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최근 외국인 임원을 잇따라 영입한 쿠팡이 알베르토 포나로(Alberto Fornaro) 신임 최고재무관리자(CFO, Chief Finance Officer)까지 끌어들이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신규 투자 유치, 나스닥 상장 본격 추진, 아마존 등에 대한 매각 등을 추진하기 위한 사전 작업으로 보고 있지만, 쿠팡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아 당장 실현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쿠팡은 25년간 한국과 미국, 유럽의 글로벌 상장사 및 비상장사에서 활동해 온 재무 전문가 알베르토 포나로 CFO를 이번에 영입했다고 5일 밝혔다.
포나로 CFO는 이탈리아 시에나대에서 금융 및 재무분야의 석사, 학사 학위를 얻었고 하버드대 최고경영자과정(Advanced Management Program)을 수료했다. 또 미국 컬럼비아대 경제학 박사과정의 방문연구원으로 근무한 바 있다.
포나로 CFO는 쿠팡에 합류하기 전까지 IGT PLC(International Game Technology)의 CFO 겸 EVP로 근무하면서 IGT를 세계적인 게임회사로 성장시키는데 기여했다. IGT 합류 전에는 두산인프라코어건설기계의 글로벌 CFO 및 유럽, 중동, 아프리카(EMEA) 대표를 맡아 경쟁이 심한 건설기계산업 시장에서 회사의 글로벌 사업 확장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또 포나로 CFO는 피트니스 장비 제조업체 테크노짐(Technogym)의 총괄매니저 겸 CFO를 맡았으며, CNH 글로벌(CNH Global), 피아트 그룹(Fiat Group), 페루자 저축은행(Cassa Di Risparmio Di Perugia) 및 이탈리아 신용은행 (Credito Italiano) 등에서 재무 담당 임원으로 근무했다.
포나로 CFO는 "쿠팡처럼 혁신적인 회사와 함께 할 수 있어 기쁘다"며 "고객에게 독보적인 경험을 선사하면서 빠른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 쿠팡의 일원이 돼 매우 흥분된다"고 말했다.
쿠팡은 포나로 CFO 외에도 케빈 워시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지주사인 미국법인 쿠팡 LLC 이사회 멤버로, 나이키 출신의 재무전문가 마이클 파커를 최고회계책임자(CAO)로 최근 영입해 눈길을 끌었다. 올 초에는 최고법률책임자 겸 최고윤리경영책임자(CCO)에 월마트 출신의 제이 조르겐센, 현대카드 출신 이준희 법무 담당 부사장 등 중역급 인물도 끌어들였다.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업계에선 쿠팡의 나스닥 상장이 머지 않았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쿠팡이 '혁신'을 앞세워 투자에 나섰지만, 영업손실 규모가 상당해 새로운 투자 유치 없인 사업을 지속시키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 때문이다. 쿠팡의 연결 기준 누적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3조 원에 육박했다.
여기에 최근에는 금융감독원까지 쿠팡의 재무 상황을 두고 압박에 나선 상태다. 금감원은 쿠팡이 전자금융업자의 자기자본 기준이 미달된다고 보고, 지난 9월 쿠팡에 유상증자 등 경영개선 계획을 마련해 주기적으로 보고하라고 통보했다. 전자금융업자는 자기자본과 미상환잔액 대비 자기자본 비율이 20% 이상 돼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비전펀드로부터 2015년, 2018년에 받은 총 30억 달러의 투자금도 내년 이후에는 어느 정도 소진될 것으로 보인다"며 "그동안 쿠팡을 열심히 지원해왔던 비전펀드도 최근 위워크, 우버 등의 투자 실패로 고전하고 있어 추가 수혈을 받을 수 없다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
이로 인해 업계에선 쿠팡이 비전펀드 외에 추가 투자를 받기 위해선 '나스닥 상장'이 최선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쿠팡도 2010년 창업 이후 줄곧 나스닥 입성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은 적자 기업이어도 기술, 사업 규모, 성장성 등이 좋으면 상장 자격을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쿠팡이 당장 나스닥 상장에 나서기에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 현지에서 적자 기업을 상장시켜 투자금을 회수하는 방식에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지난 9월 위워크가 나스닥 상장에 실패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나스닥 상장을 할 수는 있겠지만, 현재 상태에선 시장의 평가가 내부에서 생각하는 것 만큼 크지 않다"며 "지분가치를 낮춰서라도 투자를 받거나, 상장 시킬 수 있겠지만 이 경우 기존 투자자들과의 관계가 문제 될 수 있어 쉽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외국인 임원들의 잇따른 합류는 쿠팡의 재무상태에 대한 감시 역할을 위해 비전펀드의 의견이 반영된 것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는 "투자처 확보가 쉽지 않은 만큼 결국 상장을 위해 외국인 임원을 잇따라 영입한 측면이 커 보인다"면서도 "거물급 외국인 임원들이라도 쿠팡이 만족할 만한 공모가로 당장 나스닥에 쿠팡을 상장시키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장유미 기자 sweet@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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