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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삼성전자의 스마트폰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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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뉴스24 윤선훈 기자] 6년 전 유행했던 드라마 '너의 목소리가 들려'에서 메인 '빌런'인 민준국은 "네가 뭘 좋아하는지 몰라서 새우버거로 시켜놨다"라고 박수하에게 나지막이 말한다. 민준국의 계속된 빈정거림에 폭발한 수하는 말이 끝나자마자 준국을 두들겨 팬다. 이 대사는 드라마 종영 후 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따금 패러디된다. 다만 "네가 뭘 좋아할지 몰라 다 준비했어" 식으로 뭔가를 주고 싶은 상대방에게 이런저런 것들을 마련할 때 주로 쓰인다. 원작과는 사뭇 다른 쓰임새지만, 어차피 패러디라는 건 다 이런 식으로 변용된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전략을 보면 딱 이 패러디가 연상된다. 그간 수많은 스마트폰 모델을 출시했고, 그만큼 많은 모델이 단종됐다. 흔히 알려진 갤럭시S시리즈·노트 시리즈와 A시리즈는 빙산의 일각이다. 현재는 A시리즈와 통합된 갤럭시 J시리즈, On시리즈를 비롯해 갤럭시 그랜드, 갤럭시R, 갤럭시W, 갤럭시Y, 갤럭시K, 갤럭시U, 갤럭시M(현재 인도향 모델로 나온 제품과는 다르다), 갤럭시 코어, 갤럭시 영, 갤럭시 메가 시리즈 등 수없이 많은 모델들이 존재했다. 플래그십 모델에 해당하는 S시리즈 안에서도 일부는 엣지 모델을 따로 출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모두 중저가 스마트폰이다. 프리미엄 모델은 S시리즈와 노트 시리즈로 이원화하고, 지역별·통신사별·크기별 등으로 특화해 다양한 보급형 제품을 내놓았다. 삼성전자는 그간 꾸준히 이들 라인업에 약간의 변화를 가해 왔지만, 올해 초 대대적으로 라인업 체계를 갤럭시S·노트-갤럭시A-갤럭시M 시리즈로 단순화한다. 난립했던 모델을 정리해 소비자 혼란을 줄이는 대신 한 브랜드에서 다양한 기기를 내놓는 방식으로 선회한다. 올해 갤럭시A10에서 A90까지 10 단위로 촘촘하게 제품을 출시한 이유다. 같은 '보급형'으로 묶이지만 최하위 모델인 A10과 최상위 모델인 A90 간 스펙 차이는 크다. A90은 심지어 5G(5세대 이동통신)도 지원한다.

사실 최대한 다양하게 보급형 모델을 내놓아 맞춤형으로 시장을 공략하는 근본적인 정책에는 변화가 없다. 실제로 올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갤럭시A시리즈 제품은 17종에 달한다. A10e, A10s 등으로 한 모델 안에서도 다시 상·하위 모델로 세분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방향은 내년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이미 A01에서 A91까지 10 단위로 A 시리즈를 내놓는다는 전망이 널리 퍼졌다. 그 안에서 다시 모델을 세분화할 가능성도 있다.

최근에는 갤럭시S 시리즈와 노트 시리즈 등 프리미엄 제품에서도 모델 세분화 전략을 확대하는 추세다. '실속형 프리미엄'으로 불리는 갤럭시S10e 출시로 출하량 증가 효과를 거뒀고, 갤럭시노트10 역시 2종류로 나눠 출시해 더 많은 고객층을 포괄하는 데 성공했다. 연말 출시 가능성이 제기되는 '갤럭시S10 라이트'도 이와 같은 맥락일 테다.

삼성전자는 TV 시장에서는 수량 기준 점유율을 우선순위로 더 이상 삼지 않는다. 사업보고서에도 지난해 2분기부터 수량이 아닌 금액 기준으로 시장점유율을 표기했다. 고위 임원들도 삼성의 프리미엄 TV 전략을 반영하기에는 수량 기준 점유율이 맞지 않다고 여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스마트폰에서는 아직 내부적으로 수량 기준 점유율을 중시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장(사장)이 지난 8월 기자간담회에서 "3억대라는 숫자를 지키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라고 말한 것은 그 단적인 예다. 사업보고서에서도 수량 기준 점유율 표기를 고수하고 있다.

올해 삼성전자는 2년 만에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 3억대를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실화된다면 현재까지 이 같은 전략은 성공했다고 봐도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조금 더 많은 3억1천만대~2천만대 수준의 출하량 달성을 목표로 한다고 전해졌다. 수량 확대의 핵심은 내년 본격적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되는 5G 스마트폰 시장과 함께 국가별·성능별로 더욱 세분화될 A시리즈가 될 전망이다. 더욱 많은 고객들을 끌어당기기 위해 삼성전자는 말한다. "고객님들이 뭘 좋아하실지 몰라 다 준비했습니다."

윤선훈 기자 krel@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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