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지난 6월 26일. 대검찰청 수사심의위원회(수사심의위)가 경영권 승계 의혹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불기소' 결론을 내렸다. 이때만 해도 재계 안팎의 관심은 검찰이 수사심의위의 결정을 받아들이느냐, 마느냐였다.
재계에서는 검찰이 2018년 수사심의위 제도 시행 후 8차례 열린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모두 수용한 만큼 이번에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일각에서는 수사심의위 결정이 권고 효력만 있을 뿐 반드시 따라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검찰이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한 달이 넘은 지금은 이 부회장에 대한 기소 여부는 물론 검찰의 결정 시기를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통상 검찰은 수사심의위의 결정이 나면 1주일 안에 결론을 내거나 늦어도 2주 안에는 매듭을 지었는데, 한 달이 지난 현재까지도 '깜깜무소식'이기 때문이다.
검찰의 결정이 늦어진 가장 큰 이유로는 '검언유착' 의혹 수사를 둘러싼 대검찰청과 법무부·서울중앙지검 간 갈등이 꼽힌다. 사실상 검찰의 '집안싸움'에 차일피일 미뤄지는 형국이다.
검찰의 기소 여부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이 부회장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에 대한 우려의 시선이 짙다. 글로벌 반도체 업계가 격동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만큼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속도가 붙어야 하지만, '사법 리스크'로 인해 경쟁에 적극 뛰어들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하기 위해 인수합병(M&A)을 통해 사업 확장에 나서고 있지만 삼성전자는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혀 4년째 '빅딜'을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 불확실성 속 주요 의사결정이 힘든 만큼 이 부회장은 현장 경영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이 부회장은 올 들어서만 17번째 현장경영에 나섰다. 지난 1월 DS부문 사장단 간담회와 브라질 마나우스·캄피나스 생산라인 점검을 시작으로 반도체, 디스플레이, 생활가전, MLCC 사업장 등을 방문하며 전자는 물론 계열사까지 살뜰히 챙겼다.
이처럼 이 부회장이 바삐 움직이는 데는 코로나19와 미중 무역 분쟁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가만히 있을 수 없다'는 절박함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현장 방문에서 임직원들에게 항상 "미래를 선점해야 한다. 시간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기도 하다.
35년간 삼성전자에 몸담은 권오현 상임고문(전 회장)이 최근 사내방송을 통해 "위험한 순간에 과감하게 결정할 수 있는 최고경영자층의 결단, 리더십이 필요한 것처럼 반도체 사업은 앞으로도 그런 리더십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한 것도 이러한 위기감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현재 검찰은 어느 결정을 내리든 비판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수사심의위 권고를 수용할 경우 그동안 이 부회장에 대해 '과잉 수사'를 했다는 점을 스스로 인정하는 셈이 된다. 그도 그럴 것이 검찰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삼성에 대해 50여 차례 압수수색, 110여 명에 대한 430여 회 소환 조사 등을 진행했다.
반대로 수사심의위의 권고에 반하는 처분을 내리기에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심의위는 검찰이 자체 개혁 방안의 하나로 도입한 만큼,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르지 않을 경우 '자가당착'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최근 만난 재계 관계자는 "최근에는 8월 초에 검찰의 최종 결론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지만, 그 이후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며 "이미 늦춰졌기 때문에 더 미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기소 여부 판단과 별개로 지지부진 시간을 끄는 것은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상당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 한 달간의 시간은 검찰이 판단을 내리는 데 결코 적지 않은 시간이라고 본다.
수사심의위 운영지침 제1조는 "이 지침은 검찰수사의 절차 및 결과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제고하기 위하여 설치하는 '검찰수사심의위원회'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신뢰 제고'를 위해 도입한 제도인 만큼 수사심의위의 권고를 따라 신뢰를 저버리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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