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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기아차 노사, 고용안정 논의할 조직 구성…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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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차 시대, 대규모 인력 감축 불가피…새로운 노사관계 만들어낼까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최근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 노사가 고용안정을 논의할 조직을 구성하고 운영을 앞두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이 전동화 등 미래차 시대에 글로벌 시장에서 리더로 도약하기 위한 구체적 목표를 제시하고 속도를 내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에는 대규모 인력 감축이 동반될 것으로 예측돼서다.

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미래차 시대에 대비하기 위한 목표를 제시한 상태다. 지난 1월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새해 메시지를 통해 "2020년을 미래 시장에 대한 리더십 확보의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함께 목표도 제시했다.

먼저 전동화 시장 리더십을 공고히 하기 위해 전동화 차량을 2019년 24종에서 2025년 44종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자율주행 분야 기술 경쟁력을 확보해 2023년 상용화 개발을 추진하고, 2024년 하반기 본격 양산을 추진한다. 더불어 PAV(Personal Air Vehicle, 개인용 비행체)를 기반으로 한 UAM(Urban Air Mobility, 도심항공모빌리티) 사업을 발전시켜 나간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는데 있어 대규모 인력 감축이 동반될 것으로 예측된다는 점이다. 글로벌 완성차업계가 미래차 시대 대응을 위해 지난 2018년부터 발 빠르게 진행해온 것도 인력 구조조정이다.

미래차인 전기차 부품 수가 내연기관차 부품 수의 40~50% 정도에 불과해서다. 게다가 기계부품 비중이 감소하고 전장부품 비중이 증가하면 기존 기계부품 기반 사업의 축소가 불가피하다. 큰 틀에서 산업구조 자체도 완성차 제조업체 중심에서 정보통신기술(ICT)·전자업계 등과의 수평적 협업 구조로 변화하면 기존 완성차 제조업체 인력 구조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제조업 생산 공정 자동화 추세도 인력 감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이에 현대차와 기아차 노동조합이 각각 미래차 시대를 앞두고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사측과 함께 이를 논의할 조직을 만들었다. 지난해 현대차 노사 외부 자문위원들이 2025년까지 현대차의 친환경차 양산과 기술변화로 인한 미래 고용 관계를 분석한 결과 인력의 20~40% 정도가 축소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에 먼저 현대차 노조가 지난 3월 초 쯤 미래변화대응TF(태스크포스)를 구성했다. 미래변화대응 1팀과 2팀으로 나뉘는데, 각 팀은 지난해까지 노조 내 있었던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와 임금체계개선위원회를 각각 이어받는 성격의 조직이기도 하다.

구성원은 지난 노조 집행부가 선임해놓은 5명의 외부 자문위원들에 더해 내부적으로 정책 기획 등을 담당했던 이들에게 자원을 받아 내부 자문위원을 꾸려 구성할 방침이다. 구성이 끝나면 이르면 다음 주부터 업무에 들어간다.

기아차 노조는 지난달 미래발전위원회 자문위원 위촉식과 상견례를 진행했다. 노사가 함께 추천한 인물 4명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했는데, 이후 위원회 활동 일정을 잡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기아차 노조는 기아차의 미래차 시대 대응 전략인 플랜S에 고용안정과 국내공장 투자계획이 없다며 철회를 주장하고 있는 상태다. 전기차 사업 체제로의 전환 계획만 발표하지 말고 구체적 투자계획 또한 넣으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전기차에 투자를 한다면 배터리나 구동모터 등의 부품이 들어가게 되는데, 이러한 부품들을 기아차 공장 내에서 만들 수 있도록 하는 등의 구체적 투자계획을 포함하라는 주장이다.

현대·기아차 내부의 이러한 움직임을 좀 더 큰 틀에서 보자면, 자본주의 체제가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향하고 있는 것에 발맞춰 가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는 기존 자본주의에서 오는 사회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두된 것으로 기업과 주주의 이익만이 아닌 노동자나 협력업체, 고객 등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 등 사회적 가치까지 추구하는 것이다. 지난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주제로 선정됐을 만큼 미래 산업 변화와 함께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전 세계 자동차업계가 미래차 시대 대비 모드로 전환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 자동차업계가 대부분 정년을 맞이하고 있고 신규채용 문제가 노사 간 쟁점이 되고 있어 새로운 변화에 대해 노사가 함께 논의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사진=아이뉴스24 DB]
[사진=아이뉴스24 DB]

현대·기아차의 이러한 조직 구성이 선제적인 것이라고는 볼 수 없다. 미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미래 제조업 변화에 대한 노사 공동 대응이 이미 필요조건이 돼서다.

대표적 성공사례가 독일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전략과 함께 노동 4.0 정책을 실시하고 있는데, 노·사·민·정·학의 사회적 대화를 통해 미래 신기술을 도입하면서도 노동자들에 대한 교육·재교육을 통해 경쟁력을 높여 고용이 오히려 늘어나는 효과를 내고 있다.

선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조직이 제대로만 운영된다면 대립적이기만 했던 노사관계가 미래차 시대에 노사 모두에게 유리한 구조를 정립하는 등의 새로운 방향 전환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학회장을 지낸 김기찬 가톨릭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원래 기술이 변화하고 새로운 시대를 위해 준비하고 이런 것들이 노동자들에 대한 학습과 동시에 진행돼야 하는데 우리 자동차산업의 가장 큰 약점이 학습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현대차도 그렇고 항상 노사관계가 대립관계로만 있다 보니 노동자들도 자기 역량을 키우지도 못하고 관심도 없고 기업도 그걸 이용할 수 있는 구조가 못되고 노사 갈등으로 인한 후유증만 많이 남았다"고 얘기했다.

이어 "요즘은 국제노동기구(ILO)도 노사 투쟁 이런 거는 1990년대 이야기고 기업가정신의 관점에서 새로운 일자리를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까를 중심으로 생각을 한다"면서 "이제 노동자들의 역량을 강화해 새로운 아이디어가 많이 나오고 기업이 그걸 이용하는 쪽으로 달라져야 하는데 현대기아차 노사의 미래 대응 차원에서의 이번 조직 구성이 선제적인 것은 아니지만 새로운 방향 전환의 시작이 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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