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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멀어져 가는 모빌리티 그룹…아시아나항공 인수 속앓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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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 결정 당시보다 악화한 항공업계 상황…언제 회복할지 알 수 없어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코로나19 발(發) 아시아나항공의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정몽규 HDC그룹 회장의 속앓이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이는 정 회장이 추구하는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의 첫 단추인 아시아나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 부담이 커지고 있어서다.

항공업계가 어려운 상황에서 정 회장이 결단을 내린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된 상황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항공업계 상황은 구조 재편 가능성이 나올 만큼 악화한데다 언제 회복기에 접어들지 예측조차 힘든 구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HDC그룹의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아시아나항공은 지난달 27일 유상증자결정과 관련한 정정공시를 했다. 이에 따르면 유상증자 대금 납입일 시기가 이달 7일에서 '신주인수계약서에서 정한 거래종결의 선행조건이 모두 충족되는 날로부터 10일이 경과한 날 또는 당사자들이 달리 합의하는 날'로 변경됐다.

해당 유상증자는 HDC가 아시아나항공과 결의했던 신주인수계약 총 2조1천771억6천600만 원 가운데 1조4천664억8천700만 원에 해당한다. 이는 아시아나항공의 차입금 상환 등 재무구조 개선과 유동성 확보를 위한 금액이다.

HDC 측에서는 기업결합 심사를 해외에서도 받아야 하는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늦어지면서 일정이 미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하지만, 해당 일정이 잠정 연기된 만큼 인수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특히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결정했을 때와 현 상황이 많이 달라지면서, 인수 결정을 그대로 밀고 나갈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물론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던 지난해 말에도 아시아나항공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해 2분기와 3분기 각각 전년동기대비 적자 전환했고, 부채비율 또한 900%에 육박했다. 이에 정 회장은 "2조원 대의 신주 발행을 통해 부채비율을 300% 미만으로 내려가게 해 항공업계 최고 수준의 재무건전성을 확보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현재는 상황이 더 악화했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부채비율은 1387%로 급증했다. 함께 매각된 아시아나항공 계열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또한 상황이 좋지 않다. 에어부산의 부채비율도 811.8%다. 에어서울은 지난해 자본잠식률 116.7%로 완전자본잠식 상태다.

지난해 에어부산 감사보고서는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능력에 유의적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일본 노선 감축에 따라 수익성이 악화했고, 올해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가 우려되고 있어서다.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HDC그룹]
정몽규 HDC그룹 회장. [사진=HDC그룹]

현재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영향으로 국제 여객 노선이 약 85% 축소된 상태다. 4월 예약률도 전년대비 90% 줄었다. 이에 최소 70% 이상의 유휴인력이 발생해 무급 휴직 대상을 전 직원으로 확대하고 급여 반납 등의 자구책에 들어갔다.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은 국제선 운항을 전면 중단한 상태다. 역시 휴직과 급여 반납 등으로 위기를 버티고 있는 중이다.

방민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한다면 사실상 대부분의 항공사들이 상반기 내 현금 소진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추가 자금 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단기금융상품을 포함한 항공사별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살펴보면 아시아나항공과 에어부산은 각각 610억 원과 462억 원으로 적은 편이다. 나머지 항공사들은 대한항공 2조690억 원, 진에어 2천960억 원, 제주항공 2천152억 원, 티웨이항공 938억 원 등이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HDC의 인수 결정 당시와 현재는 상황이 전혀 다르다"면서 "인수와 동시에 비상경영으로 들어가게 되니까 당초 투자계획에도 차질이 많을 것이고 투자하는 만큼 손해가 있을 수 있으니 HDC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혹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재 항공업계 전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다른 곳에 항공사를 팔기도 여의치 않은데다가 흡수하면 모기업이 어려워 질 수도 있다. 그렇다고 포기하기에는 코로나19 사태가 언젠가는 끝난다는 기대가 남는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고 항공시장이 회복되면 강하게 반등할 수 있는데, 현재 아시아나항공과 계열사가 가지고 있는 운수권의 경쟁력도 만만치 않아서다.

이와 같은 상황이지만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글로벌 모빌리티 그룹으로서의 비전을 실현할 것이라는 강한 기대를 품었던 만큼, 이 또한 그의 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 회장은 지난해 11월 12일 HDC가 아시아나항공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날 기자간담회에서 "모빌리티 개념이 아직 확정된 개념은 아니지만 육·해·공에 다 진출해 여러 가지 협력을 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하고 여기에 아시아나항공 인수의 의미를 두고 있다"면서 "이번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통해 HDC그룹은 항공 산업뿐만 아니라 나아가 모빌리티 그룹으로 한걸음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정 회장은 "경제가 어렵고 더 어려워질 거라고 하지만 그럴 때가 가장 좋을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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