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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마트·쿠팡노조, 배송노동자 위험 호소…"물량 두 배·인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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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우·삶의 질 악화…"사회적 편의 노동착취 발판 삼아 이뤄지면 안 돼"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와중에 집회를 열어도 될지 고민했지만, 배송노동자의 처우가 너무나 열악해 강행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정부와 유통 회사는 코로나보다 과로로 쓰러지겠다는 배송노동자들의 외침이 현실이 돼 버린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합니다."

18일 오전 서울지방고용노동청 앞에서 만난 정민정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마트노조) 사무처장은 지난 13일 벌어진 40대 쿠팡맨 사망 사건을 언급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마트노조는 기자회견을 열고 코로나19 확산 속 배송기사들의 안전을 위한 대책 마련은 아직 모자란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쿠팡 등을 강하게 규탄했다.

◆마트노조 "과도한 중량물·과로에 시달리는 것은 배송노동자 공통의 문제"

이들은 코로나19 확산으로 배송 물량이 대구는 2배, 다른 지역은 30~40%가량 늘어났지만, 배송 노동자의 삶과 처우는 나아진 것이 없다고 규탄했다. 특히 사망한 쿠팡맨의 사례도 이 같은 가혹한 노동 조건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강조했다.

정 사무처장은 "배송 물량이 급증하면서 중량물 등에 대한 대책을 내려달라 요청했지만, 고용노동부·대형마트·쿠팡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대책을 내려주지 않았다"며 "이미 늦은 상황이지만, 이들은 당장 온라인 배송노동자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트노조가 쿠팡맨 사망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마트노조가 쿠팡맨 사망 사건 관련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또 상황이 이 지경에 이르렀음에도 사측은 마트노조와의 대화 자리에 나서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목소리를 무시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고용노동부가 직접 온라인 배송기사에 대한 안전대책을 마련하고, 대형마트 등에 대한 관리·감독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마트노조는 대형마트가 중량물에 관한 규정 및 보상을 운영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보상이 미미함은 물론 중량물도 제대로 관리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온라인 배송기사들은 한 주문번호에서 70~84kg에 달하는 생수 7묶음 및 쌀 140kg, 절임배추 200kg 이상의 주문이 발생할 때 1만 원의 추가수당을 지급받고 있다.

마트노조 관계자는 "현재 업계가 운영하고 있는 중량물 보상기준은 보상이라기보다 혹사에 어울리는 수준"이라며 "이 기준을 만든 사람은 과연 이 정도 중량물을 배송하는 노동자에게 1만 원이라는 금액이 적합하다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고 설명했다.

◆쿠팡 노조 "밥 먹을 시간도 아껴 일해야 하는 열악한 상황"

같은 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공항항만운동본부 쿠팡지부(쿠팡노조)는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사무실에서 '쿠팡의 무한경쟁 시스템, 죽음의 배송'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맨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속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기자회견에는 최준식 공공운수노조 위원장, 공항항만운송본부 본부장과 현직 쿠팡맨 3명이 참여했다. 특히 새벽까지 배송 업무를 마치고 기자회견에 참석한 쿠팡맨들은 열악한 근무환경에 대한 고충을 상세히 전했다.

마트노조와 같은 시간 쿠팡노조도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배송기사들의 현실을 호소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마트노조와 같은 시간 쿠팡노조도 기자회견을 열고 열악한 배송기사들의 현실을 호소했다. [사진=아이뉴스24 DB]

이들에 따르면 쿠팡맨들은 현재 휴게시간은 물론 밥 먹을 시간마저 보장받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 실제 쿠팡노조가 공개한 지난해 3월 17~23일 기간 내 쿠팡 A 캠프의 휴게시간 사용 현황에 따르면 A 캠프 소속 쿠팡맨 22명 중 휴게시간을 사용한 인원은 7명에 불과했다. 또 평균 휴게시간도 49분에 그쳤다.

또 지난해 8월 14~29일 기간 동안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88명 중 209명이 휴게시간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다 응답했으며, 아예 휴게시간을 사용하지 못한다고 응답한 사람도 93명에 달했다.

조찬호 쿠팡노조 조직부장은 "쿠팡은 혁신의 아이콘이라는 평가 속 배송 노동자들을 혹사시켜 왔다"며 "쿠팡맨 퇴사율이 75%, 1년 미만 퇴사자 96%에 달하는 수치만으로도 쿠팡맨들의 상황이 얼마나 열악한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쿠팡은 과거 직고용 직배송을 통해 찬사를 받았지만, 현재 쿠팡맨들은 법으로 보장된 휴게시간은 물론 밥 한 끼조차 먹지 못하고 일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편리함으로 포장된 자본의 탐욕 앞 비인간적 노동 없어야"

쿠팡노조는 쿠팡맨 사망 사건에 대한 쿠팡 사측의 해명도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당시 쿠팡은 "고인은 지난 2월 중순 입사 후 1주간 트레이닝을 거쳐 14일간 배송 현장에서 일했고, 입사 초기 3개월은 트레이닝 기간이라 일반 쿠팡맨 업무 대비 50~65%의 물량을 소화해 왔다"며 "쿠팡은 유족의 뜻을 최대한 존중해 지원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정진영 쿠팡노조 조직부장은 "5년째 쿠팡맨으로 근무하고 있으며, 교육한 쿠팡맨만 400명이지만 트레이닝 기간 동안 일반 쿠팡맨 50% 수준 업무량을 소화하는 쿠팡맨을 본 적이 없다"며 "하루 교육 후 바로 단독배송을 시키며, 일반 쿠팡맨과 업무량 차이도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이어 "고인이 실제 일반 쿠팡맨 절반 수준으로 일했다 하더라도,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물량이 폭증해 업무량이 크게 늘어난 상태였을 것"이라며 "트레이닝 기간 3개월 후 정규직화가 결정되는 시스템 아래에서는 업무량이 늘어도 해내야만 하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마트노조 관계자가 '1인 배송 수량'을 짊어지는 시범을 보이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마트노조 관계자가 '1인 배송 수량'을 짊어지는 시범을 보이며 열악한 노동 환경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실제 쿠팡노조에 따르면 올해 3월 쿠팡의 배송 물량은 지난해 8월 대비 22% 증가했다. 쿠팡노조는 이는 무더위로 평시 대비 배송이 많은 시기와 비교해도 지난달 더 많은 물량을 배송한 것을 증명하는 수치라며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물량 폭증을 설명했다.

또 2015년 1월 쿠팡맨 1인당 평균 배송물량은 55.6개였지만, 2017년 12월에는 210.4개로 3.7배 늘어 수습 쿠팡맨이라 해서 적은 업무를 소화하는 식의 시스템이 운영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쿠팡노조는 이 같은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비정규직 정규직화 및 정규직 고용 원칙(트레이닝 기간 폐지) ▲배송 노동자 휴식권 보장 ▲새벽 배송 중단 ▲가구수·중량 고려한 친노동적 배송환경 마련 ▲노동환경 개선 교섭 이행 등을 사측에 요구했다.

쿠팡노조 관계자는 "무한 질주와 비인간적 노동에 내몰리는 쿠팡맨은 없어야 하며, 사회의 편의가 노동자 착취를 발판삼아 이뤄져서는 안 된다"며 "죽음이 예견된 배송환경은 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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