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기록한 에쓰오일이 비상경영에 나섰다. 차입금을 늘리고 비용과 투자를 삭감, 1분기 만에 1조2천억원을 확보했다. 경영 불확실성에 대비해 유동성을 최대한 확보해 놓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다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시 재무구조 악화로 유동성 위기로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5천억원이다. 지난해 12월에는 2천910억원에 불과했다. 3개월 만에 1조2천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한 셈이다. 투자비 등 각종 비용을 절감하고 차입금을 늘리는 등 현금관리 경영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은 올해 1분기 창사 44년 만에 최대 적자를 기록했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은 5조1천984억원, 영업손실 1조73억원, 순손실 8천80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2% 감소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모두 적자전환했다.
이같이 부진한 실적을 거둔 배경에는 코로나19에 따른 세계경제 침체로 원유수요가 감소하면서 정제마진이 악화한 데 있다. 1분기 평균 싱가포르 정제마진은 배럴당 0.3달러다. 정제마진은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가를 뺀 가격으로 통상 배럴당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더욱이 1분기 유가가 연일 폭락세가 이어지면서 대규모 재고평가손실을 기록했다. 정유사는 원유를 사고 2~3개월치 가량을 비축해놓는다. 유가가 높을 때 샀던 원유비축분들은 재고평가 손실로 작용한다. 에쓰오일의 1분기 재고평가손실은 무려 7천200억원에 달했다. 1천410억원의 환차손까지 발생했다.
상황이 이렇자 에쓰오일은 대규모 차입경영에 돌입했다. 에쓰오일은 단기차입금을 지난해 말 2조8천250억원에서 1분기 4조2천300억원으로 늘렸다. 에쓰오일은 지난 3월 6천8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해 원유도입자금, 시설자금, 오는 9월 만기의 1천300억원 규모 회사채 상환에 나서기도 했다.
에쓰오일은 현금흐름을 개선하기 위해 투자 관련 비용도 큰 폭으로 줄였다. 1분기에 유형자산과 기타금융자산 등을 매각해 약 2천300억원을 확보하고 유형자산 취득에 따른 투자비용을 전년 동기 대비 127억원 줄였다. 이같이 에쓰오일은 투자를 줄이고 차입금을 늘려 현금자산을 쌓았다.
문제는 현금창출력이 낮은 상황에서 단기차입금 비중을 높여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고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시 유동성 위기를 맞이할 수 있다는 점이다. 1분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7천84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영업활동을 하면서 현금이 유출됐다는 뜻이다.
에쓰오일의 1분기 단기차입금 의존도는 지난해 말 44.3%에서 50.5%로 6.24%포인트 증가했다. 순차입금은 6조8천300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순차입금 비중은 122.3%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192.2%로 지난 2018년(146.6%)와 비교해 무려 50%포인트 가까이 증가했다.
이미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에쓰오일의 정기평가를 통해 신용등급 전망을 AA+/안정적에서 AA+/부정적으로 조정했다. 송수범 한국기업평가 수석연구원은 "차입금 절대 규모가 대폭 증가한 상태여서 본격적인 개선에는 상당한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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