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황금빛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입장문을 내고 동생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그룹 경영을 비판하고 나서면서 한진가(家) '남매의 난'이 현실화할 조짐이다. 내년 3월에 열리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을 결정하는 한진칼 주주총회까지 한진가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다른 일각에서는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이 경영 복귀를 위한 경고성 메시지가 짙다는 해석도 나온다.
24일 한진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의 한진칼 사내이사 임기는 내년 3월 23일에 끝난다. 이에 내년 3월 한진칼 주총에서는 조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 건이 안건으로 다뤄질 예정이다.
한진칼 정관상 사내이사 재선임은 주총 출석 주주 의결권 50% 이상만 얻으면 된다. 이에 80% 정도인 주총 출석률을 감안해 조 회장은 사내이사 연임을 위해 40% 정도를 확보해야 한다고 추산되고 있다. 이에 실패하면 경영권을 잃게 된다. 한진칼은 그룹 지배구조 정점이 있는 지주회사로 대한항공, 진에어, 한진 등 그룹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동안 조 회장은 내년 3월 주총에서 안정적으로 사내이사 연임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되고 있었다. 현재 조 회장과 특수관계인 지분은 28.94%다. 여기에 조 회장의 안정적 경영권 유지를 위한 백기사(우호세력)로 델타항공이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조 회장과 델타항공의 지분율을 합하면 40%에 가까워서다.
델타항공은 대한항공과 더불어 2000년 출범한 항공동맹체 스카이팀 창립 멤버로 지난해 5월 대한항공과 조인트벤처를 설립하는 등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현재 한진칼 지분율 10.00%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하지만 이러한 가운데 다른 주요 주주들의 의결권 행사 향방도 무시할 수 없었다. 특히 행동주의 사모펀드인 KCGI(강성부펀드) 산하 투자목적회사인 그레이스홀딩스가 한진칼 2대 주주로 17.29%의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다. 그간 그레이스홀딩스는 한진칼 지분율을 늘려오면서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을 견제해왔다.
그런데 지난 23일 조 전 부사장이 법률대리인을 통해 낸 입장문에서 조 회장의 그룹 경영에 불만을 내비치며 "한진그룹의 발전을 적극적으로 모색하기 위해 향후 다양한 주주들의 의견을 듣고 협의를 진행해 나가고자 한다"고 밝히면서 KCGI와 연대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같은 날 KCGI가 지분율을 15.98%에서 17.29%로 늘렸다고 공시하기도 했다.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은 6.49%다.
여기에 또 다른 주요 주주로 5.06%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대호개발이 KCGI 편에 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년 3월 주총을 앞두고 한진가(家) 남매 간 경영권 분쟁이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대호개발은 반도건설 계열사로 조 회장이 "만난 적이 없다"며 "우호지분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각각 6.47%와 5.31%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는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누구 편에 설지도 관심사가 됐다.
물론 이는 시나리오일 뿐이다. 델타항공 입장에서도 특정 개인을 지지한다면 주주들로부터 배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KCGI도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이 높고 특히 호텔 부문이 전체적으로 적자를 보이고 있는 부분이다"고 지적하며 과도한 레버리지는 기업에게 큰 위협이 된다고 비판한 적 있다.
그런데 일각에서 2014년 이전까지 왕산레저개발 대표이사였던 조 전 부사장이 경영에 복귀한다면 호텔·레저사업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도 흘러 나왔다. 또 KCGI는 "회사의 지배주주 일가가 꼭 경영 전면에 나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조 전 부사장의 입장문은 조 회장의 총수 자리를 빼앗기보다 경영에 복귀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경고성 메시지가 짙다는 분석도 나온다.
앞서 2014년 조 전 부사장은 '땅콩회항' 사건으로 경영에서 물러났다 2018년 3월 복귀했다. 하지만 동생인 조현민 당시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사건으로 고 조양호 전 회장의 요구로 한 달 만에 동생과 함께 사퇴했다. 그런데 조현민 전무가 지난 6월 경영에 복귀한 것이다. 하지만 조 전 부사장은 지난 11월 발표한 한진그룹 정기 인사에서도 경영에 복귀하지 못했다.
조 전 부사장은 입장문에서 "작고하신 고(故) 조양호 회장님은 생전에 가족들이 협력하여 공동으로 한진그룹을 운영해 나가라고 말씀하셨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원태 대표이사는 공동 경영의 유훈과 달리 한진그룹을 운영하여 왔고, 지금도 가족 간의 협의에 무성의와 지연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 전 부사장의 복귀 등에 대해 조 전 부사장과의 사이에 어떠한 합의도 없었다"며 "조 전 부사장과 법률대리인의 거듭된 요청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사전 협의도 하지 않고 경영상의 중요 사항들이 결정되고 발표됐다"고 지적했다.
조 전 부사장의 법률대리인은 아이뉴스24와의 통화에서 "상속인들이 대략 모두 6% 남짓씩 지분율을 보유하고 있는데 한 사람 혼자서 기업 경영권을 가질 수 없는 것이다"며 "선대 회장님 유훈도 그렇고 가족들이 잘 협력해서 경영을 해 나가야 하는데 최소한의 협의도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과 만난 자리는 있었지만 실질적으로 어떤 성의를 보이지 않고 협의의 진전이 거의 없었다"며 "상대방도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줬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입장문을 낸 것이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가족 외 KCGI나 주주들과도 필요하다면 협의를 할 수 있다"며 "어느 측 하고든 대화를 하면서 현재 상황을 우선 알리고 대화를 하면서 현재 상황을 해결해 보겠다는 입장이다"고 전했다.
황금빛 기자 gold@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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