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문영수 기자] 크래프톤(옛 블루홀)이 2011년 출시한 PC 온라인 게임 '테라'는 획기적인 그래픽과 논타게팅 전투로 큰 인기를 끈 대규모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이다.
90년대 말 출시된 1세대 MMORPG들보다는 늦게 나온 후발 주자긴 하지만 특유의 차별화 요소로 가치를 인정받아 다수의 모바일 게임이 나올 만큼 인기 있는 지식재산권(IP)이기도 하다.
지난 5일 베일을 벗은 '테라 히어로'는 테라 IP를 기반으로 한 세 번째 모바일 게임으로 '불멸의전사' 등을 만든 레드사하라가 개발을 맡은 신작이다. 레드사하라는 크래프톤 진영에 2018년 합류한 게임사인 만큼 테라 히어로는 테라 IP 홀더인 크래프톤이 직접 내놓은 게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앞서 출시된 테라M, 테라 클래식이 MMORPG 장르인 만큼 테라 히어로 역시 같은 장르일 것이라 생각한 사람들이 적지 않았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이 게임은 수집 RPG에 더 가까웠다. 다만 기존 수집 RPG의 문법을 따르지 않고 MMORPG 요소를 첨가한 느낌이 강했다.
일단 첫인상이라고 할 수 있는 그래픽은 상당한 수준이었다. 원작 테라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고품질 3D 그래픽으로 그동안 출시된 테라 IP 모바일 게임 중 가장 뛰어난 색감과 품질을 보여준다. 많은 리소스가 필요한 MMORPG 장르가 아닌 만큼 그래픽에 더 공들였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게임은 최대 3인으로 구성된 그룹을 구성해 각종 전투를 수행하는 방식이다. 뽑기 아이템으로 캐릭터를 모으는 기존 수집 RPG와 달리 스토리 진행을 통해 차례대로 동료를 영입하는 방식을 택했다. 테라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인기 캐릭터 '엘린'을 얻기 위해 지갑을 열 필요는 없다는 얘기다.
대신 이용자는 각 캐릭터별 장비와 레벨에 신경을 써줘야 한다. 수집할 수 있는 캐릭터의 숫자는 상대적으로 적지만 더욱 깊이 있게 육성하는 쪽을 택했다고 보면 된다.
전투 진행 과정과 퀘스트 수령 방식 등은 MMORPG의 냄새를 짙게 풍긴다. 가령 원작 테라는 몬스터의 어그로 개념이 도입된 파티 플레이를 구현한 게임인데, 테라 히어로 역시 탱커와 딜러, 힐러의 직업 구분이 있었다.
실시간으로 펼쳐지는 전투에서 탱커가 몬스터들의 주의를 이끌고 그사이 딜러가 피해를 입히고 힐러가 팀의 체력을 책임지는 식이다. '나 한번 너 한번' 공격하는 턴제가 일반적인 수집 RPG들과 달리 테라 히어로는 MMORPG 파티플레이를 축약해 넣어 차별화를 꾀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이용자는 전투 과정에서 3인 캐릭터중 하나를 택해 세세한 컨트롤이 가능하다. 어그로가 분산돼 있다면 탱커를 터치, 광역 주의를 끌어 안정성을 꾀할 수 있고 체력이 저하된 딜러를 선택해 회피기를 이용하며 이리저리 도망칠 수도 있다. PC MMORPG라면 5~6인이 저마다 주어진 역할을 수행했다면 이 게임은 홀로 3인 다역을 맡는 셈이다.
테라 히어로는 이처럼 원작의 MMORPG 요소는 살리면서도 모바일 환경에 맞는 게임성을 기획하기 위해 노력한 흔적이 묻어났다. 다만 최적화 부분이 다소 아쉽긴 했다. 튕김 현상이 종종 일어났고 발열도 없지 않은 편이었다. 이러한 기술적 요소는 점차 업데이트를 해 나가며 개선될 수 있는 부분으로 보인다.
기존 수집 RPG들이 개척해온 검증된 노선을 따르지 않았다는 측면에서 테라 히어로는 주목할만한 게임이다. 수집 RPG와 MMORPG를 적절히 버무린 이 게임의 실험이 어떠한 결과를 낳을지 지켜봐야 할 듯하다.
문영수 기자 mj@inews24.com
--comment--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 보세요.
댓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