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의 신용등급이 줄줄이 하락하고 있지만 현대차그룹은 기존 등급을 '유지'하며 선방하고 있다. 든든한 곳간이 신용등급을 유지하는 비결로 꼽힌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최근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 현대모비스 등 현대차그룹 주요 계열사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동일한 'Baa1'로 유지하고 신용등급 전망 역시 코로나19 사태 이전 등급인 '부정적'을 유지하기로 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 가운데 코로나19 이후 기존 신용등급을 유지한 것은 현대기아차가 유일하다. 무디스의 이번 평가에서 일본 토요타·혼다를 비롯해 독일 BMW·폭스바겐, 미국 GM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의 신용등급 또는 전망이 모두 하락했다.
현대기아차의 신용등급 유지 비결은 든든한 곳간이다. 무디스는 "현대기아차가 보유하고 있는 대규모 유동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대기아차의 견고한 내수시장 회복력과 미국 내 시장점유율 확대도 이유로 꼽았다.
국내 신용평가사들의 평가도 비슷하다. 한국신용평가사는 지난 10일 정기 평가에서 현대차 AA+(안정적), 기아차 AA0(안정적)를 부여했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이전과 동일한 등급이다. 앞서 한국기업평가 역시 현대차와 기아차의 신용등급을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했다.
신용평가사들은 현대기아차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도 건재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번 평가에서 현대차는 20조원대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고, 기아차 역시 9조원에 달하는 풍부한 유동성 확보가 평가에 영향을 미쳤다.
현대기아차는 코로나19 사태에 대비해 추가적인 유동성 확보도 지속 추진한다. 현대차는 지난 4월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자동차 부문에서만 11조원 수준의 현금 유동성을 보유하고 있다"며 "4월 이후 글로벌 수요가 급감해도 연말까지 관리가 가능한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기아차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당초 올해 연말에 7조9천억원 정도로 유동성을 가져가려고 했지만 계획보다 3조원을 초과해 10조원 이상으로 유동성을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현대차그룹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중간배당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중간 배당 1천원, 결산 배당 3천원을 했지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불확실성 확대를 이유로 중간배당 미실시를 결정했다. 현대차도 유동성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해 올해 중간배당을 미실시한다고 밝혔다. 기아차도 차후 상황을 고려해 필요하다면 배당성향을 조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은 유동성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황이지만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투자는 기존 계획대로 추진하며 아끼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현대차그룹은 그동안 끊임없이 대규모 투자계획을 밝혀왔다. 현대차가 작년 말 '2025 전략'을 통해 6년간 전기차 부문에만 10조원을 투입한다고 밝혔고, 기아차는 올해 1월 모빌리티·전동화·커넥티비티·자율주행 등 미래 자동차산업에 선제 대응하기 위한 중장기 미래 전략 '플랜S'를 발표하면서 6년간 29조원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현대모비스는 지나해에 투자에 1조3천억원, 인수합병(M&A) 5천억원을 사용했고, 올해도 기술역량 강화에만 1조원의 투자를 이어갈 방침이다. 특히 자율주행·커넥티비티·전동화 분야에 중점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코로나19로 인한 대외 경영환경 악화와 불확실성 우려 및 선제적인 유동성 확보 필요성 등을 고려하여 2020년 중간배당을 미실시 예정"이라면서 "적극적 위기 경영을 통해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이와 동시에 지속 가능한 미래 성장 기반 확보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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