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두고 HDC현대산업개발과 채권단의 줄다리기가 다시 시작됐다. HDC 측이 '인수조건 원점 재검토'를 요청한 상황에서 채권단의 수용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9일 HDC현산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의지는 변함이 없지만 인수조건을 재검토하고 싶다고 밝혔다. HDC의 공식 입장 발표는 앞서 산업은행이 오는 27일까지 인수 여부에 대한 의지를 밝히라고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HDC의 인수조건 재검토 요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아시아나항공의 가치가 현저히 훼손됐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는 인수 계약 당시와 비교해 2조8천억원이 추가로 인식되고, 1조7천억원 추가 차입으로 무려 4조5천억원이 증가됐다고 강조하고 있다.
채권단은 HDC현산의 여전한 인수의지를 확인하면서 한숨을 돌렸지만, 인수조건 재검토라는 공을 넘겨받으면서 더욱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당초 채권단은 HDC현산이 아시아나 인수를 포기하면 '플랜B'를 가동한다는 계획이었다. 재협상에 돌입했다가 자칫 무산되면 더욱 난처한 상황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다.
다만 HDC 측과 채권단 최종 거래 종결 시한을 오는 12월 27일까지 늦추는데는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이 기간 동안 치열한 신경전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HDC 측은 금호산업에 지급해야 할 구주가격을 낮추는 것을 가장 먼저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다. 지난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당시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지분 30.77%를 3천228억원에 인수하고, 2조1천771억원의 유상증자를 실시하는 등 총 2조5천억원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금호산업이 보유한 구주 인수 가격은 주당 4천700원을 적용했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이후 꾸준히 하락했고 코로나19 사태가 절정이었던 3월19일에는 2천270원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지금도 계약 당시보다 낮은 가격에 머물고 있다.
이에 따라 HDC는 구주가격을 절반 수준으로 낮추자고 요구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구주 매매대금은 금호산업에 유입되는 만큼 채권단도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다만 아시아나항공 매각자금으로 그룹 재건을 노리던 금호그룹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아 난항이 예상된다.
또한 HDC현산은 채권단에 아시아나항공에 지원한 대출금의 만기를 최대한 늦추는 조건을 제시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에만 7천억원 규모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하면서 자본잠식이 심각한 상황이다.
HDC가 아시아나항공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자금을 대출금 상환에 써버리면 당장 운영자금도 부족한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HDC는 아시아나항공의 경영정상화까지 대출금 상환을 최대한 늦추려 할 것으로 보인다.
HDC는 채권단 지원에 포함된 영구채 5천억원의 전환 조건 등에 대한 협상도 원하고 있다. 영구채 5천억원의 출자 전환을 요구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지만, 이 경우 HDC 측의 지분율이 희석되기 때문에 오히려 만기·금리 등 상환 계획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HDC현산 이날 발표한 입장문에서도 "계약 체결일 이후 추가자금 차입 규모의 산정 근거, 차입금의 사용용도, 차입 조건, 상환 계획, 영구전환사채로의 변경 조건, 영구전환사채의 주식으로의 전환 조건 등 중요한 자료의 제공을 포함하는 인수상황 재점검과 인수조건 재협의를 요청했으나, 신뢰할 수 있는 충분한 공식적 자료를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한 HDC는 "이번 M&A에 그룹의 사활이 걸려있는 만큼 HDC현대산업개발은 모든 이해관계자와 주주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강길홍 기자 slize@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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