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뉴스24 서상혁 기자] 소멸되는 카드포인트가 연간 약 1천억원에 달한다는 통계가 나왔다. 포인트 사용 유도를 위해 지난 해 금융당국과 업계가 1원부터 현금화할 수 있도록 약관을 바꿨음에도 좀처럼 잔액이 줄어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를 위해 카드사들이 나섰다. 매장 종업원에게 포인트 사용 여부를 굳이 묻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감할인 해주는 서비스를 내놓는 한편, 카드사 포인트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도 출시할 예정이다.
1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카드사들은 금융 소비자들의 카드 포인트 소멸을 막기 위해 여러 가지 자구책을 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멸되는 카드 포인트만 1년에 1천억…잔액 갈수록 늘어나 카드 포인트란 신용카드나 체크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이용금액에 따라 누적되는 '점수'를 말한다. 점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카드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이 가능하다. 현재 카드사들의 대표적인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잡았다.
카드사들의 지속적인 마케팅으로 적립액은 빠르게 늘어나는 반면, 사용액은 그 속도에 미치지 못하면서 잔액이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카드포인트 현금화 실적' 자료에 따르면 국내 신용카드사의 카드 포인트 잔액은 지난 2016년 1조8천258억원, 2017년 1조8천877억원, 2018년 1조9천13억원으로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났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도 벌써 1조9천317억원이다.
카드 포인트는 대개 유효기간이 5년이라, 시간이 지나면 아무리 많이 쌓아놔도 사용할 수 없게 된다. 국내카드사의 소멸포인트는 지난 2017년 1천151억원, 2018년 1천24억원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도 499억원 규모의 포인트가 소멸된 것으로 나타났다. 1년에 1천억원 꼴이다.
카드사들도 포인트 사용을 유도하기 위해 자사 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쇼핑몰을 만들거나, 매달 포인트 차감 할인을 주 내용으로 하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금융감독원도 업계와 손잡고 지난 해 10월 1원 단위부터 포인트 현금화할 수 있도록 약관을 손봤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포인트 자동 사용 서비스부터 포인트 기반 체크카드 등장
이런 가운데 최근 몇몇 카드사들이 획기적인 카드 포인트 소비 유도책을 들고 나왔다.
우리카드는 최근 업계 최초로 전 가맹점에서 '포인트 자동 사용'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리카드 스마트앱 또는 모바일 웹에서 사전에 지정한 포인트(위비꿀머니 또는 모아포인트) 금액만큼을 국내 온·오프라인 가맹점에서 자동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1만점의 포인트를 사전 등록한 경우, 3만원 상당의 상품 결제 시 1만원은 포인트 차감 할인되고 차액인 나머지 2만원만 지불하면 된다.
기존엔 포인트 결제 가능 가맹점에서 종업원에게 일일이 포인트 사용을 요청해야 다소 불편했던 측면이 있었다. 하지만 이 서비스는 별도 요청 없이 보유 포인트를 이용할 수 있게 한 만큼 고객 편의성을 증대시킬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매해 소멸되는 카드 포인트가 많다보니, 금융소비자의 이익을 보호하고 권익을 강화하는 관점으로 이번 서비스를 준비했다"라며 "아울러 온라인과 다르게 오프라인 매장에선 종업원이 포인트를 사용하겠냐고 묻거나 그러지 않으면 고객이 따로 요청해야했다는 점에서, 이번 서비스는 소비자의 편익도 증대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나카드는 업계 최초로 포인트를 기반으로 한 체크카드를 출시한다. 이 상품은 별도 은행 등 금융기관의 결제계좌 없이 고객이 보유한 포인트 계정만으로 발급받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체크카드 형태인 만큼, 고객이 그간 적립한 포인트를 신용카드 가맹점에서 사용이 가능한데다 고객이 갖고 있는 다양한 포인트를 하나의 포인트로 전환해 사용할 수 있어 포인트 소멸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
지난 달 2일 금융위원회는 이 같은 혁신성을 이유로 하나카드의 '포인트 기반 체크카드'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하기도 했다. 하나카드는 하나금융그룹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인 '하나멤버스'와 연계해 오는 연말까지 '하나머니 전용 체크카드'를 개발해 내년 1월 출시할 계획이다.
우리카드와 하나카드가 내놓은 방안은 포인트 소비 유도 측면에서 업계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카드사보다는 당국이 주도적으로 나서는 게 더 바람직하다는 진단이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는 "양 사가 마련한 방안들이 활성화되면 어찌됐든 소비자 입장에선 포인트를 찾아 쓸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생길 것이다"라며 "최근 금융감독원이 소비자 보호를 외치면서 다양한 제도를 내놓고 있는 만큼, 당국이 나서서 포인트 소비를 유도하는 방안들을 만들어 제도화하는 게 바람직해 보인다"라고 말했다.
서상혁 기자 hyuk@inews24.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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