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HDC현대산업개발과 아시아나항공의 2조5천억원 규모 초대형 빅딜이 결렬됐다. 정몽규 HDC 회장이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의 파격적인 인수부담 완화 제안에도 아시아나 인수를 위해서는 재실사가 필요하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이로써 HDC현산과 금호산업이 지난해 12월 아시아나 인수 계약을 맺은 지 약 9개월 만에 '노딜'(거래무산)로 결론이 났다. 정 회장이 아시아나 노딜을 선택한 배경에는 아시아나의 급격한 재무구조 악화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 2일 산업은행에 이메일을 보내 12주간의 재실사를 요구하는 기존 입장을 밝히면서 아시아나 매각작업은 무산됐다. 산은은 이날 오후 기간산업안정기금(기안기금) 심의위원회를 열고 아시아나에 대한 지원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앞서 HDC현산은 지난 7월말부터 ▲지난해 말 계약 이후 아시아나의 차입금 증가 ▲인수인 동의 없이 1.7조 대규모 차입결정 및 CB발행 진행 등을 문제 삼으며 재실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은 인수의지가 없는 것 아니냐며 재실사는 불가능하다고 맞섰다.
이들의 이견이 계속되자 이 회장이 직접 나섰다. 이 회장은 지난달 26일 정 회장을 만나 최대 1조원 규모의 매각대금 인하를 포함해 모든 조건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하며 정 회장에게 최후통첩을 날렸다. 하지만 정 회장은 재실사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며 이 회장의 제안을 거절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확산 기조를 보이면서 항공업계의 침체가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 데다 아시아나의 경영상태는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어서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아시아나의 2분기 부채비율은 무려 2천291%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부채비율(659.5%)의 무려 3배를 육박하는 '빚더미'다. 설상가상으로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18.62%에서 49.8%로 증가했다.
HDC현산은 당초 2조1천억원 규모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조원으로는 기존 부채비율을 2천291%에서 501.5%로 낮추는 데 그치고, 부분자본잠식도 종식시킬 수 없다. 부채비율을 300%로 맞추기 위해선 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아시아나 인수를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자칫 HDC그룹 전반의 유동성 위기가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 배경이다. 심지어 IB업계에서는 HDC현산의 아시아나 인수가 가시화될 추가 신용등급 하향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제기돼왔다.
정 회장이 '승자의 저주'를 우려해 '노딜'을 선택하면서 양측은 즉각 계약금 반환 법정 분쟁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HDC현산 컨소시엄은 지난해 말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 구주 30.77% 매입과 아시아나 유상증자 참여에 총 2조5천억원을 쏟기로 한 가운데 이중 계약금 2천500억원을 지급한 상태다.
채권단은 HDC현산의 이번 이메일 통보가 아시아나 인수에 대한 최종 의사 표현이라 판단, '플랜B' 가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 채권단 관리체제로 넘어가게 된다. 채권단은 아시아나 경영 정상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투입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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