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도민선 기자] 유료방송시장을 통신3사 위주로 재편하게 될 기업결합 심사가 조건부 승인으로 결론 났다.
방송통신시장의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방송통신위원회의 승인 및 동의 절차가 남았지만 사실상 8부능선은 넘은 셈이다.
경쟁당국인 공정거래위원회는 경쟁제한성이 있는 것으로 판단했지만, 방송통신시장의 혁신을 위해 이번 M&A는 불가피한다고 판단, 가격인상 금지 등 시정조치를 부과하는 것으로 대신했다.
특히 그간 공정위의 결정이 늦어진 요인으로 지적된 알뜰폰 독행기업 여부, 교차판매, 프로그램사용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등은 큰 걸림돌이 되지 않았다.
10일 공정거래위원회는 ▲SK브로드밴드(SK텔레콤 자회사)와 티브로드 3개사 합병과 SK텔레콤의 티브로드노원방송 주식 취득 ▲LG유플러스의 CJ헬로 주식 취득에 대한 기업결합 심사 결과 이에 대한 조건부 승인을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난 6일 전체회의를 열고 2 건에 대해 이 같이 의결했다.
조성욱 공정위 위원장은 지난 8일 기자간담회에서 "유료방송시장을 비롯한 방통시장 지형 변화의 중요 전환점이 된다는 점에서 지난 수개월간 엄중하고 면밀한 심사를 진행했다"며, "우리 경제의 혁신경쟁 촉진 및 경제 활성화 등 긍정적 요소는 극대화하면서도 경쟁제한 우려와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안 마련에 주안점을 두고 숙고끝에 결정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우선 공정위는 이번 결합기업 관련 서로 경쟁하고 있거나 원재료 의존관계에 있는 상품서비스를 중심으로 관련 상품시장을 획정했다.
방송분야에서는 ▲8VSB 케이블TV 유료방송시장 ▲디지털유료방송(디지털케이블TV, IPTV, 위성방송)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 ▲홈쇼핑 방송채널 전송권 구매시장 ▲방송광고시장으로 관련 시장을 파악했다.
8VSB(8-level vestigial sideband)는 아날로그방송이지만 별도의 셋톱박스 없이 신호 변환으로 디지털방송을 이용할 수 있는 디지털 방송 전송방식의 하나다.
또 통신분야에서는 ▲이동통신 소매시장 ▲이동통신 도매시장 ▲초고속인터넷시장 ▲유선전화시장 ▲국제전화시장으로 구분했다.
지난 2016년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현 CJ헬로)의 결합심사때와는 달리 아날로그 케이블TV는 시장 획정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아날로그 방송 가입자가 1.85%에 불과하고 조만간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또 8VSB유료방송시장과 디지털유료방송시장은 각각 23개 방송구역으로 지리적 구분을 뒀다. 나머지 시장은 전국 단위로 획정했다.
기업결합의 경쟁제한적 효과는 유료방송시장에서 수평-혼합형 기업결합으로 인한 수신료 인상 가능성을 분석하기 위해 '가격인상압력(UPP) 분석'을 활용했다. 이는 상품간 전환율, 가격비율, 결합당사회사의 마진율, 효율성 증대가능성 등을 고려해 기업결합 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을 계량적으로 분석하는 방법이다.
◆3년간 요금인상 금지 등 시정조치…교차판매·알뜰폰 제한 조건은 빠져
공정위는 이번 기업결합으로 인한 디지털유료방송시장 및 8VSB유료방송시장에서의 경쟁제한 우려를 해소하고 소비자의 선택권을 보호하기 위해 5개의 공통 시정조치를 부과했다.
해당 시정조치는 ▲케이블TV 수신료의 물가상승률 초과 인상 금지 ▲8VSB 케이블TV 가입자 보호(8VSB 및 디지털 케이블TV간 채널격차 완화, 8VSB 케이블TV 포함 결합상품 출시방안 수립·시행) ▲케이블TV의 전체 채널 수 및 소비자선호채널 임의감축 금지 ▲저가형 상품으로의 전환, 계약 연장 거절 금지 및 고가형 방송상품으로의 전환 강요 금지 ▲모든 방송상품에 대한 정보 제공 및 디지털 전환 강요금지 등이다.
이 시정조치의 적용범위는 SK브로드밴드과 티브로드 M&A 건의 경우 8VSB와 디지털 케이블TV, LG유플러스와 CJ헬로 M&A 건에는 8VSB 케이블TV가 해당된다. 단 결합기업이 급변하는 유료방송시장의 상황을 고려해 기업결합 후 1년이 경과한 시점에 시정조치의 변경을 요청할 수 있게 했다.
공정위는 이번 심사에서 기업결합으로 인한 경쟁제한성을 발견하지 못한 것은 아님을 분명히 했다. 특히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건의 경우 UPP 지수를 추정한 결과 8VSB 유료방송에서 장·단기 모두 양의 값이 도출돼 결합 후 가격인상 유인이 있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당초 사무처가 작성한 심사보고서에서는 2건의 M&A 관련 양측 기업 유통망의 교차판매 금지 등 조건이 포함된 바 있다. 하지만 전원회의 합의 과정에서 시정조치를 통해 가격인상 요인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 교차판매 금지를 따로 명시하지는 않았다는 설명이다.
조 위원장은 "경쟁제한성이 분명히 있지만 이 시장이 급격히 변화하고 있어 경쟁제성한성을 이유로 금지하기보다 다른 조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소비자 피해를 구제, 혁신을 불러올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또한 이통 소매시장에서 CJ헬로의 알뜰폰 '헬로모바일'이 대기업에 도매대가 협상력을 갖는 '독행기업'으로 보기 어렵다는 게 공정위 판단이다. CJ헬로가 독행기업인지 여부는 지난 2016년 공정위가 SK텔레콤의 CJ헬로 M&A를 불허했던 주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조 위원장은 "독행기업으로 보려면 시장점유율이 10% 이상이거나 획기적이면서 파괴적 혁신을 가져올만한 행태를 해야 하는데, (CJ헬로의) 그 역할이 완화됐다"고 강조했다.
배영수 공정위 시장구조개선정책관도 "2016년 당시에는 SK텔레콤이 이동통신 시장의 지배적 사업자로 1.5%의 점유율을 추가하면 경쟁제한성이 있을 것으로 인정됐다"며, "이번 LG유플러스는 시장 3위 사업자로 그 당시와는 경쟁제한성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약하다"고 부연 설명했다.
이밖에도 공정위는 심사과정에서 문제가 제기된 방송채널 전송권 거래시장에서 중소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의 프로그램 사용료와 홈쇼핑 송출수수료 관련 거래관행 등 관련시장의 현황과 개선사항을 분석해 필요한 대책을 강구하도록 했다.
특히 소관 부처인 과기정통부와 방통위에 해당 사항 검토를 요청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이로써 양 기관 승인 과정 등에서 추가 조건이 부과 될 지도 주목된다.
공정위의 이번 사전 심사가 마무리 됨에 따라 과기정통부는 2건의 M&A에 대한 인허가 절차에 착수하게 된다.
현행법상 과기정통부는 SK브로드밴드-티브로드 및 티브로드 계열법인에 방송법상 합병 변경허가와 최다액출자자 변경승인, 전기통신사업법상 합병인가와 주식취득·소유 인가, 공익성 심사를 진행하게 된다.
또 LG유플러스-CJ헬로에는 방송법상 최다액출자자 등 변경승인, 전기통신사업법상 주식취득·소유 인가와 공익성 심사를 진행한다. 법에 따라 향후 공익성심사위원회를 구성해 3개월 내에 심사를 결정할 것으로 관측된다.
아울러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 변경허가의 경우 방통위의 사전동의가 필요하다. 방통위는 규정에 따라 지역성, 공공성 등 9개 심사항목에 따라 M&A를 심사한다는 방침이다.
또 방통위는 LG유플러스의 CJ헬로 지분 인수의 경우 법인 합병이 아니어서 규정상 사전동의 대상은 아니지만 SK M&A 건과의 형평성을 고려, 관련 사전 의견을 과기정통부에 전달한 바 있다.
도민선 기자 domingo@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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