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서온 기자] 강남3구와 용산 등 서울 아파트시장 가격상승세를 견인했던 선도지역에서 고가주택의 거래비중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가주택에 대한 대출제한과 더불어 보유세 강화, 자금출처 조사 등 연이어 발표된 강력한 규제가 수요자들에게 압박으로 다가온 것으로 보인다.
20일 직방이 거래시장 절정기에 이른 지난해와 12·16대책 직후인 올해(2020년 4월16일 공개자료 기준, 3월까지 거래량)의 서울아파트 실거래 자료를 살펴본 결과 고가주택으로 취급되는 15억 초과 거래된 아파트 비중이 서초구 16.3%포인트(53.8%→37.5%), 용산이 9.4%포인트(32.9%→23.5%) 감소하며 큰 폭으로 하락한것으로 나타났다. 강남(8.0%포인트↓)과 송파(5.8%포인트↓)도 기타 자치구보다 하락세가 두드러진 모습이다.
반면 9억초과~15억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은 서초(1.1%포인트↑), 송파(1.2%포인트↑), 용산(2.0%포인트↑)이 모두 증가하며 대조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까지 9억초과~15억이하 가격구간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한 곳은 마포·동작·성동·광진이었지만, 고가주택에 대한 매수세 감소로 강남3구와 용산에서 그 비중을 높여가며 9억초과~15억이하 아파트 거래 비중이 증가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고가주택 시장을 리딩한 지역에서 고가주택 거래비중이 감소한 주요 원인은 대출규제, 자금출처조사 등 직접적인 규제도 있지만, 증여와 같이 대체거래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해 볼 수 있다.
실제 서울지역 아파트 거래량 중 거래원인이 '증여'인 거래량은 지난 2017년 7천408건에서 2018년 1만5천397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고, 지난해에도 1만2천514건을 기록했다. 비중으로 보면 전체거래 중 증여의 비율이 지난 2018년 이전에는 2~4% 내외였지만, 지난해 9.7%까지 급등했다. 특히 고가주택이 밀집한 강남3구 일대에서 이러한 현상이 선명하게 나타났다. 지난 2017년 2천41건에서 2018년 5천183건, 2019년 3천130건을 기록했으며, 비중으로는 2018년 최고 17.4%까지 나타났다.
올해에도 증여의 비율은 전체 거래 중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신고분인 증여성 매매(특수관계인간 거래 시 최근 3개월 거래가액 기준 최고가액의 30%, 3억 한도까지 거래신고가 가능하며, 전세를 함께 넘기는 경우 소액으로 취득가능)거래까지 감안하면 실제비중은 공개된 수치보다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강남을 겨냥한 핀셋형 규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강남권역이 높은 가격을 유지하는 이유는 결국 재건축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과거 투자상품으로 각광받던 재건축 사업장들 다수가 사업종료 후 신축으로 회귀하며 가격을 끌어올렸고, 재건축을 앞두고 있는 또다른 사업장들이 기대심리로 시장가격이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고가주택시장에서 강남권역이 차지하는 상징성은 여전하지만, 그 비중은 축소되는 모습이다. 거래가격을 기준으로 10분위 가격분포를 살펴보면 지난 2010년 상위 10%에 해당하는 10분위의 가격하한선은 9.1억이었지만, 2019년에는 15.5억으로 약 70.3% 상승했다가, 올해 11.2억으로 다소 조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격의 하한선만 조정된 것이 아니라 거래가격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의 지역도 조정됐다. 지난 2018년에는 거래가격 상위 10%에 해당하는 아파트들의 입지가 강남 29.3% 서초 23.4%. 송파 17.2%, 용산 8.5% 등 이른바 부촌으로 상징되는 지역들에서 78.3%를 차지했다.
지난해 강남 37.0%, 서초 22.0%, 송파 21.4%, 용산 6.3%로 모두 86.6%가 이들 지역에서 거래되며 상위 10% 고가주택의 지역 쏠림이 심화됐다. 하지만 올해 강남 17.8%, 송파 16.1%, 서초 12.7%, 용산 5.8%로 상위 10% 비중이 52.4%로 대폭 축소됐다. 반면 성동 9.4% 영등포 5.9% 동작 5.2% 마포 5.1% 등 재개발사업 후 신축아파트가 입주하며 비강남권 시장을 리딩하는 지역들이 거래가격 상위 10% 지역에 대거 포진했다.
직방 관계자는 "저금리 영향에 따른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강력한 규제와 추가재제의 시그널에 시장은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중"이라며 "오는 6월 양도세 중과 한시감면 기간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의 매물이 시장에서 급매로 소진되며 가격이 하락한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이를 일반화로 연결하기에는 아직 케이스가 부족하다"고 말했다.
이어 "투자자 선호도가 높은 강남권의 신축이나 사업속도가 빠른 재건축 단지들은 여전히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김서온 기자 summer@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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