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포스코와 일본제철의 합작사 피앤알(PNR)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포스코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몰렸다. 포스코는 일본제철이 보유한 지분에는 관여할 수 없다며 선을 긋고 있지만, 친일기업과 반일기업 사이에서 딜레마에 빠진 모습이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일본제철은 전날 국내 자산 압류 명령 효력이 발효하자 곧바로 즉시항고 입장을 밝혔다. 즉시항고에는 집행정지의 효력은 없지만 별도로 진행되는 매각명령결정 사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에 따라 관련 절차를 진행하는데 수년 이상 소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본제철에 대한 자산 압류 결정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배상을 거부하면서 피해자들이 제기한 소송을 통해 내려졌다. 앞서 강제징용 피해자 이춘식 할아버지 등 7명은 일본제철이 배상을 거부하자 국내 자산인 피앤알 주식 19만4794주 등을 압류했다.
피앤알은 2008년 1월 포스코와 일본제철이 합작해 설립됐다. 사명도 '포스코-니폰스틸 RHF'의 약자다. 지분은 포스코가 70%(546만7686주), 일본제철이 30%(234만3294주)를 보유했다.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액은 약 641억원, 매출은 372억원, 영업이익 1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 대부분은 포스코와의 거래를 통해 발생했다.
피앤알의 주요 사업은 제철 부산물인 슬러지와 더스트를 재활용하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포스코를 통해 매출이 발생하는 구조다. 포스코는 피앤알을 설립하기 전까지는 제출 부산물을 시멘트 원료 등으로 사용했다. 하지만 피앤알을 통해 철원료로 재활용함으로써 자원재활용도를 높일 수 있었다.
피앤알 설립은 일본제철이 제의하면서 성사됐다. 피앤알이 사용하는 RHF(회전로상식 환원로) 기술도 일본제철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RHF는 철강 생산공정에서 나오는 슬러지나 더스트에 함유된 철 성분을 회수해 고로 원료인 환원철을 생산하는 설비다.
포스코가 일본제철과 합작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RHF 기술을 일본제철이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한 포스코는 일본제철 지분 1.65%를, 일본제철은 포스코 지분 3.32%를 보유하며 오랜 파트너 관계를 이어왔다.
포스코 관계자는 "오래전 일이라 설립 당시 일본제철과 합작하게 된 배경은 확인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앤알은 일본제철 보유 지분 매각 이슈와 무관하게 경영 활동에는 지장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업 자체가 포스코를 비롯해 그룹사와의 거래를 통해서만 이뤄지기 때문이다. 압류된 지분이 매각되더라도 지분율이 미미해 경영권에 미칠 영향도 없다.
다만 배상명령을 거부하고 있는 일본제철에 대한 여론이 나빠지고 있는 상황에서 포스코가 친일기업으로 분류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대로 일본제철 보유 지분 인수를 추진할 경우 일본에서 반일기업으로 몰릴 수 있다는 우려다.
일본제철은 포스코의 주요주주인 만큼 반일기업으로 분류될 경우 보유 지분 매각 등 지분율에도 막대한 영향을 줄 수 있다. 포스코 입장에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일본제철의 사유재산에 대해서 우리가 관여할 사항은 없다"면서 "주식 매수 관련해서도 정해진 입장이 없다"고 말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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