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민지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항공산업이 위기에 빠졌음에도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를 최종 결정했다. 제주항공은 애초 예상했던 인수 가격보다 150억원 싸게 사들였다. 코로나19 악재 속 장고가 이어지던 상황에 인수가를 낮춰 계약하는 것으로 합의를 본 셈이다.
제주항공은 2일 이사회를 열고 이스타항공 최대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이스타항공 경영권 인수를 위한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12월 인수를 결정한 뒤 3개월간의 장고 끝에 내린 결정이다.
인수 주식 수는 497만1천 주이며, 지분 비율은 51.17%다. 지분 인수 금액은 545억 원으로 예정보다 150억 원가량 낮춰졌다. 당초 제주항공와 이스타홀딩스가 양해각서(MOU)를 맺을 당시 공시한 매각 예정금액은 695억 원이었다.
이는 코로나19 등으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항공업계는 지난해 일본 불매 운동, 홍콩 시위에 이어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실제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계약이 두 차례 연기되면서 이같은 우려는 더욱 커졌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지난해 12월 연내 계약 체결을 목표로 실사를 진행해왔다. 하지만 지난해 말 계약 체결 시점을 올해 1월로 변경한 데 이어 지난달 또다시 2월로 연기한 바 있다.
이스타항공 입장에서는 낮아진 인수가격을 맞춰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2018년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 비율은 484.4%, 자본잠식률은 47.9% 수준이다. 지난해 일본 수요 급감으로 항공 업황이 부진했던 데다 안전 문제로 '보잉 737 맥스8'의 운항이 중단되면서 경영 상황은 더욱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된다.
제주항공 입장에서도 인수가를 최대한 낮춰서 부담을 줄이는 게 중요하다. 제주항공은 지난해 32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9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는 등 경영 상황이 좋지 않다. 지난달 12일에는 위기경영체제 돌입을 선언, 경영진의 임금 30% 이상을 반납하고, 승무원을 대상으로 진행했던 무급휴가 제도를 전 직원 대상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석주 제주항공 대표이사 사장은 "양사는 코로나19 이슈 등으로 인한 항공 시장 상황을 고려해 궁극적으로 항공업계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양보를 통해 가격을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제주항공은 이번 인수를 통해 운영 효율을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규모의 경제를 활용한 원가절감, 노선 활용의 유연성 확보, 점유율을 바탕으로 가격경쟁력 확보 등 다양한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이다.
이석주 사장은 "힘을 모아 위기를 극복해 조속한 시일 내에 정상화될 것임을 확신하고 있다"며 "운영효율 극대화를 통해 이스타항공의 경영 안정화 및 수익성 개선을 목표로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종구 이스타항공 사장도 "이번 결정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한 민간 차원에서의 적극적인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며 "이번 합의를 통해 이스타항공과 제주항공 또한 위기 극복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인수 절차가 마무리되면 제주항공은 국내 3위 항공사의 입지를 굳히게 된다. 항공기 보유 대수는 기존 45대에서 68대로 늘어나게 된다. 대한항공(168대), 아시아나항공(86대)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서민지 기자 jisse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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