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장고에 들어갔다. 이동걸 산업은행장의 파격제안,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제재, 악화된 아시아나 재무상태, 재유행하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 등 따져야 할 변수가 많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전날 아시아나가 기내식 공급권을 매각한 것은 금호고속을 지원하기 위한 부당 내부거래라고 판단, 박삼구 전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고발하고 금호아시아나그룹에 3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계열사 인수를 통한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총수 중심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금호고속을 조직적으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났다. 아시아나는 해외 신규 기내식 공급업체에 기내식을 30년 독점 공급할 권한을 주는 대가로 금호고속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인수토록 했다.
9개 계열사들은 금호고속이 자금 운용에 곤란을 겪게 되자 전략경영실 지시에 따라 금호고속에 유리한 조건의 금리(1.5∼4.5%)로 총 1천306억원을 단기 대여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아시아나에 대해서도 고발조치와 함께 81억8천1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의 이같은 조치가 정몽규 회장의 결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의 발표 직전일인 지난 26일 이동걸 회장은 HDC현대산업개발의 인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아시아나 매각대금을 최대 1조원 깎아주겠다고 제안했기 때문이다.
당초 HDC현산은 금호산업 보유 아시아나 구주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2천억원 유상증자에 참여하기로 계약된 상태였다. 하지만 이 회장은 채권단이 유상증자에 함께 참여해 신주 인수대금 7천억원을 떠안고 아시아나에 둔 영구채 8천억원 전환도 늦추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공정위의 철퇴를 하나의 카드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만일 아시아나를 인수하겠다고 선언할 경우, 그동안 요구해왔던 아시아나에 대한 강도 높은 재실사를 밀어붙여 인수가격을 더 낮추려고 할 가능성이 크다. 혹은 이 회장의 제안을 물리치고 인수를 포기하기 위한 포석으로도 삼을 수 있다.
정 회장이 인수를 포기할 경우 2천500억원 규모의 이행보증금 소송은 불가피하다. HDC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에 인수대금의 10%인 2천500억원을 이행보증금으로 지급한 바 있다. 아시아나의 부실 등을 명목으로 계약 무산의 책임을 아시아나에 전가할 경우 이행보증금 일부를 지급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정 회장은 코로나19의 재확산 추이도 따져야 한다. 코로나19의 팬데믹이 장기화할 경우 항공수요 위축에 따라 아시아나 경영정상화도 요원해진다. 설상가상으로 아시아나의 재무구조 상태도 악화되고 있다. 부채비율은 2분기 기준 2천291%, 자본잠식률은 지난해 말 18.62%에서 49.8%로 증가했다.
HDC현산은 당초 2조1천억원 규모 아시아나 유상증자에 참여해 부채비율을 300%까지 낮추겠다고 선언했다. 하지만 2조원으로는 기존 부채비율을 2천291%에서 501.5%로 낮추는 데 그치고, 부분자본잠식도 종식시킬 수 없다. 부채비율을 300%로 맞추기 위해선 1조7천억원 규모의 추가 지원이 불가피하다.
산은은 자료를 통해 "산은은 아시아나 M&A의 원만한 종결을 위해 현산 측과 인수조건에 대한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논의했다"며 "현산의 답변을 기다릴 것이며 이후 일정은 금호산업 등 매각 주체와 협의해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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