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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 車업계, '와이어링 하네스' 수급 비상…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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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피 커 재고 많지 않아"…다른 부품 수급 상황 추적도 어려워

[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우한폐렴) 확산 우려에 중국 공장들이 문을 닫으면서 한국 완성차 공장에도 비상이 걸렸다. 중국에서 공급받고 있는 자동차 부품 가운데 하나인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이 중단돼서다. 다른 부품도 수급 차질이 우려되지만 현재로선 파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중국에 있는 부품업체 공장들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국내 공장 차량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와이어링 하네스(wiring harness)는 쉽게 말해 전선 뭉치다. 자동차 내 모든 전장품을 작동하는데 필요한 전원을 공급하고 전기 신호를 각 전자제어 모듈에 전달하기 위해 전선, 커넥터, 전원분배 장치 등을 가공해 결속한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이를 한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경신, 유라코퍼레이션, 티에이치엔(THN)으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업체 모두 중국 공장에서 해당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쌍용자동차는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즈코리아로부터 해당 부품을 조달하고 있는데, 이 또한 중국에서 생산되고 있다.

그런데 중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 확산 우려에 춘절(중국의 설) 연휴 기간을 사실상 이달 9일까지 연장함으로써 중국 내 공장들의 가동 중단이 길어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국 공장으로부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을 받던 국내 완성차업체들이 차량 생산을 중단해야 할 위기에 처했다. 현재 쌍용차는 이달 4일부터 12일까지 평택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기로 했고, 현대·기아차는 공장 가동 중단 여부와 범위를 곧 결정할 예정이다.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수는 2만 ~ 3만 개 정도로 알려져 있는데,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이 가장 먼저 위기로 떠오른 이유는 재고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와 쌍용차 모두 해당 부품 재고를 평소 4 ~ 7일 분 정도로만 비축해왔다.

일반적으로 완성차업체·부품업체 등 제조업체들은 재고부담을 덜기 위해 최소한의 부품만을 비축해 놓으려 한다. 그런데 특히 와이어링 하네스의 재고가 더 부담이 됐던 이유가 있다. 부피가 커서다.

이는 차량 전동화와 관련 있다. 원래 자동차에 들어가는 부품 가운데 와이어링 하네스의 길이는 길지 않았다. 하지만 자동차에 들어가는 전장부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길이가 길어졌다. 그러다보니 부피도 커진 것이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본래 자동차 부품으로 들어가는 와이어링 하네스는 길이가 점점 늘어나면서 1km가 넘고 전기차로 가면서 2km가 넘어간다"며 "부피가 커져서 부품업체들도 재고를 한 달 이하로 갖고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이는 자동차 전장부품 비중이 높아지면서 자동차에 들어가는 비중이 커진데 따른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지난해 기준으로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표 차종의 전장부품 비중은 평균적으로 30~40% 정도다. 전기차는 그 비중이 70%가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사진=뉴시스]
[사진=뉴시스]

더불어 이번 사태와 같이 부품 수급에 어려움을 겪는 이유 가운데 하나로 한국 특유의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간의 전속거래 구조를 통한 해외 동반진출이 지적된다. 예를 들어 현대차가 중국에 진출하면 1차 협력업체들이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100개까지 따라 나가게 되는데, 여기에 1차 협력업체와 관계에 있는 중소업체들도 중국으로 따라 나가게 된다. 전속거래 구조 때문이다.

물론 비용 절감을 위한 것이다. 중국은 한국에서 가깝고 인건비가 한국보다 3분의 1정도 낮아 관세를 물더라도 국내에서 생산해 공급하는 것보다 원가를 낮출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이는 다른 선진국의 경우와 조금 다르다. 비용 절감을 위해 미국은 멕시코, 일본은 동남아, 유럽은 중동 등지에 공장을 지어 생산 원가를 낮추는 것은 마찬가지이지만 협력업체들이 줄줄이 함께 한 곳으로 진출을 하진 않는다.

업계에서는 현재 와이어링 하네스뿐 아니라 다른 부품에 대한 공급 차질 가능성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제조업체들이 공급망에 대해 공개하는 것을 꺼리는 터라 파악하기 쉽지 않다. 그렇다고 국가 통계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자동차 부품을 찾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연구위원은 "자동차를 포함한 모든 제조업체들은 수급 구조를 비밀로 하고 있는데, 워낙 긴박하다보니 와이어링 하네스 공급 차질을 공개한 것"이라며 "다른 쪽에서도 발생할 가능성은 있다"고 얘기했다.

이어 "공급 차질을 빚을지 모르는 다른 부품을 예상해보려면 국가 통계에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높은 부품을 추적해야 하는데 와이어링 하네스도 자동차 부품이 아닌 전기장비 제조업으로 분류돼 있을 정도로 통계 분류가 불일치해 추적하기 쉽지 않다"며 "특히 전장부품 쪽을 추적하기 쉽지 않은데, 선진국처럼 돈이랑 인력이 많지 않아 통계 분류를 곧바로 하지 못해 최근 산업 트렌드가 반영되지 못한 탓"이라고 지적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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