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은성수 금융위원장이 전문투자자에 대한 사모펀드 투자 요건은 더 완화될 것이라 밝혔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의 후속대책으로 인해 사모펀드 시장이 얼어붙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와서다.
DLF 사태의 배경엔 금융당국의 감독 책임도 있는 만큼, 감독 당국의 역량 강화를 위한 대책도 고민하겠다고도 말했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금융위가 DLF 후속대책을 발표한 만큼, 이날 회의에선 대책에 관한 질의가 주를 이뤘다.
지난 14일 금융위원회는 ▲원금손실 가능성이 20%를 넘는 고위험 금융상품의 은행 판매 금지 ▲사모펀드 투자 요건 강화 ▲투자자 보호 강화 등을 줄기로 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보호 강화를 위한 종합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여야 "규제 하향 평준화 우려"…은성수 "당국 역할 고민할 것"
여야 의원들은 금융위의 대책으로 금융시장 활성화가 저해될 우려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규제가 금융산업을 하향평준화로 이끌 것이라는 지적이다.
최운열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판매 자체를 금지해버리면 잘나가는 은행은 발전하지 못한다"라며 "잘하는 회사는 더 잘해서 세계적인 금융회사로 클 수 있도록 해야 하는데, 부족한 곳에 규제의 초점을 두면 클 수 없다"라고 지적했다.
김선동 자유한국당 의원도 "원금 손실 가능성이 20~30%인 상품을 팔지 못하도록 규율화한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모든 금융회사가 규제를 피하기 위해 원금손실 20% 이하의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라며 "이러면 하향평준화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은 위원장은 "못한 은행, 잘한 은행 말씀하셨는데, 못한 곳은 수면에 드러났을 뿐이지 대부분이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라며 "진짜 잘한건지 운이 좋았는지는 잘 모르겠다"라고 답했다.
이어 "내용도 모르고 예금하러 왔다가 가입하는 일은 제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라며 "하향 평준화 문제에 대해선 가슴아프게 생각하는 만큼, 모든 부분이 상향평준화 될 수 있또록 감독당국이 해야 할 일을 고민하겠다"라고 답했다.
사모펀드의 투자 요건을 1억에서 3억으로 올린 것을 두고 정부 정책의 신뢰도에 금이 갈 것이라는 비판도 있었다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은 "과거 정부는 전문 운용사가 증가함에 따라 금융혁신이 이뤄지고 일자리도 늘어난다고 사례를 들었다"라며 "금융위 대책이 현실화되면 사모펀드에 투자하려는 노력이 일어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또 "사모펀드 투자금액을 1억에서 3억으로 늘리면 수탁고가 작은 초기 운용사들은 큰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에 은 위원장은 "중소형 신탁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라며 "다만 이번 대책의 금융사가 아니고 투자자보호, 금융시스템 안정, 사모펀드 기능 이 세 가지를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시장이 얼어붙는 것을 막기 위해 전문투자자의 투자 요건은 더욱 낮출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오는 21일에 전문투자자에 대해선 투자 요건을 5천만원으로 낮추는 대책이 발표될 것"이라며 "전문지식이 있고 능력이 있는 분들 입장에선 문턱이 낮아지기 때에 많은 투자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금감원 책임은 대책에서 쏙 빠져…은성수 "당국도 책임 있다"
회의에선 금융감독원 '책임론'도 제기됐다. 그간 감독당국이 미스터리 쇼핑, 민원 접수 등으로 상황을 인지했음에도 적극적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이태규 의원은 "금융감독원은 지난 해 6월과 9월, 파생결합증권과 관련된 미스터리 쇼핑을 통해 은행들의 상품판매 문제를 알았다"라며 "올 4월엔 분쟁조정도 접하는 등 문제 인식을 충분히 했지만 언론의 문제제기가 있을 때까지 당국은 어떠한 조치도 없었다"라고 비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융위의 대책엔 감독당국의 문제점은 언급되지 않았다"라며 "이를 두고 모든 책임을 은행에 돌리고 감독당국은 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라고 덧붙였다.
금융위가 발표한 대책에 따르면 금융감독과 관련된 내용은 '고위험상품 투자자 리스크 점검회의 정례화' '금융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상시감시·현장점검 강화'뿐이었다. 조직개편 등 구체적인 방안은 없었다.
최운열 의원도 "민간은 경쟁을 하기 때문에 그레이존(어느 영역에 속하는지 불분명한 부분)을 찾아가기 마련이고, 그걸 찾는 게 금융감독원의 역할이다"라며 "이대로 넘어가면 금융감독이 발전하지 못할텐데, 감독원에 어떤 책임을 물을 것인지 궁금하다"라고 지적했다.
은 위원장도 당국 책임론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감독에 구멍이 뚫리게 된 배경엔 인력이나 기술적 여건 등 어쩔 수 없는 부분도 있다는 의견이다.
그는 "이번 대책은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 것이냐 하는 차원에서 나온 것"이라며 "감독당국에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며, 질책을 따끔하게 받고 있다"라고 답했다.
이어 "다만 시장은 급변하는 반면 감독당국의 인력문제나 기술적 문제로 쫓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향후 대책을 고민해 보겠다"라고 덧붙였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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