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이영웅 기자] 두산중공업이 실적악화로 인해 5년 만에 인력 구조조정에 나섰다. 국내 일부 언론이 정부의 탈(脫) 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라고 보도하자 정부는 즉각 세계 발전시장의 침체 때문이라고 반박했다. 누구의 말이 맞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둘 다 맞다. 굳이 따지자면 정부의 입장이 조금 더 사실에 가깝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8일 기술직과 사무직을 포함한 만 45살 이상 직원들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19~20일 이틀에 걸쳐 직원 설명회를 열고 퇴직에 따른 보상과 복리후생 조건 등을 설명할 예정이다. 명예퇴직 신청은 20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2주 동안에 걸쳐 받는다.
국내 일부 언론은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배경에 대해 정부의 탈원전 등 에너지 전환 정책을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 정부가 무리하게 원전에서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한 탓에 국내 원전 시장이 어려워졌고, 해외 수주까지 발목을 잡히면서 협력업체들도 고사 위기에 처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결정된 7차 전력수급계획에 포함된 원전, 석탄발전소 프로젝트가 문재인 정부의 8차 전력수급계획에서 대거 제외됐다. 신한울 3~4호기, 천지 1~2호기, 신규원전 2기 등 총 6개 원전 건설과 LNG(액화천연가스)발전소로의 전환에 따른 석탄발전소 3건 건설 계획이 취소됐다.
업계에서는 이로 인해 두산중공업이 약 10조원의 수주가 사라졌다고 내다본다. 또한 정부의 탈원전 탓에 해외 원전 수주에도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원전 부문 공장 가동률은 곤두박질쳐 지난 2017년 100% 가동하던 공장이 올해 60% 수준으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모든 문제를 단순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만 원인을 돌리기에는 무리라는 분석이 나온다. 두산중공업 매출의 70%가 해외시장에서 창출되기 때문이다. 국내시장 비율은 30%에 불과한 데다 두산중공업은 원전을 제외하고도 화력 발전설비, 주단, 산업, 건설부문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더욱이 수주가 감소한 배경 역시 저유가 기조로 인한 중동발 수주 감소와 전 세계적인 환경규제 강화 때문이라는 반론이 나온다. 실제로 세계 석탄화력 신규발주는 크게 감소해 최종투자결정은 2013년 76GW에서 2018년 23GW로 줄었다.
세계 전력시장 투자 역시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진행되면서 석탄과 원전 중심의 글로벌 발전업체들도 일제히 타격을 받았다. 지멘스(Siemens)는 2017년 6천9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GE는 2017년 화석연료 중심의 전력사업부 1만2천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WEC, 히타치(Hitach) 등도 상황은 비슷하다.
아울러 2017년 정부의 에너지 전환정책 추진 이후 국내 원전 매출 변화는 크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국내 원전 산업은 발전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을 중심으로 두산중공업은 발전소 주기기를 납품하는 수의계약 형태로 이뤄진다. 즉, 두산중공업의 국내 원전 매출은 한수원의 지급액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수원이 두산중공업에 지급한 금액은 지난 2013년 6천355억원, 2014년 7천440억원, 2015년 7천871억원, 2016년 6천559억원, 2017년 5천877억원, 2018년 7천636억원, 2019년 8천922억원이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 이후 두산중공업의 국내 원전 매출에는 유의미한 변화가 없었다.
결국 두산중공업의 구조조정 원인은 세계 발전시장 침체와 정부의 탈원전 때문이지만, 매출 비중으로 볼 때 정부의 주장대로 세계 발전시장 침체가 좀 더 사실에 가깝다. 다만 발전부문(원전·석탄 등 발전설비 제작)의 매출비중(계열사 제외)이 60% 가량을 차지할 만큼 포트폴리오 다변화 실패에 원인을 찾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
이영웅 기자 her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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