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민혜정 기자] 두산이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3조원 규모 자구안' 이행에 속도를 내고 있다.
두산중공업이 1조3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했고, ㈜두산은 두산솔루스, 모트롤사업부 매각을 위한 계약도 체결했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등 ㈜두산 대주주는 5천740억원 규모의 두산퓨얼셀 지분을 무상으로 두산중공업에 증여하기로 결정했다.
두산의 매각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자구안 이행의 최종 키는 주력 계열사 '인프라코어' 매각에 달려 있을 전망이다.
두산중공업은 4일 이사회를 열고 1조3천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할 경우 주관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7월 클럽모우CC 매각대금을 채권단 지원자금 상환에 사용했으며 이번 유상증자로 마련하는 자금 역시 차입금 상환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이날 두산은 두산솔루스와 모트롤사업부 매각 계약도 각각 체결했다. ㈜두산은, 두산솔루스 지분 18.05%를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2천382억 원에 매각하기로 했다. 대주주 보유 지분 34.88%도 4천604억 원에 스카이레이크에 매각된다.
또 ㈜두산은 모트롤사업부를 소시어스-웰투시 컨소시엄에 4천530억 원에 매각한다. 매각에 앞서 모트롤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두산은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 등 재무구조 개선을 지원하기 위해 다각도로 재원 확보를 추진해왔다. 지난 8월에는 네오플럭스 지분 96.77%를 신한금융지주에 730억 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체결했고, 두산타워 매각도 진행중이다. ㈜두산은 이를 통해 두산중공업 유상증자 참여에 필요한 재원을 충분히 확보하게 됐다.
두산 관계자는 "앞서 실행한 클럽모우CC, 네오플럭스 매각에 이어 이번 일련의 결정이 동시에 이뤄짐으로써 두산중공업 정상화를 위한 큰 틀을 차질 없이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박정원 회장 등 대주주 두산퓨얼셀 지분 23%, 중공업에 무상증여
이날 박정원 그룹회장 등 ㈜두산 대주주들이 보유중인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증여하는 결정도 이뤄졌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사재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3일 종가 기준으로 약 5천740억 원 규모다.
두산중공업은 이를 통해 두산퓨얼셀의 최대주주가 되며, 유상증자 외에 추가로 두산퓨얼셀 지분까지 확보하게 되면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는 한층 탄탄해진다는 게 회사 측 설명.
이번 결정은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강화는 물론, 두 회사 간 시너지 효과를 통해 친환경 에너지 사업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두산퓨얼셀은 앞선 기술을 바탕으로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시장에서 독보적 지위를 차지하고 있다. 두산중공업은 국내 최초 액화수소플랜트 사업에 참여하는 것을 비롯해 풍력 등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만드는 그린수소 생산, 가스터빈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수소터빈 사업 등을 추진 중이다.
두산 관계자는 "수소경제라는 공통 분모 위에서 양사 간 사업적 시너지가 크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두산퓨얼셀의 경우 투자 확대 등 여러 측면에서 지금보다 여건이 좋아진다"고 설명했다.
두산중공업은 두산퓨얼셀의 대주주로서 연료전지 발전기술까지 확보하게 됨으로써 연료전지(440kW), 풍력(3~8MW급), 중소형원자로(SMR, 단위 60MW), 가스터빈(270MW, 380MW)으로 이어지는 친환경 발전기술 라인업을 구축하게 된다. 두산퓨얼셀은 두산중공업의 EPC 역량과 글로벌 고객 네트워크를 활용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입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이날 두산퓨얼셀은 시장 확대에 따른 라인 증설 등을 위해 3천42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주주배정 후 일반공모 방식으로 진행되며, 실권이 발생할 경우 주관증권사가 총액 인수한다.
두산 관계자는 "채권단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어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포트폴리오 개편을 위한 기반을 계획한 대로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남은 일정도 차질없이 진행해 최대한 빨리 정상궤도에 올리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향후 두산 매각 과정의 하이라이트는 두산인프라코어의 매각이 될 전망이다. 매각가는 8천억~1조원 수준으로 예측되는데 두산의 주력 계열사인데다 두산이 인프라코어의 자회사 밥캣과 분리매각을 원하고 있어 시장이 얼마나 관심을 보일지는 미지수다.
업계 관계자는 "인프라코어가 국내 건설 기계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 알짜 계열사인데 두산이 무리하게 매각을 진행하지 않을 것"이며 "채권단도 3년의 시간을 줬고 다른 계열사 매각 진행 상황 등을 보며 신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혜정 기자 hye555@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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