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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적막 흐르는 명동…신종 코로나 확산 속 5년 전 악몽 '데자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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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춘제 대목 놓치고 한국인 발걸음도 끊겨…"사태 조속히 해결되길"

[아이뉴스24 이현석 기자] 중국 정부의 '한한령' 해빙 움직임과 춘제 연휴를 앞두고 대목을 기대하던 명동 거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 코로나)'라는 초대형 악재를 만났다. 업계는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5년 전 메르스 악몽이 재현될 것이라며 우려하는 모습이다.

31일 오전 찾은 명동 거리는 평소와 사뭇 다른 모습이었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모습은 그대로였지만, 여러 국가의 언어가 뒤섞여 시끌벅적하던 얼마 전과 달리 마스크 쓴 행인만이 가득해 약간의 스산함까지 자아냈다.

또 점포에서 활발하게 호객 행위를 이어가던 점원들도 마스크를 쓴 채 지나가는 손님들을 우두커니 바라보는 모습이었다.

평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붐비던 명동역 6번 출구 앞 광장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평소 시간을 가리지 않고 붐비던 명동역 6번 출구 앞 광장은 한적한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인근 화장품 매장에서 근무하던 A 씨는 "이번 춘제 연휴 기간을 기대했지만, 신종 코로나 발병 이후 손님이 2~30% 정도 줄었고 그 추이가 점점 가팔라지고 있다"며 "사태 초기인 만큼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신종 코로나가 더욱 확산될 경우 메르스가 유행했던 5년 전보다 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 같다"고 전했다.

인근에 위치한 신세계·롯데백화점도 마찬가지 모습이었다. 평소와 달리 한산한 모습이었고, 점심시간이면 발 디딜 틈이 없었던 매장 내 식당과 카페도 곳곳에 빈자리가 눈에 띄었다. 간혹 외국인 단체 고객들이 보이긴 했지만 대부분 마스크를 쓴 모습이었고, 이들도 매장을 오랜 시간 둘러보기보다는 특정 매장을 빠르게 들러 물건을 구매하고 자리를 떴다.

신세계백화점의 한 식당에 근무하고 있는 B 씨는 "평소 외국인은 물론 내국인 고객들도 많이 찾아오던 시간대지만 보다시피 이렇게 빈자리가 많다"라며 "손님이 점점 더 많이 줄어들고 있어 사태가 빨리 해결되기만 바라고 있다"고 밝혔다.

명동 신세계백화점 출입구의 안내문(좌)과 점심시간임에도 한적한 모습이었던 푸드코트(우)
명동 신세계백화점 출입구의 안내문(좌)과 점심시간임에도 한적한 모습이었던 푸드코트(우)

이 같은 분위기는 실제 실적에서도 감지되고 있다. 이날 업계에 따르면 지난 28일까지 진행된 중국의 춘제 연휴에도 불구하고 중국인 방문객이 예년 대비 3~40%가량 줄어들었다. 또 이들은 중국인 방문객이 줄어든 것뿐만 아니라, 내국인 방문객의 발걸음도 급감하는 추이를 보이고 있어 매출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자영업자들의 타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예상되는 모습이었다. 실제 이날 명동거리 곳곳에 자리 잡고 있는 가건물 매장 및 노점상은 대형 매장들보다도 더욱 한산했다. 평소 많은 이들이 이들에게서 구매한 음식을 먹으며 거리를 걷던 모습은 거의 보이지 않았고, 간단한 캔커피 정도의 상품만을 구입하는 모습이 이어졌다.

명동거리에서 노점을 운영하고 있는 C 씨는 "최근 불경기의 영향을 받아 명동 치고는 장사가 잘 되는 편은 아니었지만, 최근에는 더욱 어려워졌다"라며 "오가는 관광객의 수가 줄어든 것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어 힘이 빠지는 상황"이라고 한숨을 지었다.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D 씨도 "평소 내국인은 물론 쇼핑을 마친 중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아왔지만, 손님이 많이 줄었다"라며 "중국인 관광객도 문제지만 내국인 손님의 발걸음이 빠르게 끊기고 있어서 걱정될 뿐"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최대한 빨리 사태가 해결돼 다시 많은 손님이 찾아와 주기만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이 붐볐던 명동거리 매장들은 거의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많은 사람이 붐볐던 명동거리 매장들은 거의 비어 있는 모습이었다. [사진=이현석기자]

업계는 신종 코로나 확산이 5년 전 메르스 사태의 악몽으로 이어질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당시 메르스 확산을 막기 위한 정부 조치가 이어지고, 사람들도 외출을 자제하는 현상이 이어짐에 따라 오프라인 유통업계와 외식업계가 큰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의 발표에 따르면 메르스 사태가 발생한 직후였던 지난 2015년 6월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은 2014년 같은 기간 대비 각각 12%, 10% 하락했다. 또 외식업체들의 매출은 메르스 발병 전이었던 2015년 5월 말 대비 38.5%나 줄어든 바 있다.

업계는 연초 대목과 시기가 겹친 신종 코로나 확산이 메르스보다 더 큰 매출 타격을 가져올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특히 신종 코로나가 무증상 기간(잠복기)에도 전염력이 있다는 것이 알려짐에 따라 경각심이 더욱 높아져 있는 상황이며, 정부도 메르스 사태 당시보다 높은 수준의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임에 따라 매출 하락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까지 알려진 바로는 신종 코로나가 사스, 메르스 등보다 높은 전염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진 만큼 많은 소비자들이 외출을 삼가는 추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큰 폭의 실적 하락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석 기자 tryon@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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