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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마스크 찾아 1시간 40분…공적판매처 준비는 아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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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역 인근 약국 마스크 '전멸'…"온라인 사재기 물품 경매가 하락 중"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속 정부가 약국·우체국 등 공적판매처에 마스크 물량을 대량 공급해 시장을 안정화 시키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가 이 같은 정책의 수혜를 입기까지는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남역 인근 약국 10여 곳 마스크 '전멸'…의료계 종사자도 공급난 겪어

28일 오전 마스크를 구매해 보기 위해 강남역 인근으로 향했다. 이곳은 사무실과 소규모 병·의원들이 밀집해 있어, 신분당선 강남역을 기점으로 반경 1km에 약국이 15곳 이상 몰려 있는 곳이다. 하지만 처음 발을 디딘 약국에서는 마스크를 구할 수 없었다. 매대는 정부 발표가 무색하게 텅 비어 있었다.

28일 오전 강남역에서 '마스크 구매'에 도전했다. [사진=이현석기자]
28일 오전 강남역에서 '마스크 구매'에 도전했다. [사진=이현석기자]

이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 약사 A 씨(35·여)는 "정부가 마스크를 공급한다는 말은 있었지만 대한약사회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급은 3월 초나 돼야 가능할 것 같다"며 "그마저도 물량이 그렇게 많지는 않을 것으로 보여 마스크 대란이 쉽사리 해결될 수는 없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노마진 마스크'를 판매한 여의도 행복한 백화점에 줄을 선 사람들도 대부분 마스크를 못 구했다던데, 민간 시장인 이 곳에서는 인근 약국을 찾아가도 크게 다르지 않은 상황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A 씨의 말과 같이 인근 약국 10여 곳을 돌아다녔지만 같은 반응만이 돌아왔다. 마스크를 찾아볼 수 없었고, 심지어 대한약사회로부터 관련된 안내를 받지 못했다는 약국도 있었다. 또 어떤 곳을 가서 이야기를 나누더라도, 짧은 시간 동안 마스크를 찾는 시민 여럿이 약국을 드나들어 마스크 물량 부족 사태를 실감케 했다.

마스크를 찾아 약국·편의점을 뒤지고 있다는 시민 B 씨(55·남)는 "코로나19 사태 초기 마스크를 어느 정도 구매해 놨는데, 사태가 길어져 불안한 마음에 추가 물량을 구매하려고 인근을 돌아다니고 있다"며 "30분 이상 돌아다닌 것 같은데 마스크는 고사하고 손 세정제까지 동난 곳도 있었다"고 설명했다.

사당역 한 약국에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사당역 한 약국에 마스크가 없다는 안내문이 부착돼 있다.(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아이뉴스24 DB]

마스크 대란은 의료계 종사자에게도 예외가 아니었다. 또 다른 약국에서 만난 소비자 C 씨(33·남)는 "아버지가 지방에서 개인병원을 운영하고 계시지만, 의료계 종사자들도 마스크를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병원을 방문하는 제약·의료기기회사 영업사원들에게도 마스크를 구해보려고 하셨지만 구하지 못했다고 들었다"고 밝혔다.

◆일부 약국 개별 구매로 마스크 구비…'사재기꾼' 물량 가격 내려가고 있어

약 1시간 40여 분을 강남역 인근 약국·편의점을 방문하며 헤매인 끝에 신분당선 강남역 인근의 한 약국에서 마스크를 찾을 수 있었다. 이 약국은 타 매장과 달리 마스크 매대에 여러 종류의 마스크를 구비해 놓고 있었고, 가격도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기 이전에 비해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만 이 약국의 약사 D 씨(37·남)는 가지고 있는 물량이 정부로부터 공급된 물량은 아니라고 밝혔다. 단골손님들을 위해 D 씨가 직접 개인 거래(경매)를 통해 구한 물량이며, 정부 공급 물량은 다음달 초가 돼야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D 씨는 이 같은 개인 거래는 정부의 마스크 공급 대책이 마련되기 이전부터 횡행하고 있었다고 비판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눈치가 빠른' 사람들이 마스크 대량 매수를 단행했고, 경매에 부쳐 기존 가격 대비 2배에 가까운 가격으로 판매해 폭리를 취하는 일이 잦았다는 것이다.

D 씨는 "코로나19 사태가 확산되면서 정상적 방법으로 마스크를 구할 방법이 없어졌다"며 "지금 진열해 둔 물건은 일부 유통업자들을 통해 3천~5천 장 규모의 물량을 경매로 구매한 것이며, 과거 장당 1천500원 수준이었던 마스크 1장이 지금은 2천500~3천 원 수준에 팔리고 있다"고 호소했다.

강남역 한 약국에 약사 개인이 경매로 구매한 마스크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강남역 한 약국에 약사 개인이 경매로 구매한 마스크들이 비치돼 있다. [사진=이현석기자]

다만 D 씨는 정부가 마스크 공급에 나선 이후 이 같은 폭리를 취하는 일은 줄어들었다고 덧붙였다. 또 인터넷 카페에서 개인 거래로 판매되고 있는 마스크들의 가격이 최근 급속도로 내려간 것도 이 같은 매점매석 행위와 관계가 있을 것으로 바라봤다.

그의 설명과 같이 국내 최대 규모 중고거래 카페인 '중고나라'에는 지난 27일을 기점으로 마스크를 대량 판매하는 게시글이 다수 올라오고 있다. 이전까지는 장당 단가가 3천 원 이상 수준이었지만, 이날 올라온 게시글 대부분은 2천 원 초반대의 단가를 형성하고 있었다.

또 수백 매를 한 번에 판매하겠다는 게시글을 올린 거래자에게 연락해 이렇게 많은 물량을 어떻게 확보했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 거래자는 격앙된 목소리로 구매자에게 설명할 이유가 없다고 말하며 급히 전화를 끊어 의구심을 자아냈다.

D 씨는 "정부가 마스크 공급 대책을 밝힌 이후 유통업자들이 제시하는 경매가가 크게 낮아졌다"며 "온라인 개인 거래되는 마스크들의 가격도 내려가고 있는것을 보면 이 사람들이 온라인에서도 활동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한편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공적 유통망을 통한 마스크 공급을 발표했지만, 약속한 시각과 물량을 지키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의 말을 전했다. 또 기획재정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관련 부처에 최단 시간 내 유통체계를 완비할 것을 촉구함과 함께, 공권력을 통한 더 강력한 공급 방안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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