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연춘 기자] # "10년 전 처음 법안이 도입될 시기와 달리 시대가 달라진 만큼 변화가 필요하다. 규제 효과가 실질적으로 전통시장에게 돌아갈지 의문이 든다." (A기업 대기업 유통 임원)
# "유통산업 규제로 인해 전통시장이나 골목 시장이 성장했다고 할 수 없다. 효과도 없고 효율성도 없는 반시장적인 규제는 유통 공급망을 왜곡시키고 지역경제와 고용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줄 뿐이다." (B기업 대기업 유통 임원)
20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로 인한 소비 침체로 신음하는 가운데 오히려 대형 유통업체 영업과 출점을 기존보다 더 강하게 틀어막는 규제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규제 법안 대다수는 지난 4·15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여당이 주도하는 만큼 업계에서는 추가 규제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이달 16일 대형마트 입점 제한 연장 내용을 골자로 하는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유통볍)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법안은 골목상권과 중소상인을 보호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앞으로 추가 5년간 전통시장 1㎞ 이내에는 대형마트 입점이 금지되며, 준대규모점포의 의무휴업 및 영업시간 제한 등이 적용된다.
새 규제는 '중소상인 보호'를 목표로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역효과만 날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여당이 추구하는 소상공인의 보호 취지에 대해서는 충분히 공감한다면서도 평일보다 매출이 두 배에 달하는 휴일 영업을 막는다면 이들이 직격탄을 맞는다고 꼬집었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문을 닫는 대형 마트가 속출할 만큼 오프라인 유통 업계의 상황이 평년보다 더욱더 좋지 않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현재 국회에는 이번에 통과된 법안 외에 더 강력한 규제안을 담고 있는 10여 건의 법안이 발의되어 있어 산 넘어 산이다.
이동주 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유통산업발전법 일부개정법률안'의 경우 복합쇼핑몰과 백화점, 면세점, 전문점 등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영업시간 제한을 명하거나 의무휴업일을 지정해 의무휴업을 강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업계는 급변한 유통환경에 맞춰 유통법 체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제는 '대형마트 vs 전통시장' 아닌 '온라인시장 vs 오프라인시장'으로 유통환경 패러다임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최근 온라인쇼핑의 급속한 확대에 따른 대형오프라인의 구조조정 현실을 고려할 때 규제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데 힘이 실린다.
앞서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에 열린 '2020 신유통트렌드와 혁신성장 웨비나'에서 이정희 중앙대 교수는 "유통규제에 대해 지금까지 소상공인 측과 유통 대기업 측이 실효성이 있다 없다를 되풀이하면서 오히려 갈등만 증폭시키는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제는 정부가 중심이 돼서 종합적이고 객관적인 실효성 평가가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주영 숭실대 교수도 "골목상권 진입을 막는 유통규제가 골목상권을 살리는 해결책이 될 순 없다"며 "유통의 축이 온라인으로 넘어간 상황에서 유통규제는 대형유통의 일자리를 줄이고 관련 업계 중소상인에 타격만 주고 있다"고 말했다.
서덕호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세계적인 재난으로 유통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데도 국내 유통규제는 더욱 강화될 기세"라며 "유통산업의 발전과 사회적 갈등 해소를 위해 그간의 규제도입 효과에 대한 면밀한 분석과 납득할만한 평가가 있어야 하며, 아울러 현행 유통법 체계가 새로운 시대환경 변화를 효과적으로 담을 수 있는 그릇인지 성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유통법이 제정됐을 때와 달리 지금은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더 이상 '갑'의 위치가 아니다"라며 "현재 발의된 유통법 개정안 대부분은 10년 전의 인식에 근거를 두고 있는 상황이며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기만 할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온라인으로 시장 중심이 옮겨지는 현 상황에서는 규제보다는 오프라인의 각 업태가 균형 있게 성장할 방안을 고민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며 "막무가내식 규제로는 모든 산업의 공멸만을 가져오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연춘 기자 stayki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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