과 산업의 국제경쟁력을 더 저하시키고 있다"며 "최근 정부와 국회가 추진하고 있는 정책과 입법도 기업 부담을 늘리는 내용이 많아 경영계로서는 매우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경영계가 우려하는 대표적인 노동 관계 법안으로는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과 관련한 노동조합법 개정(안)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을 위한 고용보험법 개정(안) ▲산업안전에 관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등이 언급됐다.

ILO 핵심협약은 ILO 회원국들이 노동권 보장을 위해 체결한 협약 중 8개를 일컫는다. 결사의 자유에 관한 87·98호, 강제노동 금지에 관한 29·105호, 아동노동 금지에 관한 138·182호, 균등 대우에 관한 100·111호가 해당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이중 105·29·87·98호 4개를 비준하지 않았다. 이에 정부는 지난 7월 국무회의에서 29·87·98 비준안 3개 비준안을 의결하고, 협약 비준에 맞춰 관련 내용이 담긴 노조법 등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노조법 개정안에는 실업·해고자의 노조 가입 허용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경영계는 대립적인 국내 노사 문화 등을 감안했을 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노조에만 일방적으로 힘이 쏠려 기업 경영 등이 악화될 수 있다는 등의 우려를 보이고 있다.

이날도 손 회장은 "해고자와 실업자의 노조 가입을 허용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은 대립적인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켜 사용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을 초래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근로자와 노동조합의 권리를 국제규범에 맞춘다면 당연히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파업시 대체근로 금지, 부당노동행위 처벌제도, 사업장 내 쟁위행위 금지 등 사용자측에 일방적으로 불리한 제도들도 반드시 함께 개선돼 노사간 힘의 균형을 회복시켜 줘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손 회장은 "노조전임자 급여지급 금지규정 삭제 문제는 ILO 핵심협약 비준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오히려 현행과 같이 근로시간면제제도는 유지하되 노조전임자 급여지급은 금지하는 게 ILO가 강조하는 노조의 자주성 확보에 더 부합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보험설계사, 골프장 캐디 등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고용보험 적용에 대해서는 "사회안전망 강화 차원에서 그 취지는 수긍한다"면서도 "그러나 정부가 제출한 개정안은 수탁사업자인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사업주에게 일반 근로자와 같은 수준의 보험료를 부담시키고 가입을 원하지 않는 종사자에게까지 가입을 강제하고 있다"고 우려했다.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특성에 맞게 고용보험제도가 설계되고 운영돼야만 국민적 수용성이 높아지고 특수형태근로종사자의 비즈니스 모델도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얘기다.

이에 더해 손 회장은 "국회에 제출된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안 또한 기업들이 매우 부담스러워하고 있는 법안 중의 하나"라며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기업과 기업인에 대한 처벌 조항을 높여나가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언급했다.

이어 "기업가의 경영관리 책임과 산업현장의 안전관리 책임을 적합하게 정립하고, 선진국들과 같이 사후 처벌적 패러다임을 사전 예방적 패러다임으로 발전시키는데 중점을 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손 회장은 유연근무제 보완 입법도 경영계로서는 시급한 현안이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우리 경제의 빠른 회복을 위해서는 시장여건 변화, 선도적 기술 개발 등 기업 상황에 따라 근로시간을 자율적, 탄력적으로 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손 회장은 "지난 2019년 2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사정간 합의된 탄력적 근로시간제 개선 사항과 함께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연구개발(R&D) 분야 등에 대한 선택적 근로시간제의 개선도 이제는 입법을 조속히 마무리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위기뿐만 아니라 치열한 국제경쟁 과정에서 고용문제를 다루어 나감에 있어 사회 안전망 강화도 중요한 국정과제이지만 다른 한 축인 고용과 노동의 유연성도 동시에, 균형되게 개선돼야 하는 개혁과제임을 항시 고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노조법 개정과 관련한 경영계의 관심과 우려는 잘 알고 있지만 우리나라 국격에 맞도록 노동기준을 준수하는 것도 필요하다"며 "우리나라 노동 현실을 고려한 균형 잡힌 법 개정이 이뤄지도록 정부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또 이 장관은 "기업들은 고용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며 "특히 하반기 청년 신규 채용 계획을 조속히 확정해 적극 추진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앞으로의 시대가 비대면·온라인 중심으로 산업 재편될 것인 만큼, 산업과 경제 구조의 변화에 맞도록 기술 혁신을 위해 힘써주고 일하는 방식과 문화를 개선하는 일터 혁신을 더 확대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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