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김나리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 마련에 착수한다. 관련 법안이 아직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지만, 선제 대응에 나서겠다는 취지다.
2일 한국콘텐츠진흥원(이하 한콘진)에 따르면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 개발 연구 위탁용역 입찰' 접수가 오는 8일부터 시작된다. 접수 마감은 10일로, 입찰 수행 기간은 계약 체결 후부터 4월 30일까지다.
선정된 입찰자는 기존 문화·스포츠 산업을 토대로 한 표준계약서와 한국e스포츠협회 및 라이엇게임즈의 표준계약서 등을 바탕으로 한 사례 연구를 진행하고, e스포츠 선수 계약 사례를 파악해 시사점을 도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e스포츠 프로선수 표준계약서 및 육성군 표준계약서, 미성년자 계약에 대한 부칙을 개발하고, 표준계약서 활성화 방안도 함께 마련해야 한다.
한콘진 관계자는 "프로선수, 육성군 표준계약서, 미성년자 부칙 등은 연구내용에 따라 합쳐지거나 세분화돼 1종 또는 여러 종의 표준계약서로 도출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표준계약서는 e스포츠 정식종목 및 문체부 공고에 따른 시범종목 13종과 사회적으로 e스포츠로 통용되는 다수의 종목 등에 활용 가능한 보편성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 e스포츠 업계에는 정부 차원의 표준계약서가 없는 상태다.
앞서 이동섭 바른미래당 의원이 문체부로 하여금 전문 e스포츠 용역과 관련된 표준 계약서를 마련하고 보급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e스포츠(전자스포츠) 진흥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지난해 대표발의했지만, 여야 간 정쟁으로 인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 의원이 발의한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법'이 통과되기 이전이지만, 통과 시 이를 빠르게 적용할 수 있도록 산하 기관인 한콘진을 통해 표준계약서를 미리 준비해둔다는 계획이다.
관련 법이 없어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를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는 기존 입장에서 선회, 선제 대응하는 쪽으로 방침을 바꾼 셈이다.
이는 이른바 '그리핀 카나비 사태'로 인해 불거진 e스포츠 선수 불공정 계약 문제 이슈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까지 올라오는 등 큰 파장을 불러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리핀 카나비 사태는 온라인 게임 '리그 오브 레전드(LoL)' 종목 프로게이머인 '카나비' 서진혁 선수가 중국 징동게이밍으로 이적하던 당시 소속 구단이었던 그리핀 대표의 강압 등에 못 이겨 부당 계약을 체결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시작됐다.
이 과정에서 서 선수와 그리핀 구단이 당초 불공정 계약을 맺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며 파문이 확산됐다. 이에 더해 한국e스포츠협회가 각종 구단에 제공해오던 표준계약서 자체가 심각한 불공정 계약서였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비판 여론이 일었다.
이에 문체부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토론회에 참석해 "e스포츠 선수 표준계약서 법의 개정 추진 시기가 늦어지더라도 정부에서 별도로 전문가 및 업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표준계약서 안을 마련해두겠다"며 "법안이 통과되면 이를 바로 들여올 수 있도록 할 예정으로, 미성년자는 별도 계약서를 마련해 보호하는 방안을 고민하겠다"고 공언하고, 실제 착수에 들어간 상황이다.
해당 법을 발의한 이 의원 측은 문체부의 선제 대응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해당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계속 힘쓰겠다는 입장이다.
이동섭 의원실 이도경 비서관은 "법안 통과를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현재 여야 정쟁이 심화돼 법안 논의 일정이 불투명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부 차원의 연구용역이 착수가 되는 것을 환영하며, 탁상대책이 아닌 현장의 목소리가 반영된 실질적인 방안이 마련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문체부가 단순히 표준계약서 마련 속도에만 매몰돼서는 안 된다는 조언도 나왔다. 속도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조영희 LAB 파트너스 변호사는 지난 토론회 당시 "표준계약서를 만들더라도 이를 어떻게 해석, 운영하는지도 중요하다"며 "속도에 밀려 모양만 좋게 만들기보다는 선수의 권익을 제대로 보호할 수 있도록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일을 진행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김나리 기자 lor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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