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다운·서상혁 기자] 윤종원 신임 IBK기업은행장이 3일 오전 첫 출근을 시도했지만 무산됐다.
윤종원 전 청와대 대통령 비서실 경제수석비서관은 진통 끝에 전날 은행장에 임명됐지만, 첫 출근부터 가로막혀 앞으로 험로가 예상된다.
윤 행장은 일단 외부서 비서실을 통해 업무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노동조합은 '낙하산 반대' 투쟁을 이어가며 출근 저지와 함께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계획이다.
윤 행장은 이날 오전 8시28분께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주차장에 도착했다. 후문을 통해 건물 내부로 들어가려 했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노조원들과 대치했다.
노조가 출입문을 통제하고 출근저지 투쟁을 시작해 윤 행장은 약 10분 만에 발길을 돌려야 했다. 윤 행장은 "어떤 부분을 우려하는지 알고 있고 걱정하는 바를 잘 듣겠다"고 말했다. 그는 "함량미달 낙하산이라고 말씀하는데,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중소기업을 튼튼하게 만들고, 가족들의 튼튼한 일터인 만큼 열심히 해서 경쟁력을 키우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행장의 물리적인 출근은 무산됐지만, 비서실을 통해 업무 보고는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은행 관계자는 "취임식을 비롯한 윤 행장의 향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선 기업은행 노조위원장은 "기업은행 직원들 대다수가 투쟁에 동의하고 있다"며 "금융노조 및 한국노총도 함께 투쟁해 낙하산 문제를 노동계 전반의 저항으로 이어가 사회 전반에서 뿌리 뽑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임금단체협약교섭과 연계해 총파업을 하는 것도 고려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기업은행 노조는 지난달 27일 '청와대 낙하산 반대 전 조합원 결의대회'에서 낙하산 행장 반대를 공식적으로 결의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계속해서 내부 행장을 배출한 기업은행이 내부행장에 대한 역사를 이어가길 원한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은행과 금융에 대한 전문성이다"라고 말했다.
제26대 기업은행장에 임명된 윤 행장은 1983년 행정고시 27회로 공직에 입문한 뒤 재무부, 기획재정부, 청와대,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을 거친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지난달 27일 김도진 전 기업은행장 퇴임 이후 한동안 공석이었던 행장 자리가 채워졌지만, 윤 행장이 외부 출신 인사라는 점에서 잡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10년 동안 내부출신 은행장이 선임된 관행이 깨져 노조가 반발하고 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김다운 기자 kdw@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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