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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룹 2인자] '샐러리맨 신화' 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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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삼성' 일군 선봉장 출신…CJ대한통운 글로벌화도 이끌까

재계 오너가(家)에서 현장 지휘관은 단연 그룹 2인자의 몫이다. 오너인 그룹 회장이 전체적인 큰 그림을 그린다면 세부적인 사항을 채워 넣는 것은 이들 2인자다. 승계 과정과 안착 과정에서는 총수의 경영 스승이자 조력자로 평가되기도 한다. 더욱이 재계 전반에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이 화두로 떠오르는 지금과 같은 시기엔 2인자들의 일거수 일투족이 이슈다. 아이뉴스24는 [그룹 2인자]란 주제로 이들의 활발한 경영행보를 쫒아가봤다. [편집자 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지난 2002년 연간 1조 원에 가까운 수익을 내고 있던 삼성카드는 갑작스럽게 양적 성장을 중단했다. 당시 정부는 외환 위기 극복을 위해 '소비를 통한 경기부양'을 기치로 내걸고, 신용카드에 대한 규제 상당수를 완화시켰다. 이에 카드사들은 빠른 속도로 신용카드를 보급하며 적극적인 소비 부양에 앞장서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에 LG와 업계 1위를 두고 각축전을 벌이던 삼성카드의 '내실화' 조치는 당시 업계로부터 의아함을 샀다. 하지만 이 선택은 6개월 후 발생한 '카드사태'에서 삼성카드를 구하는 '신의 한 수'가 됐다. 실제 일찍부터 내실화에 주력한 삼성카드는 업계 1위 LG가 카드 사업을 신한은행에 매각하는 등 급격한 업계 재편 움직임 속에도 상대적으로 적은 타격만을 입으며 살아남았다.

◆삼성카드 살려낸 박근희, CJ그룹 얼굴로 '변신'

2일 재계에 따르면 '카드사태' 당시 삼성카드의 양적 팽창 전략에 제동을 건 인물은 박근희 현 CJ대한통운 부회장이었다. 당시 박 부회장은 이 같은 공적을 인정받아 삼성카드 사장 자리에 올랐으며, 중국 삼성본사 사장과 삼성생명 대표 등의 요직을 거쳐 부회장 직책으로 삼성그룹 금융계열사를 이끌었다.

삼성그룹에서 '일가'를 이룬 박 부회장은 지난 2018년 8월 CJ대한통운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겼고, 같은 해 10월 이후 CJ주식회사 공동 대표직을 겸임하다 지난 3월 CJ대한통운 부회장직에 전념하기 위해 CJ주식회사 대표직을 내려놨다.

 [사진=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사진=박근희 CJ대한통운 부회장]

박 부회장은 CJ그룹 입사 후 줄곧 그룹 원로로서 사내 젊은 CEO들에게 자문 업무를 수행함과 함께 대외활동을 총괄하는 역할을 맡아 왔다. 또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박 부회장 영입 의사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직접 타진한 것으로 알려져 두 그룹사의 관계 개선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받은 바 있다.

이에 박 부회장이 지난 3월 급작스럽게 CJ주식회사 대표직을 내려놓자 업계 일각에서는 CJ그룹 내 '삼성맨'의 영향력이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됐다. 실제 CJ그룹은 지난해 단행한 인사에서 삼성그룹 출신 CJ주식회사 홍보실장을 교체하는 등 '삼성색' 빼기에 돌입했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다만 당시 CJ그룹은 "지난해 계열사 책임 경영 강화 등 원칙에 따라 지주사 인력 절반 가량을 계열사로 배치한 바 있으며, 박 부회장의 이동도 이 같은 원칙에 따른 것"이라며 "대한통운의 CJ그룹 내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물류 분야 확장에 힘을 쏟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했다.

◆"다시 현장으로"…글로벌 '승부사' 행보 지속될까

CJ그룹의 이 같은 설명은 약 20일 후 현실화됐다. CJ대한통운은 지난 3월 30일 치러진 정기 주주총회에서 박근희·박근태·김춘학 3인 대표 체제를 박 부회장 단독 대표체제로 변경시켰다. CJ대한통운이 단독 대표체제로 운영되는 것은 지난 2013년 이후 최초이며, 이에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의 미래를 한 몸에 짊어진 사령관이 됐다.

박 부회장은 앞서 삼성그룹에서 쌓아온 글로벌 시장 공략 노하우를 적극 활용해 향후 CJ대한통운의 '글로벌화'에 전념할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실제 박 부회장은 2005년 삼성 중국본사 사장으로 재직할 당시 법인 이름을 '삼성중국'에서 '중국삼성'으로 바꾸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함과 함께,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2004년 240억 달러 수준이었던 매출을 450억 달러 수준으로 끌어올린 바 있다.

CJ대한통운 역시 글로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3년부터 적극적인 인수·합병을 펼치며 글로벌 외형을 빠른 속도로 키웠다. 이에 현재 40개국, 150여 개 도시를 거점으로 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물류 공룡'으로 성장했다. 또 지난해 매출 10조4천151억 원 중 43% 가량을 해외에서 해내는 실속도 함께 갖췄다.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박 부회장은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확장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사진=CJ대한통운]

이에 박 부회장은 취임 직후인 지난달 22일 기존 물류연구소를 'TES물류기술연구소'로 변경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TES는 '테크놀로지, 엔지니어링, 시스템&솔루션'을 뜻하는 단어로 CJ대한통운이 초격차 역량 기반의 글로벌 물류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추구하는 핵심 기술을 지칭한다.

TES물류기술연구소는 단순한 전략을 수립·실행하던 기존 물류연구소와 달리 '언택트' 등 비즈니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기술개발 및 컨설팅 업무까지 수행하게 될 예정이다. 또 이 과정에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분석 등 미래 혁신 성장을 위한 준비도 담당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재 상황에 따르면 CJ그룹이 박 부회장을 CJ대한통운에 전념토록 한 것은 오히려 지주회사 업무 부담을 줄여 현장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한 조치라고 해석할 수 있다"며 "박 부회장이 오랜 커리어 동안 쌓아 온 역량을 발휘한다면 CJ대한통운의 글로벌 확산세도 지금보다 더 빨라질 수 있으리라 보고 있다"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맞은 기회…업계 대한 국가적 관심 '부담이자 과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CJ대한통운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했다. 소비자들이 외출을 꺼리고 이커머스 업계에 몰리면서 물류량이 급증했고, 시장 47%를 차지하고 있는 CJ대한통운이 최대 수혜를 입은 것이다.

실제 CJ대한통운의 지난 1분기 물동량은 약 3억8천만 박스로, 분기 사상 최대치였던 지난해 4분기보다도 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부문은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매출이 부진할 것으로 전망되지만, 업계는 이를 일시적인 현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CJ대한통운은 이 같은 시장 상황에 기민하게 대응하고 있다. TES물류기술연구소를 통해 관련 연구를 진행함은 물론, 환경부와 전기화물차 보급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는 2030년까지 모든 화물차를 전기화물차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친환경 택배 시장을 선점해 지속경영 가능성까지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 같은 택배 시장의 확대가 CJ대한통운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쿠팡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는 '풀필먼트'에 대한 경쟁력 존재 여부가 대표적이다. 풀필먼트는 마감 시간 없이 계속 이어지는 주문에 대한 물류 관리 체계를 의미하는 단어로, 쿠팡은 직매입 물품에 한정해 '풀필먼트'를 적용하고 있다.

이에 CJ대한통운도 LG생활건강과 손잡고 '풀필먼트' 서비스를 시작하겠다고 밝혔지만, 업계 최고 인프라를 갖춘 외형과 달리 24시간 운영을 기반으로 전개되는 '풀필먼트'에 추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또 현재 상황에서는 운영할수록 적자를 볼 수 밖에 없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위한 투자 의지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함께 시작된 배송업에 대한 주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커머스 시장 확대와 함께 시작된 배송업에 대한 주목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으로 확산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와 함께 이커머스를 중심으로 배송 시장에 국민적 관심이 쏠리는 것도 악재로 꼽힌다. 급격한 물동량 증가 속 노동자의 피로가 가중되고 있으며, 이에 최근 온라인 배송노동자 노동조합 결성 움직임이 이어지는 등 '노동 이슈'가 물류업계 경영 전반의 화두로 등장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CJ대한통운이 이미 택배기사가 '개인사업자'라는 이유로 택배노조와의 협상을 법정 소송 이후로 미루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비판 여론도 거세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박 부회장이 취임 이후 글로벌 사업 확대 및 노사갈등 해소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거듭 밝혔으며, 경영 전권을 가지게 된 만큼 협상이 순조롭게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물류업이 최근 유례 없는 물동량 증가 속 국민의 관심 중심에 서며 노동 환경 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 수준도 높아지고 있다"며 "박 부회장은 사업 성장은 물론, 노사 관계에서도 그동안 쌓아온 '관록'을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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