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강길홍 기자] 항공업계가 올해 1분기에 모든 업체들이 적자를 기록하는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로 확산되기 시작한 2분기에는 적자 폭이 더욱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를 버티지 못하고 쓰러지는 항공사가 등장할 수 있다는 우울한 전망도 나온다.
1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항공사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4곳 등 총 6개 국내 항공사가 1분기에만 총 4천20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6개 항공사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1조5천억원에 달한다.
가장 큰 손실을 낸 곳은 아시아나항공이다. 아시아나항공은 1분기에 별도기준으로 매출액 1조1천295억원, 영업손실 2천82억원, 당기순손실 5천49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 동기(1조4천385억원)와 비교해 21.5% 줄었고, 영업손실(118억원)과 당기순손실(843억원)은 모두 확대됐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실적 악화 원인에 대해 "세계 각국의 한국인 입국 제한이 본격화된 2월부터 수요가 급감해 국제선 운항편수가 기존 계획대비 8%에 그쳤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여객 수요 감소를 화물 수요로 대체하면서 영업손실 규모를 최소화했지만 순손실 규모는 오히려 아시아나항공을 넘어선다.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에 매출 2조3천523억원, 영업손실 566억원, 당기순손실 6천920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년 동기(3조415억원) 대비 22.7%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2천384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당기순손실은 전년 동기 894억원에서 7배 이상 늘었다. 당기순손실 확대는 환율 상승으로 인한 외화환산차손실 영향이 컸다.
LCC 중에서도 이익을 낸 곳이 한곳도 없었다. 제주항공이 영업손실 638억원, 당기순손실 995억원으로 적자폭이 가장 컸다. 에어부산은 영업손실 385억원, 당기순손실 618억원을 기록했고, 진에는 영업손실 313억원, 당기순손실 458억원이었다. 그나마 티웨이항공이 영업손실 220억원, 당기순손실 343억원으로 적자 폭이 가장 적었다.
항공업계의 실적은 더 이상 나빠질게 없어 보이지만, 2분기에는 손실 규모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1분기에는 2월부터 수요가 급감했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전 세계로 확산된 2분기에는 3개월 내내 정상적인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6월부터 그동안 중단됐던 국제선 운항을 재개한다는 계획이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완벽히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 심리가 살아날 수 있을지 미지수다.
국내선 비율이 높은 LCC도 국내 상황이 호전되면서 여행 심리가 살아나고 있는 상황을 기대했지만 '이태원 집단 감염' 사태가 찬물을 끼얹었다.
항공 업계의 '5월 위기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대한항공 1조2천억원, 아시아나항공 1조7천억원 등 총 2조9천억원의 긴급자금을 지원하기로 했고, 이에 앞서 LCC에는 3천억원의 유동성 지원을 결정했었다. 그러나 6개 항공사의 1분기 순손실 금액만 1조5천억원에 달하는 상황에서 2분기 실적이 더해지면 정부의 지원으로도 버티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이달 말 가동할 예정인 40조원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대상에 LCC들이 포함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국토교통부는 LCC 지원을 강조하고 있지만 일각에서는 과당경쟁 상태인 LCC 업계의 구조조정을 위해 선별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업계 관계자는 "2분기까지는 국제선 운항을 재개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국내선 운항만으로 버텨야 하지만 수요가 회복되지 않고 있어 실적이 더욱 나빠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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